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 어디로 가야하나
[기고] 대한민국, 어디로 가야하나
  • 이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 입력 2016-10-28 17:46
  • 승인 2016.10.28 17:46
  • 호수 1174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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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전횡’ 불확실성 대국민 신경쇠약증
- 정치리더·필부필녀·남녀노소·청장년 하나돼야…

대지진이 한반도를 강타한 느낌이다. ‘가슴이 뛰고 어이가 없다’, ‘어안이 벙벙하고 부끄럽다’ 등 국민들은 놀라움을 넘어선 절망과 좌절의 나락으로 빠지고 있다. ‘절친의 꼭두각시’, ‘불상사’, ‘국정농단, 국기문란’ 언론의 반응 역시 다양하지만 아직까지도 이 사건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그리고 수습 방안은 무엇인지 또 언제쯤 마무리될지 알 수 없는 안개 상황이다. ‘최순실’ 여진이 얼마나 더 계속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은 그야말로 현 정국이 주는 무서움이다.

더구나 2분여가 안 되는 대통령의 해명 발언도 사안의 위중함을 인식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실망감을 주었고 독일발 최순실 씨 인터뷰 내용도 ‘발 빼기’에 급급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40년간 의리로 지켜왔다는 항간의 이야기들이 사실인지 의심스러운 수준으로 ‘박대통령 지워내기’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인터넷에서 ‘탄핵’, ‘하야’가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거국내각 구성’, ‘청와대 압수수색 발언’ 등 야당도 국민의 분노를 대변하기에 정신이 없다. 가히 혁명전야의 두려움이 엄습하고 있으며 ‘정치적 IMF’ 수준의 국가 위기에 봉착해 있다. 누구도 이 상황을 컨트롤하기 힘들고 성냥불이 그어질 경우 그 발화 정도가 얼마나 강력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 정국의 엄중함이다.

하지만 상황 수습을 위해 여당이 선택한 ‘특검’이 첫 회의부터 결렬되었다. 또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최순실 게이트’ 옹호 발언은 분노와 허탈에 빠져 있는 국민들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어처구니없는 망언이다. 현 시국의 문제를 안정감 있게 풀어내야 할 여당, 새누리당이 좌충우돌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매우 불안하다. ‘최순실’이라는 사인(私人)의 정체도 의문이고 의아하지만 그녀가 행한 대통령 연설문 수정, 인사 개입, 국가 예산 개입 등 국정 농단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도 크나큰 불안요인이다. 당장 소환해서 전모를 파악해야 하는데 그 실현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은 ‘신경 장애’를 일으킬 정도의 스트레스 요인이다. ‘비선 실세’라는 독특한 위치에서 행한 전횡의 전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 그야말로 국민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고 있다.

결국 이 모든 사안을 진실되게 파악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할 것이고 그 시간조차 언제가 끝이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은 국민을 또 다른 절망의 절벽으로 밀어낼 것이다.

대통령이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로 일정을 수행할 수 있을까. 국민과 눈을 맞추며 관료들과 국사를 논하며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움을 말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은 끝이 난 것 같다. 다만 현재의 국민적 불안과 분노를 어떻게 안정되게 관리할 것인지만 남았다. 다음 대통령을 뽑는 정치 일정까지 아직 긴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국정의 공백이 없도록 지금의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이다.

우리 가정에 감당하지 못할 어려움이 닥친다면 우리는 가장 먼저 무엇을 할까. 일단은 구성원들의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 최우선일 것이다. 집안의 어른이 나서서 중심을 잡아가며 안정감과 평정심을 유지시켜줄 때 우리는 지금의 극단적인 상황을 탈출할 수 있다. 놀란 가슴을 가라 앉히며 반복적인 일상 생활을 평온하게 수행해 나가는 것에서 마음의 진정과 평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감정적으로 올라오는 이야기들을 의식적으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지도자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국민들은 현재 벌어진 상황의 어이없음, 놀라움보다 그것이 연쇄적으로 가져올 혼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더 민감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현 상황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걱정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현 상황이 안보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근심한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이러한 걱정과 근심, 불안이 더 큰 불안을 낳는 심리의 연결고리를 끊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 사회 리더들, 특히 정치 지도자들이 먼저 하나가 되어야 한다. 사회의 덕망 있고 존경받는 원로급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서 지혜의 이야기를 전파해야 한다. 지금은 국민 마음의 안정과 위로가 먼저다.

그리고 차근차근 해결 방안에 접근해 가야 한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은 치명상을 입었다. ‘국정 레임덕’이란 말을 뛰어넘는 위기 앞에 대한민국이 비틀거리고 있고 그녀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국민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물론 현재의 위기는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온 것이 아니다. 경고음이 있었지만 자신들의 사리사욕 또는 정치적 이해를 위해 침묵하고 동조하면서 눈덩이를 굴려온 것이다. 단지 감당할 수 없이 커지자 눈덩이를 굴려온 사람들이 ‘나는 관계없다’고 손사래를 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이 주는 긍정적인 면도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인생에서 완벽하게 나쁜 상황이란 없는 것처럼. 현재의 위기는 우리 사회가 근대화에서 민주화로, 형식적 민주주의에서 내용적, 실질적 민주주의 사회로 넘어가는 ‘성장통’일 수 있다.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한다면 우리 사회는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선진 문화를 품게 될 것이다. 20세기의 낡은 질서와 문화, 관습을 털어내고 새로운 질서와 변화를 만들어 더 나은 사회, 더 좋은 사회, 선진 사회로 전진해 나가게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위기에 강하다.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고 IMF 경제 위기에서 금 모으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 저력의 국민성을 갖고 있다. 결국 우리는 현재의 위기를 또다시 극복할 것이다. 정치 지도자, 필부필녀, 남녀노소, 청년과 장년 모두가 하나되어.

이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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