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3김이 주도했던 총선과 달리, 이번 17대 총선에서는 지역주의·보스정치 등 정치폐해가 어느 정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도 3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우선, DJ는 ‘정치권 불개입’이라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DJ는 “퇴임한 대통령으로서 국내 정치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고 누차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DJ를 내심 필요로 하고 있는 것도 사실.정치권에서는 DJ의 의중이 호남 표밭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김심’잡기에 한창이다. 이는 ‘DJ 적자’라고 주장하는 민주당과 ‘DJ 정책을 계승했다’는 열린우리당 모두 마찬가지.실제로 1월 1일 ‘새해인사’, 6일 ‘팔순잔치’에서는 DJ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새해벽두, 서울 동교동 DJ 자택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DJ의 핵심 측근 및 민주당, 열린우리당 관계자 등을 포함해 1,500여명이 DJ에게 새배하기 위해 모였던 것.이와 함께 지난 6일’팔순잔치’에서도 DJ의 인기는 상종가였다. 이날 모임에는 국내 내로라하는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 총선이 임박했음을 실감케 했다. 이날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지도부가 출동, 호남표심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는 정치권에서 DJ라는 인물이 가진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최근 ‘DJ의 사람들’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총선 출마를 서두르고 있다. 김중권 전비서실장, 박준영 전공보, 조순영 전정무, 오홍근 전공보수석, 노인수 전사정비서관 등 DJ시절 청와대 비서관들이 출마를 노리고 있다. YS는 본의 아니게 정치권 정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YS가 안풍자금을 당시 강삼재 신한국당 사무총장에게 직접 건넸다”는 강 의원 변호인측의 주장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퇴임 후 그간 직설적인 화법으로 정치권에 ‘쓴소리’를 했던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4일 낮 서울 종로의 YMCA 빌딩에서 열린 ‘민주동지회’ 신년하례식에서도 안풍과 관련해서는 “오늘은 할말이 없다”며 언급을 회피했다.다만, YS의 대변인 격인 박종웅 의원이 “민감한 시기에 당을 분열시키는 세력이 당밖에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는 YS가 이번 ‘안풍사건’을 특유의 뚝심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이와 같이 ‘안풍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YS는 경남 거제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장남 현철씨의 선거 지원도 쉽지 않을 상황이 되고 있다.대통령 퇴임 후 공식적으로 2선 후퇴한 양김과 달리, JP는 이번 총선까지는 자신이 직접 당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지난 16대 총선에서 17석을 얻는데 그쳐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데다, 2002년 대선때’독자후보’를 내지 못한 여파로 탈당이 속출, 10석의 미니정당으로 전락한 자민련을 다시 한번 일으켜 보겠다는 것.이번 총선에서 ‘충청권’에서 바람몰이를 하지 못할 경우, 자민련은 물론 JP의 정치생명은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JP는 충청권에 심혈을 기울리고 있다. 지난 15일 대전·충남과 충북에서 신년교례회를 잇따라 가지며 ‘충청권 사수’를 결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JP의 바람이 통한 것일까. 최근 충청권에서 자민련의 지지도가 상승기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노 대통령의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공약이 지지부진하면서, ‘그래도 자민련’이라는 충청권 민심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를 염두에 둔 듯 JP는 15일 신년교례회에서 “자민련을 만들어준 충청인들이 자민련의 재기를 도와달라. 자민련이 재기해 행정수도 이전에 앞장서는 등 충청인 대변자가 될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박경민 프리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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