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지난 20일 방송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에서 신경섬유종으로 고통받고 있는 심현희 씨의 사연이 소개된 이후 10억 원의 후원금이 모금됐다. 이에 심현희 씨는 자신을 향한 뜨거운 관심과 응원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 사랑을 품에 안고 평생 씩씩하게 살아가겠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심현희 씨의 성공적인 수술과 기적적인 회복을 바라는 온 국민의 마음이 담긴 세상의 따뜻한 이야기가 훈훈함을 더해준다.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제작진은 “2년째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집 안에만 갇혀 지내는 딸을 도와달라”는 아버지 심영기(63세) 씨의 제보를 받고 심현희(33세) 씨를 만났다.
심현희 씨는 2살 때 녹내장을 앓기 시작해 13살에 시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게다가 18세부터 신경섬유종이 발생해 지금은 늘어진 피부가 얼굴을 다 덮어버렸다. 심지어 선천적으로 머리 일부분은 뼈가 자라지 않아 심하게 함몰된 상태다.
심현희 씨의 아버지는 그녀의 병에 대해 “얼굴 살이 늘어지고 혹 같은 게 온몸에 나는 그런 병이다. 이제는 입 벌리기도 힘든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19세 때 수술을 시도했었지만 수술 과정 중 출혈이 심해 수술을 중단했고, 6개월간 중환자실에 머물러야 했다.
이후 생명을 건 수술을 망설여왔지만, 근 2년 사이 병이 심해져 식사와 말하는 것마저 힘들어진 딸을 위해 아버지가 제보를 한 것.
심현희 씨의 아버지는 “(함몰된 부분에) 인공 뼈를 했었는데 학교에서 다쳐서 깨졌다”며 “함몰 부위가 너무 넓고 두피를 당겨서 감싸야 하는데 당길 게 없어서 인공 뼈로 씌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금 살아있는 게 기적이죠”
심현희 씨의 아버지는 “(딸이) 지금 초등학교 2학년 정도(의 체구다). (팔이) 이렇게 가늘다. 이게 33세 먹은 사람의 팔인가?”라며 속상해했다. 현재 심현희 씨는 키 130cm에 몸무게는 30kg에 불과하다.
심현희 씨는 말하는 것조차 어려워 사람들과 컴퓨터 자판을 통해 대화한다.
심현희 씨는 제작진과의 대화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 시선이 싫다” “예쁘게 화장도 하고 예쁜 옷도 입고 싶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려 시청자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심현희 씨가 앓고 있는 신경섬유종이란 피부와 중추신경계의 특징적인 이상을 동반하는 신경피부 증후군 중 하나다. 뇌의 발생 초기에 신경능선이 분화 및 이주하는 과정에서 이상이 발생한 질환이다.
레클린하우젠(Recklinghausen)병이라고 부르는 이 병은 모두 8가지 형이 있으며 다발성 신경섬유종, 담갈색 피부반점, 홍채의 Lisch 소결절을 특징으로 갖는 제1형이 가장 흔하다.
신경섬유종은 50% 이상이 유전 질환으로 인해 발병하며 뇌, 근골격계, 피부 등에 발병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위장관 등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별한 예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현희 씨의 어머니 김금난 씨는 심현희 씨의 얼굴이 이런 상태가 된 게 왠지 자기 탓만 같다. 김금난 씨 역시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 전까지는 괜찮았는데, 심현희 씨를 임신한 이후 온몸에 혹이 나기 시작했다는 것.
아버지 심영기 씨 역시 심현희 씨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심영기 씨는 “(현희가) 하루가 다르게 힘들어하고, 걸어 다니던 것도 못 걷는다”며 “(몸을) 질질 끌고 다니고, 밥 먹다가 한 번 사레가 들리면 금방 숨이 넘어갈 것처럼 그치질 않더라”며 오열했다.
초고난도 미세수술 필요
심현희 씨는 일상생활조차 힘든 현 상황에서 벗어나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 바람을 드러냈다.
이에 제작진은 심현희 씨의 신경섬유종을 치료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병원을 찾았다.
심현희 씨의 상태를 살펴본 의사는 “(의료진들의) 의견이 반반이었다. 수술할 경우 환자의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심현희 씨의 얼굴에 있는 혹이 현재 빠른 속도로 커져 후에 악성으로 바뀔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소견도 밝혔다.
이에 제작진은 심현희 씨에게 “수술이 위험할 수도 있을 텐데 그래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던졌다.
심현희 씨는 망설임 끝에 “네, 하고 싶다”며 수술을 희망하는 간절함을 보였다.
심현희 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방송된 후 4일 만에 10억 원 넘는 후원금이 모금됐다. 한 개인에게 이렇게 모금된 건 유례없는 일. 5만6000명의 마음이 모아져 모금된 후원금은 치료비와 생계비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밀알복지재단은 “심현희 씨 후원금은 지정 후원금이기에 수수료나 운영비를 떼지 않는다”며 “모든 금액이 남김없이 심현희 씨에게 돌아간다”고 밝혔다.
이같이 심현희 씨를 돕고자 하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진 가운데 삼성서울병원도 심현희 씨의 수술을 돕겠다고 나섰다.
여전히 수술의 위험성은 큰 상황이지만 심현희 씨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삼성서울병원은 회복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종합적인 진료와 치료가 가능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첫 방송 후 제작진은 심현희 씨를 다시 찾았고 심현희 씨는 제작진을 직접 마중 나올 정도로 활기차졌다.
심현희 씨는 “너무 감동스럽고 감사해서 눈물이 났다”며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감사인사를 건넸다.
특히 심현희 씨는 두 번째 방송에서 목소리도 커지고 한층 밝아진 모습을 보였다.
이에 심현희 씨 어머니는 “도와주는 사람도 있고, ‘힘내’라고 ‘파이팅’해줘서 현희도 힘이 솟나보다”고 미소를 지었다.
심현희 씨는 태어났을 때만 해도 또랑또랑한 눈망울의 소유자였으며 누구보다 예뻤다. 또한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자신처럼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은 마음에 사회복지학부 대학을 졸업했으며 몇 년 전에는 시각장애인 합창 단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얼굴이나 몸에 혹이 생기는 신경섬유종증은 유전성 질환이지만 돌연변이로 발생할 수도 있다. 예방약이 없고 종양을 절제하는 것만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 현재 심현희 씨의 경우 혹 제거 후 신경을 하나하나 연결하는 초고난도의 미세수술이 필요한데, 수술시 출혈 위험이 매우 크다.
심현희 씨의 추가 정밀검사를 진행하는 삼성서울병원은 “검사장비의 구조변경까지 고려하며 심현희 씨의 치료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면서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수술 가능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