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기해서 구매했는데… 맛은 글쎄
3개월만 지나도 소비자들 안 찾아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2014년 ‘허니버터 맛’의 돌풍을 시작으로 바나나, 녹차 등 한 가지의 맛이 인기를 모으면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기 급급했던 제과시장이 최근에는 ‘특이한 맛’을 내는 데 빠진 모양새다.
짜장면 맛 과자, 옥수수 과자 맛 젤리, 김치찌개 맛 과자 등 소비자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제품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식품업계 히트상품들의 유행주기가 점차 짧아지는 경향으로 미뤄봤을 때 이런 독특한 맛 제품들의 인기가 얼마나 갈지는 의문이다.
지난 17일 오후 3시 서울시 성북구 돈암동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시 편의점을 찾았다. 주변의 대학 때문인지 편의점 앞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과자와 젤리의 이색 조합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유어스꼬깔콘젤리’는 롯데제과의 ‘꼬깔콘’을 GS25가 젤리형태로 변환해 편의점 PB상품(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협업해 개발한 상품)으로 선보인 제품이다.
마침 꼬깔콘젤리를 구매하는 나모(22)학생에게 구매 이유를 물어봤다. 그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먹어보려고 구매한다”고 답했다. 처음 먹어보는 것이냐는 질문에 “먹어본 적이 있다. 맛있어서 또 사는 것은 아니고 친구들이 못 먹어봤다고 해서 사가는 중이다”고 했다.
근무 중이던 아르바이트생 A씨에게 이런 이색 맛 제품의 구매 고객 연령층이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그는 “주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나 대학생들이다”고 답했다.
고객들이 많이 찾는지 묻자 “출시 된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아직은 고객들이 꾸준히 찾는 편이다”고 대답했다. 이유는 “나도 먹어봤지만 솔직히 호기심에 한번 먹어볼 맛이지 맛있어서 찾을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오후 5시 농심의 히트상품 ‘포테토칩’과 짜장라면인 ‘짜왕’의 이색 조합으로 유명세를 탔던 농심의 ‘포테토칩짜왕맛’의 반응을 보기 위해 서울 종로구 혜화동 BGF리테일의 CU 편의점을 찾았다.
아르바이트생 B씨에게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지 묻자 “특별히 고객들이 많이 찾는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진열대 앞에서 어린 학생들이 신기하다며 삼삼오오 모여 구매하는 것은 몇 번 봤다. 아무래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상에서 한때 유행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직접 시식해본 소비자 한모(24)씨를 만났다. 그는 “짜장라면 맛이라 처음에는 신기해서 사게 됐다”고 구매동기를 말했다. 맛은 어떤지 물었더니 “상상한 것보다 이상한 맛은 아니고 오히려 평범한 감자칩 맛이다”라고 평가했다.
재구매 의사에 대해서는 “한번은 더 사먹을 수는 있지만 일부러 파는 곳을 찾아 사먹지는 않을 것이다”고 했다.
인증 사진 찍는 고객도 있어
또 다른 특이한 맛으로 최근 SNS를 떠들썩하게 한 제품은 GS25와 오리온이 손잡고 출시한 ‘유어스스윙칩오모리김치찌개맛’이다.
스윙칩 오모리김치찌개 맛을 직접 먹어본 소비자 조모(23)씨에게 구매 동기를 물었다. 그는 “인터넷에서 이 과자를 밥에 비벼먹는 영상을 보고 어떤 맛일지 궁금해서 샀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먹어 보니 “맛은 있다. 하지만 감자 칩 중에 김치 맛 제품을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와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재구매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
오후 8시 서울 성북구의 한 대형 마트에 제과류 코너를 찾았다. 손님들로 북적대던 코너에서 판매 담당자에게 특이한 맛 상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물었다. 담당자는 “이색 맛 상품들은 출시 초기에는 인기가 있다”고 답했다.
구매자 연령층에 대해서는 “주로 젊은 고객들이 신기하다고 사가고 사진을 찍는 손님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2014년에 유행했던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과 같은 상품처럼 품절 대란이 발생 하진 않았냐는 질문에 “그런 상품은 그 이후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제과 업체들이 너도나도
특이한 맛 상품들을 출시해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손님들의 관심이 뚝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취향 다양화가 엽기과자 만들어
제과업체들이 이색 맛을 넘어 다소 ‘엽기적인’ 맛 상품들을 출시하는 이유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미투 제품(Me too products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을 모방한 상품)들 가운데서 신선함을 찾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먹거리를 다루는 TV매체의 증가로 소비자들의 식품 관심도가 올랐다. 또 다양한 연령층의 SNS 활동이 보편화되며 유행상품을 만들기가 쉬워졌다.
하지만 이런 히트상품들은 수많은 복제품들을 낳고, 별 다르지 않은 비슷한 상품들은 소비자를 식상하게 만들었다. 대히트를 친 해태 ‘허니버터칩’은 미투상품이 40여종에 가까웠다.
GS25에 따르면 허니버터칩은 지난 2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17.1% 감소하는 등 지난해 4분기부터 세 분기 연속 하향 곡선을 그렸다. ‘제 2의 허니버터칩’으로 대두되며 출시 초기 물량 부족 사태가 발생할 만큼 열풍을 몰고 왔던 오리온의 ‘초코파이 바나나맛’ 역시 지난 7월 달까지 업계에서 집계된 미투제품이 30여종이 넘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3월 첫 출시되기 시작한 바나나맛 파이 제품들은 지난 4월 매출이 전 달 대비 무려 140%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매출은 전월 대비 9.5% 줄었고 6월에는 51.1% 급감하는 등 2개월 만에 인기가 빠르게 식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바나나맛 파이의 경우 출시 때보다 인기가 시들해져 마트에서 일반 과자 코너로 옮긴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 제과업계 관계자는 이런 독특한 맛 제품을 개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양해진 고객들의 식품 선호도를 꼽았다. 이어 그는 “카피 제품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도 자꾸 더 특이한 것을 찾게 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튀는 맛이 아니면 회사에 아이디어를 내기조차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장에서 소비자들의 맛 평가는 좋지 않았다는 말에 그는 “소비자들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특이한 상품 개발에 중점을 두다 보니 그런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과자류가 여러 가지 맛의 믹스매치, 질감, 형태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특이한 맛 제품들이 그런 시도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식품업계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고 덧붙였다.
남동희 기자 donghee070@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