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유통기한 없는 ‘유명 제과 케이크' 먹어도 되나
[르포] 유통기한 없는 ‘유명 제과 케이크' 먹어도 되나
  • 남동희 기자
  • 입력 2016-10-28 19:35
  • 승인 2016.10.28 19:35
  • 호수 1174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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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철저히 한다지만 여전히 ‘불안한 시민들’

'제2의 불량 제과’ 사태 언제 다시 터질지 몰라
“최선 다해 관리 중” vs “생산일자 표시해야”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2013년 제과업체들 중 연말 대목을 맞아 케이크 유통기한 표시를 허위로 기재해 판매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당시 유통기한 허위표시뿐만 아니라 유통기한 자체를 알 수 없는 식재료들을 사용한 일부 업체들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적발돼 ‘매장에서 만든 케이크에 유통기한을 표시하자’는 주장이 거세게 일었다.

논란이 가중되자 황주홍 국민의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회에서 “제과점에서 만든 케이크도 유통기한 표시하자”는 의견을 제기했지만 발의되지 않았다. 2년이 지난 현재 제과업체들은 매장에서 만든 케이크의 식품안전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와 소비자의 의견을 들어봤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유통기한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이나 식품 첨가물 등에 표시하는 것이 의무다. 하지만 제조, 가공, 소분, 수입한 제품으로만 한정돼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제과점에서 파는 제품 중에 본사에서 제조해 완제품으로 나온 케이크는 유통기한을 표시해야 하지만 제과점에서 직접 만든 생크림 케이크 등은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현행법상의 허점을 이용하다 적발된 사건이 2013년 일명 ‘케이크 판 갈이 판매’였다. 유통기한이 적힌 케이크 판만 바꿔 기한이 지난 제품을 판매한 업체들이 적발된 것이다. 2014년 황 의원이 ‘매장 케이크에도 유통기한 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당시 개정안은 많은 화제가 됐으나 법안은 발의되지 않았다. 2년 전이나 현재나 여전히 제과업체들에게 매장 제조품에 유통 기간을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법적제재를 가할 순 없다. 물론 특정 업체들의 문제였지만 직접 취재를 나가 보니 소비자들의 매장 케이크에 대한 불안감은 확실히 존재했다.

제조일이라도 표시해야

25일 오후 3시 서울 중심지에 위치한 유명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케이크를 구매해 나오는 김모(24)씨 일행을 만났다. 김 씨는 몇 주 전 한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업체에서 만든 케이크가 질감이 퍽퍽하고 맛이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몇 시간 뒤 김 씨는 복통을 느꼈고 먹다 남은 제품 반을 들고 매장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업체 측의 반응은 황당했다. ‘우리 케이크를 먹고 배탈이 난 게 아닐 수도 있지 않냐’며 보관 중 제품이 상한 것이 아니냐며 오히려 김 씨를 ‘블랙컨슈머(기업 등을 상대로 고의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자)’로 의심했다. 하지만 김 씨는 증명할 방법이 없었고 두렵기도 해 그대로 돌아왔다.

김 씨는 “이전에는 매장에서 만들었으니 당연히 신선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후로는 케이크 사는 것 자체가 꺼려진다. 오늘은 친구 생일이라 어쩔 수 없이 산 것”이라면서 “나는 먹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유통기한도 제조일자도 없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유명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제과 제품을 구매해 나오는 서모(25)씨를 만났다. 그는 2013년에 발생한 ‘케이크 유통기한 허위 표시 사태’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 후로 유통기한이 표시되는지도 유심히 지켜봤다고 했다.

하지만 유통기한은 아직까지 표시되지 않았고, 결국 그는 고객 유동이 많아 케이크 회전율이 빠를 것 같아 보이는 가게에서만 케이크를 구매한다고 했다.

 그는 “제과 업체들은 ‘오늘 만든 빵 오늘 꼭 다 판다’는데 법적 제재는 없어 믿을 수가 없다”며 “그런 말은 어느 빵집이나 그렇게 말한다. 심지어 2013년 파동이 있었던 업체들도 적발되기 전에 그렇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이런 반응에 대해서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 CJ푸드빌의 뚜레쥬르와 SPC그룹 파리바게뜨의 의견을 들어봤다. 두 기업 다 매장에서 생산하는 케이크에 유통기한 표시를 하지 않는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유통기한을 표기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걱정할 것이 없다”며 “남은 제품들은 푸드뱅크에 보내 불우이웃을 돕는 데 사용된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고객들이 신뢰 할 수 있도록 자체 식품안전센터에서 매장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아직도 암암리에 이뤄져

매장에 유통기한을 표시하고 제품마다 고객에게 유통기한을 설명해 소비자들에게 ‘착한빵집’으로 입소문이 난 한 제과점 자영업자 A 씨를 만났다.

그는 “나도 제과점을 열기 전 대기업 제과점에서 근무했었다”며 “그때 당시 생크림에 대한 관리가 미흡하고, 유통 기한 관리를 하지 않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케이크 판만 갈아서 파는 것은 2013년에 업체들이 대거 적발되기 전까지 업계에서 흔한 일이었다”며 “현재도 쉬쉬하고 있어서 그렇지 몇몇 그런 업체들이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황 의원 측은 “2013년에 매장 케이크에 유통기한이 표시되지 않아 식품안전이 염려된다는 제보가 있어 실제 조사를 나섰었다”며 “조사를 해보니 실제로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있다 판단해 법안을 바로 제기했다”고 말했다.

당시 법안이 발의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실제로 공장에서 나온 완제품(유통기한을 표시한 제품)과 매장에서 만든 제품(유통기한 표시 대상이 아닌 제품) 간의 차이점을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되지만, 그렇게 되면 타 제조식품들(유통기한 표시 대상이 아닌 제품)과의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이유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고는 발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남동희 기자 donghee07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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