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정 대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해법으로 ‘거국중립내각’ 구성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여야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당초 거국내각 제안은 야권에서 먼저 제기됐지만 현재는 여권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야권이 이를 저지하는 모양새로 바뀌었다.
야권에서 박근혜 대통령 '비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해법으로 내놓은 '거국내각' 구상에 새누리당이 적극 호응하고 나서면서 정국에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청와대와 함께 위기에 내몰린 새누리당 입장에선 거국내각으로 국정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거센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 이에 야당은 당연히 여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새누리당의 수용으로 급물살을 탈 것 같았던 정치권의 거국내각 논의는 야권의 저지로 일단 멈춘 상태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새누리당의 거국내각 수용을 면피용으로 규정하며 “(거국내각은) 진상규명 할 수 있는 특별법에 의한 특별검사를 통해서 납득할만한 조치가 있을 때 논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국민의당은 대통령의 탈당까지 거국 내각의 선결 조건으로 달기에 이르렀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거국중립내각 구성의 선결 조건은 최순실 사건의 철저한 조사와 대통령의 눈물 어린 반성,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거국내각은 정치적 용어일 뿐 별다른 법적 근거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이 권력의 최고 정점에서 내각을 임명하고 행정부의 책임을 지는 대통령제의 구조와 상충된다. 과거 논의에 비춰보면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 대통령이 당적을 버리고 여야가 함께 내각을 구성해야 거국내각으로 부를 수 있다는 정도다. 더욱이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현재 논의엔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모든 직무를 거국내각에 맡겨야 한다는 조건도 추가된다. 결국 여야가 각자 그리는 차기 내각과 권력구조의 형태는 해석에 따라 거국내각일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