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과 7범 성병대 씨, 철저히 범행 계획 흔적
인터넷에 널린 사제총 제작법…경찰은 무방비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71주년 경찰의 날’을 하루 앞두고 경찰이 초상집이 됐다. 지난 20일 한 경찰관이 범인을 쫓다 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서다. 범인 성병대(46)씨는 사제 목제 총으로 경찰을 숨지게 했다. 성 씨는 최근 페이스북에 “경찰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가는 게 목적”, “경찰과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글을 올려 철저히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도심 총격전으로 경찰이 사망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사제 총기 규제에 대한 전면 검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성 씨와 경찰 간 총격전은 20일 저녁 6시 45분쯤 서울 강북구 번동 오패산터널 입구 인근에서 벌어졌다. 경찰은 성 씨와의 총격전에서 실탄 3발과 공포탄 1발을 발포했다. 이 과정에서 성 씨는 복부에 실탄 한 발을 맞았지만 ‘방탄조끼’를 착용해 다치지 않았다. 그러나 범인을 쫓던 김창호(54) 경위는 날갯죽지 어깨 부분에 총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특수강간 등 전과7범인 성 씨는 전자발찌를 찬 자신에게 경찰이 잠복해 살인 누명을 씌우려 한다는 일종의 과대망상 증세를 보였다. 과거에도 성 씨는 비슷한 일을 저질렀다. 2005년 성 씨는 청소년 강간죄로 교도소에 수감할 당시 자신이 교도소 직원들의 비리사실을 법무부 등에 알리면 교도관이 앙심을 품고 자신을 해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그는 먼저 공격하기로 마음을 먹고 기회를 노리다가 혼자 근무하던 교도관을 폭행하고 연필도구로 10여 차례 찌른 것으로 드러났다.
성 씨가 소지하고 있던 총은 나무로 만든 것으로 불을 붙여 쇠구슬 탄환을 쏘는 방식으로 다소 조잡하다. 문제는 누구나 이 같은 사제 총기를 인터넷을 이용해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에는 쇠파이프와 쇠막대, 구슬 등의 재료를 이용, 사제총을 만드는 영상들이 넘쳐난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을 보호할 수 있는 ‘방탄복’ 보급률은 미미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 1982개 지구대·파출소에 보급된 방탄복은 모두 1001벌이다. 지구대·파출소 2개의 수십 명의 경찰관들이 입을 수 있는 방탄복은 1벌 수준이다. 현장 일선에서 근무하는 A 경사는 “방검복은 있는데 방탄복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살상력을 갖춘 사제 총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현재는 실태 파악조차 요원한 실정이다. 국내에서 불법무기류의 현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료는 매년 5월 한 달간 ‘불법무기류 자진신고 기간’을 통한 건수가 거의 유일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매년 4400여개의 불법무기류가 자진신고로 들어온다. 하지만 이 중에 살상력을 갖춘 총을 일일이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경찰 측 얘기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 살상이 가능한 사제 총기를 만드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는 데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살상력을 갖춘 사제총의 가장 큰 문제는 관리는 어렵지만 제조는 쉽다는 것”이라며 “현재는 불법무기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관이 바로 출동해 단속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