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엄마’(제작 필름뱅크/청어람· 감독 구성주)는 돌아갈 수 없는 추억에 대한 그리움과 그 시절 기다림으로 인해 애탔던 마음을 그리고 있다.내용은 간단하다. 엄마(고두심)가 막내 딸(채정안)의 결혼식에 가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해남에서 목포까지 그렇게 먼 거리(차로 가면 1시간 정도)도 아니고 자식들도 있어 무슨 이야기가 되려나 싶지만, 문제는 엄마가 땅에서 발을 떼면 어지럼증을 앓는다는 것. 자식들은 육·해·공 작전을 궁리하지만 모두 실패한다. 결국 믿을 것은 두 다리뿐. 3박4일 여정으로 엄마는 무작정 걸어서 간다. 그 과정에서 아들 둘은 사소한 일로 싸우고, 집 나간 큰 딸은 비구니가 되어 나타난다.다른 자식들의 결혼식에는 간 적이 없던 엄마가 막내딸의 결혼식에는 굳이 가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산길, 아스팔트, 논길 등 길이란 길은 모두 다 걸어야 할 정도로 육체적으로도 무리다. 그런데 무슨 정성이 뻗쳤다고 목포까지 걸어간단 말인가. 영화는 이 의문을 갖고 출발한다. 표면적으로는 ‘비단폭으로 정성껏 싸맨 선물’ 때문이다. 그렇지만 숨겨진 선물이 드러난 순간, 우린 그게 엄마의 사랑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건 엄마의 눈물이었고, 엄마의 소원이었고, 엄마의 한평생 한(恨)이었다. 엄마 역에는 대한민국 ‘국민배우’ 고두심이 열연했다. 사실 고두심을 제외하고 다른 배우를 생각하기란….그녀는 ‘엄마’에서 모나지도 않고, 뒷선으로 숨지도 않는 엄마의 가이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내레이션으로 ‘엄마의 숙명’ 같은 걸 말하는 장면에서는 눈가에 눈물이 하나 가득 고인다.
“뙤약볕 아래서 하루 종일 밭에서 일해도, 추운 겨울 냇가에 앉아 시린 손을 호호 불어가며 빨래를 해도, 찬 밥 한 덩어리로 부뚜막에 앉아 대충 점심을 때워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우리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영화적 메시지에 비해 드라마의 완성도나 기교는 떨어진다. 감정의 고조를 집중시키다가도 뚝뚝 끊어지는 화면의 연결은 감정의 몰입을 방해한다. 고두심의 내레이션을 제외하고는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대목이 별로 없다. 배우들의 울먹이는 연기는 “왜 저럴까” 싶을 정도로 극 상황과 너무도 맞지 않다. 전체적으로 너무도 뻔한 교훈적인 결론이라는 전형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기만 하다가 끝을 맺는다. 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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