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입당할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에 미달하는 1당 또는 2당을 차지하면 민주당 의원들을 개별 영입, 과반 의석 확보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권력구조 문제도 총선이후 초미의 관심사다. 우리당은 당무감사 문건 파동으로 한나라당에서 주류 비주류간 갈등이 첨예화할 때만 해도 과반수 의석은 달성 못하더라도 제1당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우리당 이재정 총무위원장은 “영남과 수도권에서 바람을 일으킬 경우 내심 `’반타작’을 기대하고 있고, 특히 새 지도부 출범과 동시에 호남과 수도권의 70%정도를 얻어 130석 가량으로 1당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내분이 진정국면이고, 민주당이 호남권과 수도권 공세를 강화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한나라당 이상득 사무총장은 “텃밭 영남에서 65석중 60여석 이상 확보하고 수도권 86석 중 40%정도를 합쳐 140석 안팎으로 원내 1당을 고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같은 판세를 바꿀 변수는 아직 남아 있다. 우리당이 현재 지지율을 3~4% 포인트 올려 영남권에서 한나라당 표를 잠식한다면 수도권 경합 지역에서도 한나라당의 고전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이 인물에서 여권프리미엄을 얹은 우리당에 밀리는 지역이 많다는 이유도 변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역구 증원문제에도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7대 총선에서는 어느 정당도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정국은 이래저래 혼미를 거듭할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우리당은 현실적으로 과반수 의석에 미달하는 제1당이 되거나, 한나라당에 근소한 차이로 뒤진 2당으로 처질 경우 정계 개편이나 권력구조 개편에 나설 것으로 정치 관측통들은 예상하고 있다.
시나리오 1
우리당이 120석 이상을 확보, 과반 의석에는 미달되지만 대승을 거둔 상황이 가정된다. 문제는 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어느 정치 세력과 연합하느냐는 것이다. 각 당 관계자들은 우리당이 1당을 차지했기 때문에 권력구조 개편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개별 영입하는 형태로 과반 의석을 만들지 않겠느냐고 전망한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우리당에 입당하는 경우도 점쳐지고 있다. 정동영 위원장이 호남권에서 우리당 후보들을 당선시키는데 바람을 일으켰다고 평가받을 경우이다. 민주당 의원들로서는 DJ이후 호남권의 새로운 리더십 교체로 보고 우리당쪽으로 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만약 개별적으로 영입하거나 자발적으로 입당한 민주당 의원들과 친여 무소속 당선자들로 과반 의석이 확보될 경우 우리당은 자연스럽게 정권 재창출을 위해 당내 대권 후보군의 경쟁 체제로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되면 노무현 정부가 정국운영과는 별개로 대권주자들의 행보를 막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동영 위원장이나 김근태 대표가 모두 총선에서 살아온다면 노무현 포스트 경쟁은 본격화할 수밖에 없다. 우리당에 1당을 빼앗긴 한나라당의 경우도 상황은 복잡해질 전망이다. 서청원 전대표 등 비주류 그룹이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최병렬 대표의 2선 퇴진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내홍에 휩싸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총선 전 약속한대로 전당대회를 조기에 개최해 신임을 묻는 방식으로 당내 안정을 도모할 개연성이 높다고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예상한다.
시나리오 2
한나라당이 120석 이상을 차지하고 우리당이 100석 이상을 확보하는 상황이 가정된다. 한나라당으로선 선거 직전 의석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원내1당을 유지, 승리라고 보는 상황이다. 최병렬 대표는 5월 전당대회에서 비주류의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지만 총선 승리를 기반으로 친정 체제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우리당 시각은 다르기는 하다. 우리당 관계자는 “우리당이 100석에 가깝게 2당을 차지할 경우 지난 15대 총선에서 국민회의가 78석 얻는데 그친 것에 비하면 여전히 비약적인 승리인 만큼 한나라당이 이긴 것이 아니라 양당이 비긴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당으로선 역시 노무현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과반 의석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에도 제3당으로 전락한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전망이 많다.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은 내각제 개헌을 중심으로 한 권력구조 개편을 고리로 정치적 생존을 도모할 것으로 우리당과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한나라당 쪽에선 이에 맞서 최병렬 대표가 조기 전당대회에서 재신임을 받아 친정 체제를 구축, 차기 대선 준비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우리당의 정권 재창출이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우리당으로선 영남, 강원, 수도권 40% 그리고 충청 일부를 한나라당이 휩쓴 상황에서 한나라당에 맞설 후보를 고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시나리오 3
한나라당 120석, 민주당 90석이상 확보, 우리당이 30석이하의 제3당으로 전락하는 시나리오다. 우리당이 큰 차이로 대패한 상황이다. 이 경우 노무현 대통령으로선 민주당 몇몇 의원들과 친여 무소속 의원들을 영입하는 것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에 다시금 ‘권력구조 개편’ 카드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도 내각제 개헌 가능성을 닫아 놓은 것은 아니다. 야당도 대통령제로는 정권 탈환이 어려울 것으로 인식, 진지하게 내각제 개헌을 추진할 개연성이 없지 않다고 한나라당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여야가 내각제 개헌을 추진한다면 그 실현 방안이 무엇일까. 이와 관련, 노대통령과 야권의 대타협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범야권의 협력을 얻기 위해선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 노무현 탄핵 등 정권을 비난해 온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치적 입장을 뒤집는데 필요한 명분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최병렬 대표 친정 체제의 한나라당이 내각제 개헌을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내각제 개헌은 호남, 충청, PK가 권력을 분점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최대표로서는 강한 거부감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치부 총선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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