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노량진수산시장 대립 장기화…경비업체만 싱글벙글
수협-노량진수산시장 대립 장기화…경비업체만 싱글벙글
  • 신현호 기자
  • 입력 2016-10-30 18:17
  • 승인 2016.10.30 18:17
  • 호수 1174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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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이나 쏟았는데…“정작 해결은 못했다”
▲ <뉴시스>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노량진수산시장 상인과 수협의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 시장의 공실 관리를 담당하는 경비업체에 거액이 지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는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을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등 갈등관리에 실패한 이 업체에 수십억 원이 낭비됐다는 지적이다. 1년여간 이어지고 있는 수협과 상인의 갈등은 신축 건물의 잔여 점포 분양이 재개되면서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현대화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지난 2004년부터 천천히 모습을 바꿨다. 기존 시장의 노후화로 인한 시설 및 식품 안전성 문제와 도심형 관광명소화를 위해 추진된 이 사업은 지난해 말 지하 2층·지상 6층의 규모의 신축 건물이 완공되면서 종료됐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은 새 건물로의 이전을 거부했다. 신축 건물이 수산물 도매시장에 맞는 기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이 때문에 올해 초 상인과 수협 측이 심한 몸싸움을 벌이는 등 아찔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법상 제약 피하려
계약직 고용 의혹

상인들의 이주가 쉽지 않았던 만큼 양측의 갈등을 관리할 업체가 투입됐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수협은 자회사인 ㈜노량진을 통해 옛 시장 공실 관리 등을 이유로 경비업체 S사와 지난 3월부터 용역을 체결했다. 공실 관리는 새 시장으로 상인이 이주하고 공석으로 남은 기존 판매장·시설물 등에 무단점유가 발생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업무다.

경향신문의 최초 보도에 따르면 처음 계약기간인 지난 3월 21일부터 6월 20일까지 3개월간 수협은 S사에 용역대금 명목으로 8억1805만 원을 지급했다. 이후 매월 2억5000만 원에서 3억 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계약이 유지되며 10월까지 총 18억4371만 원이 지급됐다. 추가 계약 대금까지 모두 더하면 2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 시장에 남은 일부 상인들은 경비업법상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경비업체 직원을 계약직으로 고용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수협은 옛 수산시장 이주 업무지원 등의 명목으로 계약직 직원 4명을 용역계약이 시작된 날 신규 채용했다. 상인들은 이들 직원이 S사에서 근무하던 용역직원들이며 경비업법상 경비업체가 담당할 수 없는 시설물 철거 등을 맡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수협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초창기 안전관리 차원에서 인원을 대거 투입해 비용이 많이 들었고 지금도 인원 유지를 위해 한 달에 2~3억 원 대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계약직 직원들은 경비업체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로, 추천이나 모집을 통해 선발한 인원”이라고 설명했다.

수협-수산시장
파국 치닫는 갈등

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둘러싼 수협과 상인 간 갈등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중단됐던 새 건물 잔여 공간의 일반 배정이 다시 이뤄지면서 사실상 해결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새 건물로 이주한 상인은 전체 654명 가운데 384명(59%)으로 절반을 겨우 넘었다. 아직도 270명은 이주하지 않은 채 옛 건물에 머물러 있다. 이런 가운데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는 지난 28일부터 2주간 수산시장 잔여 점포를 배정하기 위한 일반인 접수에 들어갔다.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신축 시장으로 이주를 거부하는 상인들에게 초강수를 던진 셈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앞서 지난 9월 수협 측은 일반인 대상으로 새 건물의 잔여 공간 배정을 결정했지만 잔류를 고집하던 기존 시장 상인 가운데 60여 명이 이주 의사를 밝히자 모집 절차를 중단한 바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의 매출은 양측의 갈등으로 하락세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시장 경매 거래 실적은 총 646억9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올린 실적(757억4200만 원)보다 100억 원 이상 축소됐다.

수협 측은 일반인 공고와 별개로 옛 시장 상인들의 불법 영업에 대한 명도 소송을 계속 강행할 방침이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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