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등기이사 선임…3세 경영인 시대 개막
이재용 등기이사 선임…3세 경영인 시대 개막
  • 오유진 기자
  • 입력 2016-10-28 19:56
  • 승인 2016.10.28 19:56
  • 호수 1174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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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의사결정과 민·형사상 책임 떠안아

‘갤럭시 노트7’ 단종 여파 해결사로 나서

등기이사 선임된 이 부회장 실무부터 챙겨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 퇴진 이후 8년여 만에 삼성 오너 일가 구성원이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로 등재된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등재가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의 해결과 삼성의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48기 임시 주주총회(이하 주총)를 열어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고 운영책임자로서 수년간 경영 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쌓았고 지난 2년간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실적 반등과 사업 재편을 이끄는 등 경영자로서 역량과 자질을 충분히 보였다”며 이사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또 그는 “이사회는 급변하는 사업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적인 경영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의 퇴진 이후 8년 6개월 만에 삼성 오너 일가의 구성원으로서 등기이사직을 맡았다. 앞서 삼성 오너 일가 중에는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계열사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상무보와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1991년 삼성전자 입사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가 되면서 기존 등기이사인 이상훈 경영지원실장 사장(CFO)은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기존대로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 등 총 9명 체제로 운영된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DS부문장),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CE부문장),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IM부문장) 등과 함께 4명의 사내 이사진이 됐다. 등기 사외이사는 이인호(전 신한은행장), 김한중(전 연세대 총장), 송광수(전 검찰총장), 이병기(서울대 공대 교수), 박재완(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다.

특히 주총에서 외국인 기관 투자자를 비롯해 주주들의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찬성 의견을 권고했으며 지분 8.69%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투자위원회를 열어 찬성 의견을 냈다. 삼성전자 측에 회사분할과 특별배당 등을 요구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도 주총에서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8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면서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갤럭시 노트7’의 발화 이슈로 이동통신사와 협의로 ‘갤럭시 노트7’ 제품의 판매와 교환을 중단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제품 교환과 환불을 실시하는 중이다.

해결사로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는 28일 3분기 매출 47조8200억 원, 영업이익 5조2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갤럭시 노트7’ 단종 여파와 환율 영향 등으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줄고 영업이익은 29.7% 감소했다.

이에 삼성전자에 닥친 위기를 해결 해줄 해결사로 이재용 부회장이 나선 것. 그는 삼성전자 이사회의 요청을 받아 등기이사 추천을 수락했고 삼성전자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박수를 받으며 이사회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등기이사에 오른 이 부회장은 당장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를 수습하고 삼성의 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그는 그만큼의 책임이 뒤따른다.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정관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 회사와 연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부회장 역시 등기이사로 법이 규정한 책임과 의무를 따라야 하며, 이사회에도 참여해 회사의 중요 결정에 직접 참여한다. 또 매년 연봉을 공개해야 하는 등의 의무도 늘어나게 된다.

또 이 부회장은 사업계획이나 투자, 채용, 인사 등 경영의 주요 의사결정 책임과 그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안게 됐다.

등기이사로 취임한 이 부회장의 첫 행선지는 미국으로 글로벌 행보에 나섰다. 삼성 측은 28일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다루는 임시주주총회에 앞서 미국으로 출장을 떠났다고 밝혔다.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후보가 주주총회에 참석한 전례가 거의 없으며 책임경영에 나선 이 부회장이 실무부터 챙긴 거라는 업계 관계자의 해석이다.

첫 행선지는 미국으로

앞서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취임 후 첫 행보는 유럽으로 추진됐다. 피아트크라이슬러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 건을 마무리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갤럭시 노트7 사태와 세탁기 폭발 논란에 이어 엘리엇 측의 서한까지 들어오면서 첫 출장지를 미국으로 변경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에서의 이 부회장의 일정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와 세탁기 폭발 논란으로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 대한 점검도 있겠지만 최근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한 엘리엇(미국계 헤지펀드)의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현지 의견을 들어보고 논의하는 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주재로 엘리엇 측의 공개서한에 담긴 제안들을 어떻게 대응할지 회의를 진행해왔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해외 주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도 친구처럼 지낼 정도로 이건희 회장보다도 글로벌 인맥의 폭이 넓어서 사안이 발생하면 수시로 직접 연락해 만나기도 하고 전화도 주고받는다”며 “글로벌 행보는 등기이사로서 책임경영에 나선 이 부회장이 최근의 현안과 향후 비전에 대한 다양한 조언을 듣는 차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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