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민심 의식한 ‘DJ 끌어안기’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이 되는 오는 2월 25일 대북송금 사건 관련자들을 특별 사면키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에 논란이 일고 있다.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청와대는 대북송금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특사 방침과 관련해 사면 대상자나 변호인들을 직접 만나 상고심 포기 여부 등에 대한 의사를 타진, 이를 존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또 김대중 전대통령 측 인사들을 접촉,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사면제외 대상 이유 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북송금의 중심축인 박지원 전 문광부 장관에 대해서도 현대비자금 150억원 수수 개인비리를 제외한 송금사건 연루 부분에 대해선 사면을 검토했으나, 두 사건이 하나로 얽혀 1심 형량이 선고됐기 때문에 일단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청와대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해 “특별사면 확정된 것 없다”며 살짝 발을 뺐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민정수석이 취임 1주년 특별사면 실시는 공식적으로 확정한 것이 없다고 했다”며 “따라서 사람을 놓고 검토한 바도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윤 대변인은 아울러 “문희상 비서실장이 특별사면 보도가 어떻게 나간 것인지 경위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실무선에서 검토된 사안이라고 밝히고 있어, 사안의 중차대성을 볼 때 노무현대통령과도 사전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특히 대북송금 사건 관련자에 대한 특별사면 검토는 노무현 대통령의 총선 전략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4·15 총선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양자대결 구도로 만들기 위해서는 호남민심의 지지를 얻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김 전대통령을 끌어안아야 하는 만큼 대북송금 관련자 사면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우리 정면충돌 예고
열린우리당은 대북송금 관련자들에 대한 특별사면 논란과 관련해 사면이 이뤄져야 한다는 기대속에 공식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우리당은 당초 특검의 목적이었던 진상규명이 이뤄진데다 처벌도 어느 정도 된 만큼 이제는 햇볕정책의 계승과 대북관계의 진전을 위해 관련자들에 대한 특별사면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반면 야당은 이번 사면검토와 관련 ‘총선용’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사면은 형이 확정돼야 하는데 판결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면 운운하는 것은 저급한 총선 방책이며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검토하고 있는 대북송금 사건 관련자 특별사면은 탄핵사유에 해당한다”며 거세게 몰아붙였다.
조 대표는 또 “노 대통령은 식탁정치와 정쟁을 그만두고 경제살리기에 전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탄핵’이라는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비난하는 이유는 단 하나. 지난해 말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 돕는 꼴”이라는 발언 이후 연두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을 ‘반개혁당’으로 몰아간 것 역시 총선을 염두에 둔 ‘민주당 때려잡기’의 연장선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이번 청와대의 대북송금사건 관련자에 대한 사면 검토는 호남 민심을 의식한 ‘DJ 끌어안기’ 즉, 민주당의 ‘아성’인 호남 민심을 사로잡아 민주당의 기반을 흔들어 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실제 민주당의 경우 호남이라는 지지기반이 흔들릴 경우 이번 총선에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잇단 지원사격(?) 덕분에 호남지역 민심을 확보하는데 큰 힘을 얻고 있다.더욱이 민주당을 제치고 호남을 접수(?)하기 위해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나 추미애 의원 영입에 박차를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호남 민심을 끌어안을 방법은 ‘DJ 끌어안기’ 밖에 남지 않은 상황.결국 호남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끈질기게 DJ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양당의 대결구도는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김종민 kjm9416@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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