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트라다무스 뺨치는 ‘밀회’의 예언
노스트라다무스 뺨치는 ‘밀회’의 예언
  • 권녕찬 기자
  • 입력 2016-10-28 20:46
  • 승인 2016.10.28 20:46
  • 호수 1174
  • 2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순실-정유라’ 모녀 사건 빼닮아 ‘소오름’
국정개입 파문을 일으킨 '비선실세' 최순실(60)씨

부정 입학·엄마는 무속인·최태민까지 등장

현실 같은 드라마에…작가 “우연의 일치”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온 나라가 어지러운 가운데 종합편성채널 JTBC의 한 드라마가 화제다. 2014년 방영된 이 드라마는 마치 2년 후를 예언이라도 하듯 작금의 사태와 닮아 있다. 드라마 ‘밀회’를 쓴 작가가 이를 미리 알고 썼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우연의 일치하고 하기엔 놀랍도록 현실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일종의 ‘예언서’로 회자되고 있는 밀회가 때 아닌 다시보기 열풍이 불고 있다.

밀회는 2014년 3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두 달여간 방송된 종편 드라마다. 드라마에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보도된 사실들과 비슷한 장면이 수도 없이 나온다.

현실-드라마 ‘쌍둥이’

첫 번째로 등장인물 중 조연으로 최순실(60)씨의 딸 정유라(20)씨와 똑같은 이름의 배역이 등장한다. 이름만 같은 것이 아니다. 드라마 속 정유라도 부모의 영향력으로 명문대 음대 피아노과 특기생으로 입학한다. 자연스럽게 현실 속 정유라가 이화여대 승마 특기생으로 논란이 일었던 입학 특혜 의혹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드라마 속 정유라는 대학재단 이사장과 밀접한 사이인 엄마 백 선생 덕분에 입학은 무난히 했지만 학교를 거의 다니지 않아 낙제점을 받을 처지였다. 그런데 엄마가 학교를 찾아가 교수를 만나자 학점 문제가 말끔히 해결됐다.

현실의 정유라 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 씨는 이대 입학 후 잦은 결석으로 제적경고를 받고, 부실한 과제물을 제출했음에도 평균 이상의 학점을 받았다. 엄마인 최 씨가 지도교수를 방문한 뒤 지도교수가 교체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그 뒤 학칙이 변경됐고 정 씨는 소급 적용까지 받았다.

극 중 정유라는 피아노에 소질을 보이지 못한다. 이에 담당 교수들은 ‘윗선’의 비호를 받는 그를 두고 난감해하는 모습도 보인다. 또 정유라는 명문 음대에 15등 중 15등으로 간신히 입학했다.

정 씨도 이런 경험이 있다. 정 씨는 2014년 6월 경북 상주에서 열렸던 아시안게임 승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특혜 의혹을 받았다. 당시 1라운드에서 큰 실수를 했던 정 씨가 2,3 라운드에서 갑자기 고득점을 올리며 국가대표에 턱걸이로 붙은 것이다. 선발전이 끝나고 탈락한 선수의 부모들이 정윤회, 최순실 씨에게 달려가 “정권 바뀐 뒤에 감옥에서 보자”고 경고할 만큼 격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화에서 피아노과 조교가 입학 실기시험을 앞두고 수험생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에서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124번 이선재(유아인), 125번 정유라, 126번 최태민.” 최순실 씨의 아버지이자 정유라 씨의 외할아버지인 ‘최태민’씨의 이름이 불린 것이다.

최태민 씨는 과거 기독교·천도교·불교를 합쳐 ‘영혼합일설’을 주창하고 스스로를 태자마마라고 칭한 ‘기이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또 그가 자녀들 중에 최순실을 가장 총애한 이유는 최순실이 꿈을 통한 자신의 예지력을 이어 받았다고 여겼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극 중 엄마 백 선생은 투자전문가로 위장한 ‘무속인’으로 나온다.

이게 끝이 아니다. 최순실 씨 측근이자 K스포츠 재단의 자회사 ‘더블루K’의 이사 고영태(40)씨가 ‘호스트바’ 출신이라는 보도가 나왔는데, 드라마에도 이와 유사한 장면이 나왔다. 5회에서 극 중 예술재단의 딸이 호스트바 출신 어린 남성을 만난 뒤 그를 사업파트너로 둔갑시킨다. 이후 그에게 상위 1%를 위한 수입의류매장을 차려주게 된다.

고 씨는 8~9년 전까지 강남 호스트바 출신으로 일하다 2008년 패션업계에 발을 들이며 가방제조업체 ‘빌로밀로(villomillo)’를 세웠다. 이듬해 ‘김남주 가방’으로 유명세를 탔다. 고 씨는 2012년에 박근혜 대통령의 가방 디자인을 맡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 씨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상류층 여성’, ‘호스트바 출신의 젊은 남성’, ‘의류 사업’ 등의 요소가 최순실, 고영태 씨와 ‘오버랩’ 된다. 극의 후반부에는 최순실 모녀가 해외로 도피한다는 점도 현재 그들의 행적과 빼닮았다.

드라마 같은 현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밀회를 쓴 정성주 작가가 이를 미리 알고 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성주 작가가 이대 출신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한 누리꾼은 “알고 보니 드라마가 아니라 예언 다큐멘터리”라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정말 우연이라면 작가가 작두 탄 수준”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또 “드라마에 번호 6개는 안 나오나요? 로또 좀 하게…”라는 누리꾼도 있었다.

하지만 정성주 작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정 작가는 “우연의 일치”라며 “이 문제에 대해 딱히 드릴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러 사실들을 종합하면 이는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보도에 의하면 정유라 씨는 2015년에 정유연에서 정유라로 개명했다. 드라마가 방영되던 시기는 2014년이다. 시간차가 있다. 2014년에는 정유연이었고, 당시 고등학생이었다.

다만 제작진이 대학과 사회 곳곳의 권력층 등의 숨은 스토리를 세밀하게 취재하고,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현실이 드라마 같고, 드라마가 현실 같은 작금의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이 드라마가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