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800회 이상 공연, 30만명 관객동원’ ‘유료관객 점유율110%, 객석 점유율 120%’ ‘ 2005 연극부문 1위, 전체공연부문3위’.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이보다 더 사랑받는 연극이 있을까. 누구나 다 알만한 내용의 동화 ‘백설공주’를 각색한 이 연극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바로 백설공주를 사랑하는 난장이 ‘반달이’역을 맡은 배우 ‘최인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연극계에서 드물게 탄생한 스타배우 최인경을 만나 그의 연극 인생을 들어봤다. 지난 2001년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이하 백설공주)’에서 말 못하는 난장이 역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 최인경. 그는 난장이 역을 올해로 5년째 하고 있지만, 여전히 처음 모습 그대로 무대위에 서 있었다. 백설공주를 사랑하지만 초라한 자신의 처지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는 ‘반달이’의 모습은 ‘최인경’이라는 배우 이외에는 아무도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이렇게 자신에게 딱 맞는 배역을 맡는다는 것은 연극하는 사람들이 평생 한번 만날까 말까 하는 행운이라고 한다. 5년이 지난 반달이의 모습은 예전과 얼마나 달라졌을까.
600회 공연, “늘 한결같데요”
“반달이요? 사실, 처음 공연을 시작할 때는 저도 짝사랑 하던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더 쉬웠어요. 하지만 주위에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늘 똑같다고 하더라고요(웃음).”사실 그의 인생에서 ‘반달이’의 역할은 굉장히 크다. 대히트를 기록한 연극의 타이틀뿐만 아니라 지금 연극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사실 연극에 회의를 느껴서 포기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대학교 4학년 때 아동 의류 회사에 취직했는데, 제가 다니던 회사 사장님이 유시어터의 사장님과 친분이 있어서 저를 추천해 주셨어요. 그렇게 시작한 ‘백설공주’는 제가 다시 연극을 할 수 있게 해준 아주 고마운 작품이에요.”사실 백설공주는 지난 5년간 관객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연극 1위에 올랐고, 전회 공연이 전석 매진되는 진풍경을 낳으며 연극계의 돌풍을 일으켰는데, 최인경씨는 그 이유로 ‘관객들의 공감대 형성’을 꼽았다. “처음에는 이 연극이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 몰랐거든요. 어린이날에 맞춘 아동극이었을 뿐인데, 이제는 어른들이 더 좋아하세요. 사실, 내용이 짝사랑이어서 여기에 공감하는 관객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제가 극중 남자 난장이로 나오기 때문에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던 남자분들도 많이 좋아해 주세요.”
“저에겐 연극이 딱인 것 같아요”
최인경씨는 백설공주 초연 이후 반달이 역을 3년 동안 하다가 지난해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창작 뮤지컬인 ‘사랑은 비를 타고’의 여주인공 유미리 역을 맡아 열연하기도 했다.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활동을 하고 있는 그에게 연극과 뮤지컬 중 어느 것이 더 잘 맞을까. “연극은 작은 공간에서 관객과 호흡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매력적이에요. 뮤지컬은 춤과 노래, 연기를 모두 잘해야 하고, 관객과는 약간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대신 뮤지컬은 웅장하고 멋진 무대를 선사할 수 있죠. 그런 면에서 저는 관객에게 직접적인 전달력이 강한 연극이 더 좋은 것 같아요.”최인경씨는 최근에 개봉한 영화 ‘야수와 미녀’에서 섹시한 재즈 여가수로 변신해 연극과 뮤지컬, TV에 이어 스크린까지 도전장을 내밀었다.
“연극과 뮤지컬, 영화는 몇 개월간 서로 동고동락하기 때문에 서로 유대감도 좋고, 가족 같은 면이 있어 재미있는데, 방송연예 부분은 솔직히 아직 두렵기도 하죠.”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로 스타배우가 된 특별한 인연 때문인지 최인경씨는 아직도 “무대가 너무 좋다”며 연극무대에 대한 사랑을 내비쳤다. “관객들이 저의 표정을 하나하나 가까이서 볼 수 있고, 저 역시 관객들의 눈을 바라보며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무대’야 말로 제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닐까요.(웃음)”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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