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열 의원 “영세상인들 피해만 더 커져”
백종원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인 장사”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요리연구가 겸 방송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영세상인들은 ‘김밥’, ‘호빵’, ‘우동’ 등 대중적인 메뉴를 앞세운 더본코리아의 문어발식 프랜차이즈 확장 때문에 설 곳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세간의 평가도 “방송을 이용해 돈을 벌어 가난한 서민 가게 문 닫게 한다”는 의견과 “개인의 노력으로 사업 확장하는 것이 무슨 잘못인지 모르겠다”는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이런 가운데 국정감사에서도 더본코리아의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이 언급되며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취재를 시작하자 백종원 대표는 [일요서울]에 직접 연락해 와 더 이상의 오해가 생기면 안 될 것 같다며 입을 열었다.
외식업계 ‘큰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영세자영업자들의 대립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명 ‘백종원 골목’은 서울특별시 강남구 봉은사로1길에 위치한다. 이곳에는 총 9개의 더본코리아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주변 상권 영세자영업자들은 ‘맛과 가격’의 경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 곳에서 고기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백종원 골목 때문에 임대료가 높아졌다. 더본코리아의 박리다매(상품을 저가로 대량 판매해 이익을 보는 것. 결국 이익률을 낮게 정하는 대신 상품의 회전율을 높여 이익을 남기는 방법) 전략 때문에 기존의 가격이 무너졌다. 매출은 롤러코스터가 심해졌다. 유동인구가 많아야 장사가 되는데 유동인구가 그쪽으로 다 몰렸다”며 “홍보 마케팅도 대형 프랜차이즈와 경쟁 자체를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30년 넘게 김밥을 판매했다는 자영업자는 “백종원은 TV출연을 통해 얼굴이 알려진 점과 가격대가 싸다는 점 등으로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힘든 시기다”고 호소했다.
면 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젊은 사람을 타깃으로 장사하시는 분과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가격을 싸게 해서 경쟁이 안 되는 점은 속상하다.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대중적 메뉴인 김밥, 호빵까지
프랜차이즈 편의점 ‘씨유(이하 CU)’는 백종원의 이름을 내걸고 도시락에 이어 주먹밥, 김밥, 호빵 등을 잇달아 출시했다. CU는 지난해 9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MOU(업무협약)를 체결해 다양한 편의점 먹을거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대중적인 메뉴의 잇단 출시에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동네에서 김밥 파는 아주머니들은 어떻게 하냐”고 물었고 떡볶이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손님들에게서 백종원의 프랜차이즈 확장이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는 자주 듣는다”고 전했다.
최근 ‘혼밥(혼자 먹는 밥 또는 그런 행위)’ 문화가 주목받으며 자연스럽게 편의점 도시락 등이 각광받고 있다. 실제 지난 20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도시락 매출은 지난해 약 3배 수준까지 뛰었다. CU는 올해 8월까지 도시락 매출이 지난해 65.8%에서 올해 198.0%로 2.9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U 측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눈높이에 맞춘 편의점이기 때문에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게) 충분히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고 생각한다. 편의점 점주분들 역시 소상공인으로 똑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편의점이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부분도 많다”며 “직접 조리해서 판매하는 것과 (저희처럼) 일차적 가공을 거친 상품 편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른 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특성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백 대표의 인기는 방송에서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 대표는 요리연구가 겸 기업인이 아닌 방송인으로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2015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백 대표의 인기는 끝없이 높아졌으며, 흥행 보증수표라는 꼬리표를 달고 각종 CF에도 출연했다. 현재 백종원은 tvN ‘집밥 백선생’과 SBS ‘백종원의 3대천왕’에만 출연을 하고 있다.
성장 동력은 방송의 힘?
이를 두고 일부 소비자들과 타 프랜차이즈는 방송의 힘이 외식업계 ‘큰손’으로 크게 된 원동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백 대표가 운영하는 식당에 가본 적 있다고 설명한 소비자는 “그때(방송 전) 당시에는 분산화가 이뤄졌을 수도 있다. 근데 미디어 영향으로 한쪽으로 쏠리는 건 없는 소리가 아니다. 골목상권들도 미디어를 타고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이런 점들이 반영됐으면 프랜차이즈와 골목상권들이 균등한 기회를 갖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말해 자영업자 기회 균등을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 대형프랜차이즈에 대한 규제 법안이 필요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타 프랜차이즈 한 관계자는 “더본코리아는 이제 중소기업이 아니지 않나. 당연히 주변 상권에 위협이 된다. 백종원 자체가 이미지고, 방송에 매일 나오는데 골목 상인들과 상대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반면 다른 소비자는 “진짜 맛있어서 간다. 언론은 다른 골목상권을 죽인다고 하던데 왜 그게 죽이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타 동일업종이 더 맛있게 만들면 된다”며 “새마을식당 김치찌개는 5000원이다. 다른 데보다 비싸다. 하지만 맛있어서 먹는다. 다른 곳이 그만큼 분발을 해야 된다. 장사 안 된다고 백종원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백종원이 티비에 나오기 전부터 있던 가게들이다. 백종원이 티비 나오기 전부터 가게가 몇 개였는지 아느냐. 그때는 아무 소리 안 하더니, 그 가게들은 맛있으니까 잘된 거다”라고 말했다.
국감까지 이어진 이번 사태
“골목상권 침해다”, “자연스러운 시장 경쟁이다” 등 여론과 언론을 통해 대립된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급기야 국정감사에서 백종원 대표가 언급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29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더본코리아의 문어발 식 사업 확장 때문에 영세 사업자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점과 중소기업으로 분류됐다는 점을 비판했다.
이날 이 의원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홍콩반점, 새마을식당, 역전우동, 한식포차, 미정국수, 원조 쌈밥집 등 대표 브랜드를 앞세워 2015년 123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6년 9월 기준 19개 브랜드 1267개점의 직·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더본코리아 점포수는 2011년 374곳에서 2016년 1267개로 238% 폭증한 것.
이 의원은 “더본코리아가 김치찌개, 닭갈비, 국수, 우동, 김밥 등 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생계를 영위하는 업종에 진출해 박리다매 전략을 펼치다 보니 영세업자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규제 사각지대에서 영세상인만 궁지에 몰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더본코리아가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영세상인의 피해가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013년 한식·중식 등 7개 음식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의 사업 진출과 신규 점포 출점 자제를 권고해왔다. 더본코리아는 2013년 당시 도·소매업과 음식점 업의 경우 ‘상시 근로자수 200명 미만 또는 매출액 200억 원 이하’가 기준이라 대기업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지난 2015년 1월 중소기업 기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기준이 ‘도·소매업 3년 평균 매출액 1000억 원 이하, 음식점업 400억 원 이하’로 변경돼 중소기업으로 변경됐다.
중소기업청은 “더본코리아의 매출액 비중이 도·소매업쪽이 더 높다”며 지난 4월 중소기업 확인서를 발급했다.
이에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중소기업으로 분류된 더본코리아의 경우 현행법상 도·소매업 평균 매출액이 음식점업보다 월등히 높아 ‘도·소매업’으로 분류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소기업 기본법 시행령은 단 1%라도 높은 쪽으로 업을 분류한다고 덧붙였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