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에서 ‘불륜’이 영화의 소재로 사용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과거 영화속에서 ‘불륜’을 바라보는 시각은 추잡하고 탐욕스러운 그 무엇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끝을 알기에 가슴 시린, 마음 아픈 불륜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있다. 변영주 감독의 ‘밀애’(2002년 11월 개봉작)와 이재용 감독의 ‘정사’(1998년 10월 개봉작).크리스마스 오후, 서른 살의 전업주부 미흔(김윤진 분)의 집에 찾아온 빨간 스웨터의 여자. 그 여자가 미흔의 남편을 ‘오빠’라 불렀다. 그 날 이후 미흔은 이유없이 두통에 시달리고, 미흔의 가족은 한적한 시골마을로 이사를 간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그 시간, 이 마을에는 여자와의 섹스를 즐기는 의사 인규(이종원 분)가 있었다. 그리고 뜨거운 햇살이 내비치는 날, 이들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남편의 외도로 인해 괴로워하던 여자가 그 역시 치명적인 불륜에 빠져든다는 설정이다. 불륜인줄 알면서도 헤어 나오지 못하는 여주인공, 하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었다.
어느새 마을에는 소문이 나고, 결국 여자는 안락한 가정보다는 자신에게 찾아온 짜릿한 사랑을 선택한다. 하지만 불륜의 끝은 비극이 되고 마는 것이 현실. 그런가하면 영화 ‘정사’에서의 불륜은 더 자극적이다. 주인공 서현(이미숙 분)은 능력있는 건축가 남편과 10살짜리 아들을 둔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주부. 일로 바쁜 동생의 결혼식 준비를 대신하게 된 서현은 동생의 남자 우인(이정재 분)을 만난다. 처음 본 순간부터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진 서현과 우인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빠져들고 은밀한 관계를 이어간다. 동생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여자, 약혼녀의 언니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 둘의 앞에 닥쳐올 상처가 두렵지만, 결코 멈출 수 없는 그들. 그들의 불륜은 사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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