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파도? 동화도!‘마파도’와 ‘혈의 누’는 각각 마파도와 동화도라는 가상의 섬을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에서 90% 이상 노출되는 두 곳은 지도에조차 나오지 않는, 전라남도 어디쯤으로 설정됐다.두 영화사에서 각각 설명하고 있는 섬의 실체에 접근해 보자. 먼저 마파도. 총 주민 수는 할머니 다섯 명으로 면적은 할머니들 걸음으로 반나절이면 충분히 한 바퀴 돌 수 있는 초미니 섬이다. 여성 100%에 주민 평균 연령 66세. 주요 언어는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가 섞여 사용되며, 연간 섬 방문객 수는 제로다.
특이한 점은 생산, 분배, 소유 등이 모두 공동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이는 ‘마파도’의 주요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마파도에 비하면 동화도는 한층 더 비밀스런 섬이다. 21세기 미궁의 연쇄 살인사건 발생지가 경기도 화성이라면 19세기 초 전국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곳은 바로 동화도다. 조선시대인 1808년, 이 외딴섬 제지소에서 잔혹한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결국 사건 해결을 위해 한양에서 수사관 원규(차승원)가 급파되지만 사건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전라남도 여수 일대로만 알려진 동화도는 현재까지 정확한 위치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코믹 vs 공포두 영화는 섬을 주요 배경으로 삼았지만 장르는 코믹과 공포로 대별된다. ‘마파도’는 데뷔 10년 만에 주연이 된 코믹 흥행사 이문식이 김수미 김을동 여운계 등과 함께 관객 배꼽을 정조준하고 있다. 반면 차승원은 ‘혈의 누’에서 단 한 번도 웃지 않는다. 박중훈에 이어 국내 코믹 영화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는 찬사를 받고 있지만 ‘혈의 누’에서는 확실히 ‘진지 모드’로 전환했다.‘마파도’는 수상한 섬 마파도에서 1주일 동안 다섯 명의 엽기 할머니들에게 노동 착취를 당하는 두 남자의 수난기를 코믹하게 버무린 영화다.
‘무임금 노동 사역기’라는 부제가 붙은 ‘마파도’는 각각 ‘평화’와 ‘푸근함’의 상징인 ‘섬’과 ‘할머니’의 고정 관념을 교묘하게 비틀며 낯선 카타르시스를 안겨 준다. 팔자를 고치고도 남을 160억 원을 차지하기 위해 쫓고 쫓기던 건달(이정진)과 비리 형사(이문식)가 마파도에 상륙하게 되고 이곳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엽기 할머니들과 일대 결전을 벌이게 된다는 게 기둥 줄거리. 마파도에서 자라는 돈 되는 식물이 주요 복선으로 등장한다.‘혈의 누’ 역시 고립된 섬 안에서 잇따라 살인사건이 벌어지며 관객과 추리 게임을 벌인다. 수사관과 관객을 조롱하듯 살인을 일삼는 범인은 과연 누굴까. 이인직의 동명 소설 ‘혈의 누’와는 무관한 이 영화는 연쇄 살인 사건의 공포스런 이미지를 담기 위해 제목만 빌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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