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전국선거인단대회 이후 각종 사안마다 노 대통령과 서로 끌고 당겨주는 식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기 때문.특히 지난 14일 노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에 이은 15일 정 의장의 기자회견은 달라진 당-청 관계를 가늠케 하고 있다. 정 의장은 지난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일자리 창출’과 ‘경제회생’이라는 일관된 요지로 회견을 진행했다.이는 전날 노무현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과 같은 요지의 내용. 청와대와 여당으로서의 공조를 공고히 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 의장이 화두를 던지면 노 대통령이 곧바로 답을 주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당-청간 비공식 채널 가동과 물밑 조율 여부가 관심이 되고 있고, 이 같은 상황은 정 의장과 노 대통령간 ‘차기 대선후보 밀약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더욱이 정 의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역구를 옮길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떤 것이 총선 압승에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느냐에 따라 내가 국회의원을 안 해도 좋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며 기득권 포기 및 지역구 이전의 가능성을 내 비치는 등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종로 출마’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을 열어둔 점은 ‘전국스타로 발돋움, ‘포스트 노무현이 되겠다’는 그의 의지를 실감케 한다.실제 ‘차기’를 노리는 정 의장으로서는 서울에서 당선되면 지역색채를 탈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더욱이 지난 대선 때 민주당 후보 경선에 참가했던 정 의장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경선 참여와 함께 종로에 개인 사무실을 열고 지역 인사들과 접촉을 했다’는 의혹 아닌 의혹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구 파악’을 목적으로 분당 전 현민주당 종로구 지구당 위원장인 이종찬 의원으로부터 ‘종로구 파일’을 넘겨받았다는 이야기도 파다했었다.결국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는 정 의장의 ‘종로 출마설’은, 노 대통령과의 밀약이 없었다 하더라도 이미 충분한 ‘사전준비’를 끝냈고, 지금도 ‘전국 스타’로 거듭나기 위해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의 근거가 되고 있다.반면 정 의장의 ‘종로 출마’에 대한 당내 인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마디로 정의장이 전대를 앞둔 경선과정에서 강조한 ‘사즉생’의 가시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의장이 우리당의 바람몰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이른바 ‘올인’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이와 관련 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정 의장이 안전한 전주를 떠나 위험한 서울로 뛰어드는 비장함을 보임으로써 자신이 내세우는 ‘총선 총동원령’의 도덕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우리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모두가 죽을 각오로 몸을 던져야 한다”며 “호남이 안심되면 (정의장도) 서울로 차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당 일각에서는 ‘정동영 효과’의 극대화 방안으로 비례대표 뒷번호를 배정받아 배수진을 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비례대표 출마 역시 정 의장의 발을 풀어 줘, 전국을 누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이 또한 정 의장의 대선을 ‘예감’한 행보에는 오히려 유리한 작용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더욱이 ‘총선 올인’이라는 일관된 요지의 발언을 통해 우리당의 지지를 촉구하고, 양강구도로 이끌어가는 정 의장의 행보는 ‘총선성적표’에 따라 차기 대권구도의 희비가 교차될 미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도 있다.이에 대해 정 의장은 이런 당 안팎의 쑤군거림에 “갑자기 웬 종로냐”며 제동을 건 상태. 정 의장은 “현재는 수도권보다 호남이 더 어려운 상태”라며 지역구 변경 가능성을 일축했다. 물론 정 의장이 ‘사전밀약’이 있었건, 없었건 자신의 지역구를 고수할 가능성도 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후보군 중 선두권을 유지해온 정 의장은,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이번 총선 관문만 무난히 뚫으면 남들보다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더욱이 정치권이 이른바 ‘정동영 효과’ 때문에 술렁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이미지는 이미 ‘전국 스타’반열에 올랐다. 실제 ‘조작의혹’을 불러오기는 했지만, 우리당은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정동영 효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제치고 지지도 1위로 올라서기 까지 했었다.게다가 ‘새인물’, ‘젊은 기수’를 열망하는 국민들에게 어쩌면 ‘최고의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단지 이름을 알리기 위해’ 안정적으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구를 포기할리 만무하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애써 위험한 선택을 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다.어찌됐건 정치 입문 8년만에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되는 진기록을 만들어 낸 정 의장의 차기 대선 레이스는 이미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종민 kjm9416@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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