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공포에 빠지고 싶다
좀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공포에 빠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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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06-08 09:00
  • 승인 2005.06.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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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공포영화’. 하지만 올 여름 극장가에 속속 내 걸리고 있는 공포영화들은 재탕·삼탕한 리메이크 작품들이 대부분이어서 관객들이 만족할 만한 ‘공포’는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다.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브라운관 밖으로 팔을 뻗치는 귀신, 이불 속에서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창백한 꼬마…. 모두들 한때 국내 호러 팬들을 잠 못 이루게 한 주인공들이지만 이제는 지겹다는 거다. 특히 할리우드 공포영화의 경우 모두 전작의 성과를 이어받으려는 리메이크판으로 그 중 2편은 일본의 오리지널판 감독을 미국으로 불러와 만든 영화들이다.

지난 5월 26일 개봉한 ‘그루지’는 일본 공포영화 ‘주온’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판. 오리지널판 감독인 시미즈 다카시가 메가폰을 잡았다.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공포영화였던 시리즈를,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고 좀 더 풍부한 암시를 지니는 대중영화로 재구성한 것, 컴퓨터그래픽(CG)이나 특수효과 같은 고도의 기술을 마음껏 썼다는 점 외에는 국내 관객들을 놀라게 할 특별한 별다른 것이 없다는 평이다. 같다. 국내에선 스테디셀러 시리즈 ‘여고괴담’이 관객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7월 개봉예정인 ‘여고괴담4:목소리’는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학교 괴담을 소재로 했다. 죽은 친구의 목소리를 듣게 된 한 여고생이 비밀에 다가서다 끔찍한 공포와 맞닥뜨린다는 내용. 얼마 전 2차 티저 포스터에서 피 눈물을 흘리는 주인공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지만 전작의 흥행을 넘어설 수 있는‘새로운 공포’가 준비돼 있는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다.

오는 6월 30일 개봉 예정인 ‘셔터’는 우연한 사고 이후, ‘귀신사진’을 찍게 된 사진작가의 ‘귀신 찍는 공포의 순간을 그렸다. 이번 칸 영화제 기간 영화의 소재에 매력을 느낀 할리우드의 뉴리젠시사가 리메이크를 전격 결정해 화제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자칫 뻔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있지만, 공포물의 영원한 소재인 귀신, 특히 사진 등에 관심이 많은 요즘 ‘디카족’들에겐 관심 어린 작품이 될 것 같다. 영화 관계자들은 “공포영화의 특성상 예상 보다 높은 평년기온에 많은 관객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입을 모은다. 입장 수입 면에서는 상당한 이익을 남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늘 새로운 것을 원하는 관객의 입장에선 전작의 흥행을 업은 ‘특별할 것 없는’ 작품들이 내걸린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가볍게 그리고 순간적인 서늘함을 즐기고 싶다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를 일이지만, ‘독창적인 공포’에 대한 갈증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다. 일본판 ‘링’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링 2’ 역시 오리지널판 감독인 나카다 히데오가 미국으로 건너가 연출한 작품. 가해자와 피해자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할리우드 공포영화와는 달리 비디오를 통해 원한이 ‘전염’된다는 ‘링’의 공포는 미국 관객들을 사로잡은 것은 분명하지만, 한국에서의 호소력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하우스 오브 왁스’는 1953년작 ‘밀랍인형의 집’을 리메이크했다. 그 숱한 미국 ‘청춘 슬래셔무비’의 관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장르가 주는 재미에는 충실한 편이지만 그 이상의 새로움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

# 스플래터 무비의 신기원 ‘데드 얼라이브’

‘반지의 제왕’ 피터 잭슨 감독식 좀비 영화. 피터 잭슨에게 ‘스플래터(splatter) 호러의 제왕’이라는 칭호를 안겨준 스플래터(splatter)의 정점에 서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마트라 섬에서 밀렵한 괴상한 원숭이로 인해 좀비로 변해 가는 사람들과 마더 컴플렉스의 청년이 좀비로 변한 엄마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좀비들을 부양하는 이야기. 스플래터 영화의 신기원을 이룩했다고 평가받은 작품. 한때 영화팬들의 필수 시청 목록에 빠지지 않았으며, B자 테이프 판매자들에게는 불멸의 베스트셀러였던 ‘데드 얼라이브’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친숙한 영화다.

가슴뼈를 통째로 드러내거나, 잔디 깎는 기계로 좀비들을 갈아내는 등의 장면들은 대부분 (놀랍게도) 불쾌함을 유발하지 않는다. 아기 좀비와 산책 나가는 장면, 눈이 맞은 두 남녀 좀비 간의 섹스와 곧바로 태어난 아이 좀비가 탯줄를 달랑거리며 다니는 장면 등 기괴한 분위기와 유머러스한 연출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 특히 점입가경인 기괴한 상황 속에서 개성있고 엉뚱한 등장인물들의 과장된 행동과 이소룡식 액션까지 넣어, ‘재미’라는 면에서 특별하게 평가되는 작품이다. 잔혹한 장면으로 인해 다양하게 편집되어 85, 94, 97, 100, 104분 등 다양한 러닝타임으로 소개되고 있다. 한편 이 영화는 3000리터가 넘는 (가짜)피를 사용하여 기록에 올랐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영화를 찍은 뉴질랜드 어느 큰 집 천장에는 당시 동원된 가짜 피가 튄 것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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