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초심으로 돌아온 배우 허이재, 연기 본능으로 공백을 넘어서다
[스타인터뷰] 초심으로 돌아온 배우 허이재, 연기 본능으로 공백을 넘어서다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6-10-31 22:33
  • 승인 2016.10.31 2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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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있던 시간들 영화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 깨닫게 된 '특이한 시간'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5년 만에 공백을 깨고 돌아온 배우 허이재가 SBS 일일드라마 ‘당신의 선물’로 브라운관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데 이어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우주의 크리스마스’를 통해 숨겨왔던 연기 본능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그는 젊은 나이에 경험한 결혼과 이혼이라는 아픔을 특이한 시간이었다고 회고하며 새로운 연기 인생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은퇴 당시 아쉬움을 연기로 위로하고 있는 허이재의 도전기를 만나봤다.

영화 ‘우주의 크리스마스’에서 26살 주인공 ‘성우주’를 연기한 허이재는 이번 작품을 통해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로 다시 접어들었다.

그는 최근 용산구 한남동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개봉소감과 함께 근황을 전했다.

허이제에게 이번 작품은 5년 만에 연기활동을 시작한 출발점이다. 그는 “오랜만에 바쁘다 보니깐 감사함을 알게 되는 것 같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영화가) 잘 나와서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체적인 흐름이 맘에 들었다는 그는 “한명의 주인공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이 서로 주고받는 에너지를 통해 그 이후가 바뀌는 그런 상황들을 전체적으로 조명한 느낌이 특히 맘에 들었다”고 강조했다.

김경형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작품에 들어가기 전부터 자주 뵙고 얘기도 나눴지만 별다른 주문이 없었다. 그저 배우가 카메라 안에서 연기를 하기 보다는 분위기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나오기를 바라셨던 것 같다”고 큰 부담감 없이 촬영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더욱이 이번 작품은 드라마 촬영 전 복귀 후 가장 먼저 시작한 현장인 만큼 허이재에게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계기이자 고향이었다.

그는 “이번 작품이 여배우 위주가 중요한건 아니었다. 그저 내가 맡은 역할을 잘 해나가는지가 중요했다”며 “내가 도드라져 보이고 싶지 않았고 실제 지수 언니가 30대 우주를 굉장히 잔잔하게 잘 잡아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촬영 현장이었지만 오랜만에 복귀한 만큼 어김없이 오디션이라는 관문을 넘어서야 했다.

허이제는 “오디션을 봐야 된데요. 어떤 배우를 정해놓고 생각하신 게 아니었다. 무조건 가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오디션 장에서 미쳐 전달 받지 못했던 시나리오를 받았다. 전도연 선배님이 나오셨던 ‘너는 내 운명’ 시나리오였는데 절절하게 우는 장면이었는데 오디션용이었다. 미처 준비는 못했지만 작품을 꼭 하고 싶어 ‘하자’라고 마음먹고 눈물 콧물 다 흘렸다”고 회상했다.

더욱이 그는 오디션에서 오열하는 장면을 연기하는 동안 상대 배역을 조감독님의 밋밋한 대사에 반응해야 할 정도로 감정을 몰입하기 힘든 상황임에도 그저 다시 연기를 시작하겠다는 각오로 덤빈 셈이다.

허이재는 당시 소감에 대해 “예쁘게 운 것도 아니다. 그저 자존심을 내려놓고 하니 에너지가 좋았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에게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는 공감으로 통했다. 그는 “살다보면 종종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음료 한잔을 마실 때도 선택이 필요하다. 수많은 선택은 크고 작은 후회들로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영화 속 20대 우주(허이재 분)가 아픈 엄마를 뒤로 한 채 사랑을 위해 터미널에서 버스에 올라타는 장면에서 촬영 직전까지 우주는 따라 간다고 생각하지 않고 연기 했다”며 그 미묘함을 드러내기 위해 스스로 우주가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허이재는 골동품가게에 들어서는 장면에 가장 애착을 느낀다며 “개인 적으로 개인의 삶을 세세하게 비춰주는 영화를 좋아한다. 첫 장면에서 들어서는 데 기분이 묘했다. 판타지 적이면서도 비슷한 인생을 걷는 사람이 약간 다른 세계로 들어오는 듯한 오묘한 분위기가 매력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런 연기로 표현되는 미묘함들이 다시 연기자의 길에 발을 내딛게 돼는 계기이자 그리움이었다는 게 그의 솔직함이다.

허이제는 그간의 개인사에 대해서도 솔직했다. 선뜻 이혼에 대해 말을 꺼낸 그는 “속상하거나 슬프다. 또는 성숙했다는 아니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알게 해준 시간인 것 같다”고 표현했다.

또 그는 “그런 의미에서 뜻 깊었던 것 같다. 사람은 성공을 위해서 살고 싶어 한다. 실패를 하고 싶지는 않다. 정체가 됐던 배우로서 커리어가 중단된 시간이었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특이한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허이재는 일찍 연기자로 데뷔한 덕에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삶이 없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을 통해서 평범한 삶도, 아이 엄마로서의 모습도, 자신이 영화를 정말 사랑하는 것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덕분에 허이재는 연기를 다시 하지 않았더라도 영화와 관련된 일을 시작했을 거라고 말할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요즘 드라마 촬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그는 일단 이것부터 잘 해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갈 길도 많이 남아 있고 계속 생각하고 조금씩 행동에 옮기다 보면 가고 싶었던 목표에 가깝게 도달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만큼 당분간 연기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허이제는 “장르나 캐릭터에 치중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영화 쪽에 더 익숙한 것 같다”며 “연기할 때도 영화감독님의 반응이 더 좋았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첫 촬영 때 감독님이 한마디만 하셨다. ‘연기하려고 하지 말고 뭔가를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아무 것도 마음에 담아 두지 마’라는 말이 지금까지 계속 생각이 난다”고 말해 부담이 아님 연기를 즐기고 싶은 속내를 드러냈다.

그런 마음가짐 덕분에 스스로의 선택했던 삶에 대해서도 아쉬움보다는 자양분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삶이) 특이 하다고 생각한다. 결혼도 일찍 했고 이혼도 일찍 했다. 그다지 평탄하지 않은 길일 수 있지만 이런 직업 덕분에 여러 가지 연기를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이 됐다. 멀리 봤을 때 최악이라고 생각해 본적은 없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이재는 미소를 지으며 “물론 아픔을 겪고 성숙한 것보다 아무 아픔도 겪지 않고 사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넋두리를 늘어놔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서른 살의 소감을 묻자 그는 “나이를 전혀 생각 안하고 산다. 서른이 되니깐 생각도 깊어졌을 것 같고 성숙해졌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저는 그대로인 것 같다. 성숙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단정 지으며 “성숙이 좋은 의미도 있고 자극에 담담해지는 것도 있다. 스물아홉 살 때와 똑 같은데 달라졌을 거라 생각해 주는 게 신기하고 왠지 성숙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지만 아직 철이 안 들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뭐든지 정답은 없다”는 말로 자신의 서른 살 모습을 정의했다.

앞으로의 연기 활동에 대해 허이재는 아직 다음 작품을 정하지 않았다면서 “어떤 작품으로 찾아뵙든 지 연기를 못하지 않고 잘 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노력을 하면서 살겠다.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당찬 각오로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송승진 기자>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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