[밀착취재] ‘공중분해 위기’ 새누리당, “역사 속으로…”
[밀착취재] ‘공중분해 위기’ 새누리당, “역사 속으로…”
  • 김희민 언론인
  • 입력 2016-11-04 18:02
  • 승인 2016.11.04 18:02
  • 호수 1175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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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새누리당의 정체성은 사실 독재가 자리잡았다. 그래서 보수가 떠난 만큼 제대로 된 보수당이 필요하다. 새누리당은 계속 가는 게 아니라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처럼 소멸할 것이다. 내년 재보선이 기점이 될 것이다. 당선될 만한 사람들이 아마 새누리당 공천 신청을 안 할 거다. 그게 소멸의 길로 가는 것이다.”(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 20대 총선 참패 이후 5월 라디오 인터뷰 中)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의 전망은 과연 현실화될 것인가.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온나라를 뒤흔들면서 새누리당이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10% 미만의 통치불능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지지율 하락세 속에서도 박 대통령을 뒷받침해왔던 대구·경북 지역은 물론 60대 이상 연령층도 돌아섰다. 게다가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도 급락세다. 이대로 가면 종착점은 공중분해다. 새누리당은 과연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인가.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국내 최장수 정당 새누리당, 열린우리당 전철 밟을 듯
- 당명교체, 분당, 리모델딩, 재창당 향후 시나리오는

새누리당은 전신인 한나라당까지 포함해 20년 역사를 이어왔지만 더 이상은 생존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순실 게이트’ 파문의 여파 속에서 도저히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됐기 때문. 마치 참여정부 말기였던 2007년 열린우리당의 대몰락을 그대로 답습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전신인 한나라당은 97년 대선과정에서 탄생한 이후 크고작은 메가톤급 악재에도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해 왔다. 우선 2002년 대선 이후 이른바 차떼기 불법대선자금 수사 국면에서 엄청난 비난여론에 시달렸지만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2007년 17대 총선 직전에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에 휘말리며 궤멸 직전의 수준까지 내몰렸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읍소작전과 천막당사를 반전카드로 내세워 기사회생했다.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서도 이른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선관위 디도스 사건,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당명과 상징색까지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지며 총선 과반에 이어 대권까지 거머쥐는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새누리당은 그만큼 위기에 강한 정당이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 파문의 후폭풍 속에서는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당의 존망마저 불투명해졌다.

‘20년 역사 최장수 정당’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해방 이후 국내에 존재한 여야 정당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97년 대선 과정에서 이회창과 조순이 손을 잡고 한나라당이라는 이름으로 출생신고를 한 이후 무려 20년을 이어왔다. 이승만 정권 당시 자유당, 박정희 정권 당시 공화당과 비교해봐도 나이가 더 많다. 같은 기간 야권이 이합집산을 거치며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민주당, 민주통합당,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으로 분열과 통합을 반복한 것과 또렷이 대비된다.

물론 새누리당이 분당의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세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김윤환 전 의원 중심의 민주국민당, 2002년 대선 국면에서 박 대통령이 창당한 한국미래연합 등이 있었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친박연대 돌풍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새누리당과 통합했다.

우여곡절을 겪었던 새누리당의 20년 역사도 막을 내리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가 당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는 것. 정당 지지율만 살펴보면 새누리당이 처한 어려움이 어느 수준인지 잘 알 수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1월 1주차 조사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p)를 보면, 정당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33.5%, 새누리당 20.7%, 국민의당 16.7%, 정의당 5.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0대 총선 참패 이후에도 30% 안팎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던 것과 상전벽해의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며 20% 지지율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민주당과의 격차가 10%p 이상 벌어진 것은 물론 국민의당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위기는 더 심각하다. 새누리당의 지지율 20.7%는 2012년 4월 19대 총선 이후 최저 지지율(10월 4주차 25.7%)을 경신한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새누리당을 제쳤다. 새누리당이 가까스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대구·경북(새누리당 29.3% vs 민주당 22.7%) 역시 당 지지율이 40%대에서 20%대로 급락하면서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에서 쫓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분당 예고’한 친박 vs 비박 잔혹사

새누리당은 말로만 단일정당이다. 2016년 한 해 동안 사실상 ‘한 지붕 두 가족’이었다. 20대 총선 직전 이른바 상향식 공천을 둘러싼 친박·비박의 논란으로 시작해 총선 직전까지는 사생결단식의 공천파동이 이어졌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공천 여부를 놓고 불거진 친박·비박의 혈투가 대표적이다. 총선참패 이후에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문제 등을 놓고 친박·비박 간 내전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전국위원회 무산으로 김용태 혁신위원회가 출발부터 좌초되는 등 적잖은 홍역을 치렀다.

우여곡절 끝에 구성된 김희옥 대표 체제의 비상대책위원회는 유승민 복당 파동, 총선백서 논란, 김희옥 위원장의 칩거와 권성동 사무총장 사퇴 파동 등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친박·비박의 누적된 갈등은 이른바 최순실 정국에 접어들면서 대폭발했다. 최순실의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사전 열람 의혹에 이어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한 비리 의혹과 전방위 국정개입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도부 진퇴를 놓고 대충돌이 일어난 것. 친박은 “위기 수습이 먼저”라면서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반면 비박계는 “현 지도부 사퇴 없이는 공멸”이라면서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비박계는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위해 연판장까지 돌린 상태다. 하태경 의원은 “이정현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난국 타개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갈등을 심화시키는 청와대 꼭두각시 노릇만 하고 있다”고 맹비난하며 퇴진을 촉구했다. 더구나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여권 차기잠룡 5인방도 지도부 총사퇴에 가세했다. 이들은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새누리당은 재창당의 길로 가야 한다. 그 길의 첫걸음은 현 지도부의 사퇴”라고 공동성명까지 발표했다.

친박계는 요지부동이다. 이정현 대표는 “위기 수습이 우선”이라며 사퇴를 거부하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위기국면에서 비박계가 당을 흔들어대는 것은 결국 당권 장악을 위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인식이다. 비박계의 집단행동은 사실상 새누리당 분당의 전주곡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총선 공천파동 때와 마찬가지로 친박·비박계의 접점은 없는 모양새다. 브레이크없는 기관차가 마주 보고 폭주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의 최근 모습은 한마디로 내전상황이다. 11월 2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는 당의 내홍을 생중계했다. 이정현 대표와 비박계 5선 중진인 정병국 의원이 공개 석상에서 설전을 벌이며 갈등상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다. 특히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친박·비박은 지도부 총사퇴와 최순실 파문의 해법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정국 인식과 수습책을 둘러싼 양측의 전혀 다른 시각차는 한지붕에 동거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측불허’ 대선정국, 새누리당 단일대오 불가능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계파갈등은 새누리당의 분열을 예고하는 전주곡이다. 97년 대선 당시 신한국당과 꼬마 민주당의 결합으로 탄생한 이후 만20세가 되는 내년 대선국면에서 분당 또는 당 해체가 사실상 예약된 것. 새누리당의 모습은 과거 백년정당을 표방했다가 5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당 주류세력인 친박계 역시 과거 친노세력처럼 폐족의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도 다분하다. 벌써부터 당명 교체, 리모델링, 재창당, 분당 등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거론되고 있다. 

2007년 대선은 열린우리당 해체와 친노의 몰락으로 해보나마나한 게임이었다. 대선패배의 주범인 친노는 이듬해 18대 총선에서 폐족 취급을 당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정치적으로 부활하면 야권의 최대 주주로 재기했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도 친박계가 이대로 주저앉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말 그대로 희망 섞인 관측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의 부활이 어려운 것은 친박계의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미 식물 대통령 수준으로 접어들었다. 또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 좌장 격인 최경환 의원도 위기 국면에서 별다른 공개 행보 없이 잠행모드 속에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 복심인 이정현 대표가 분투하고 있지만 비박계의 총사퇴 요구 속에서 운신의 폭이 좁다.

아울러 최순실 파문의 여파 속에서 과거 친박 브랜드로 공천과 총선의 파고를 넘었던 친박계 의원들은 비박계로의 전향을 시도하는 탈박 행렬에 가세하고 있다. 친박의 몰락은 곧 새누리당의 붕괴와 동의어다. 과거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새누리당은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에 강성 친박만 남은 채 쪼개질 수 있다”고 전망한 것과 놀랍도록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새누리당 내분 과정에서 비박계가 전권을 장악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비박계의 인식은 야당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특히 최순실 파문의 주홍글씨가 새겨진 새누리당이라는 틀로는 내년 대선 전망이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 특히 ‘새누리당=박근혜 대통령’으로 여겨질 정도로 고정관념이 강력한 상황에서 비박계는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길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비박계 4선 중진인 나경원 의원은 “새누리당은 여당으로서 신뢰를 잃었다”며 “저희가 정말 지켜야 할 가치를 빼놓고는 창당과 같은 수준으로 모두 다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참패 직후 정두언 전 의원 이외에도 새누리당의 몰락을 확신한 인사가 있었다. 보수논객으로 유명한 전원책 변호사는 “나는 확신에 차서 대답한다. 새누리당은 반드시 망한다고. 박근혜정부가 끝나면 당명도 바뀔 것이고 붉은 색깔도 버려야 할 것이다. 그들이 오만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어쩌면 새누리당도 해체될지 모를 일이다”고 단언했다. 분당이든 발전적 해체를 통한 재창당이든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보수정당 새누리당의 운명은 공중분해 위기에 내몰렸다. 

김희민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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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우 2016-11-14 14:25:41 211.36.158.231
새누리당의 지도부가 보이는 작금의 태도는 평소 국민의 뜻을 조금도 살피지 않았던 오만과 불손의 여장선상에서 보이는 작태라고밖에 볼수없다.정말 양심이있고 정치철학이있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의 충실한 수행자라는 겸손의 자세를 가진사람이라면
독자 탈당을 선택해야 마땅할것이다.

성누리당 차떼기당 2016-11-04 23:02:34 115.137.11.104
오로지 국민 => 오로지 순실
오로지 민생 => 오로지 그네

어디에도 국민이 없는 것을 안다.
그냥 자폭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