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재벌 내연녀야’ 한마디로 2억 갈취한 60대
‘나 재벌 내연녀야’ 한마디로 2억 갈취한 60대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6-10-21 22:36
  • 승인 2016.10.21 22:36
  • 호수 1173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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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촌 관계 친척에게 151차례 사기행각 벌여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60대 여성이 대기업 회장의 숨겨진 부인 행세를 하며 6촌 동생에게 거액을 뜯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20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정모 씨를 구속했다. 정 씨는 지난해 1월 22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대기업 회장의 내연녀를 사칭해 사기행각을 벌였다. 그녀는 자신의 친척을 범행대상으로 삼았다.

그녀는 6촌 관계인 한모(57)씨 부부로부터 총 151차례에 걸쳐 2억8000여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한두 번도 아니고 151번의 사기행각에 경찰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 씨는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입점 매장 4곳에서 고가의 의류와 화장품을 외상 구매한 뒤 되갚지 않는 수법으로 약 2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고령으로 대범한 범죄행각을 벌였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2011년 5월 사기죄로 복역하다 2014년 9월 30일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특별한 직업도 없고 갈 곳도 없던 정 씨는 친·인척 집을 돌며 신세를 져왔다. 그러나 생활에 쪼들리자 출소한 지 넉달 만에 범행을 다시 계획했다. 6촌 한 씨 부부에게 돈을 뜯어내기로 한 것이다. 

정 씨는 한 씨 부부에게 “모 기업 회장의 아들까지 낳았지만 숨기고 살아왔다. 회장을 만나려면 치장을 해야 한다”며 돈을 꿔 갔다. 

정 씨는 한 씨 부부에게 빌린 돈을 도박으로 모두 탕진했다. 빚 독촉이 이어지자 “회장이 다 갚아주기로 했다. 조만간 동부이촌동 아파트도 받아 명의 이전을 하니 기다려달라”며 상환을 차일피일 미뤘다. 결국 한 씨 부부는 올 8월 3일 경찰에 정 씨를 고소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정 씨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불응한 채 도피 생활을 계속했다. 경찰은 지난달 22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탐문 수사한 끝에 이달 11일 강남구의 한 찜질방에 숨어지내 던 정 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정 씨의 여죄를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청와대 직원을 사칭하거나 대통령 측근을 사칭해 사기행각을 벌이는 범죄는 종종 있었으나 대기업 내연녀를 사칭한 사건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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