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경찰이 고 백남기씨에 대한 부검영장 2차 집행을 하지 않고 물러났다.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은 25일 오후 6시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백남기)투쟁본부 측이 완강히 저항하고, 날도 저물어 안전사고 등 불상사가 우려돼 강제집행을 하지 않고 철수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했고 사인 규명을 위한 법의학적 판단을 받기 위한 경찰의 정당한 집행을 실력으로 저지해 유감”이라며 “앞으로 사인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등 영장을 집행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책임은 모두 투쟁본부 쪽에 있으며 (재신청 여부는) 검찰과 신중히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백씨에 대한 부검영장 만료 시한은 26일 자정이지만, 이철성 경찰청장이 무리하게 야간 집행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추가 집행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경찰은 향후 ‘조건부’가 아닌 단일 영장을 재신청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 영장에는 부검 절차, 장소 등을 유족과의 협의하라는 단서가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유족과 협의를 시도했으나 유족이 강력 반발해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부검영장의 단서 조항을 보면 ▲부검 장소는 유족 의사를 확인하고 서울대병원에서 부검을 원하면 서울대병원으로 변경 ▲유족의 희망할 경우 유족 1~2명, 유족 추천 의사1~2명, 변호사 1명의 참관 허용 ▲부검 절차 영상 촬영 ▲부검 실시 시기, 방법, 절차, 경과에 관해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 제공 등이다.
경찰은 이날 오후 3시 부검영장 집행을 위해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지난 23일에 이은 두 번째 시도였다. 형사 100여 명과 9개 중대 800명 등 1000여 명의 경력이 집결했다.
영장 집행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노동·종교계 인사 300~500여 명은 장례식장 입구를 봉쇄하고 경찰을 막아섰다.
대치하던 경찰은 백남기 투쟁본부 측과 병원 주변 임시 천막에서 두 차례 협의를 가졌지만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3시간 동안 이어진 대치는 오후 6시쯤 경찰의 철수로 마무리됐다. 다행히 우려했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백씨는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 317일 만인 지난달 25일 숨졌다. 경찰은 백 씨의 명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유족 측은 물대포에 의한 사인이 명백하다며 부검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