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 라인 정(情) 끊을까
정-정 라인 정(情) 끊을까
  • 김승현 
  • 입력 2007-03-22 09:17
  • 승인 2007.03.22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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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끝없는 방황
열린우리당 내분에 다시 불이 붙었다. 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당 해체를 주장하며 통합신당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민생현장 방문에 주력하고 있는 정동영 전의장도 “지난 한 달이 실망스럽다”며 취임 한 달을 넘긴 정세균 호에 불만족을 표시했다.
전북을 지역구로 하는 정 의장과 정 전의장은 오래전부터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지만 이번 통합 신당 논의를 놓고선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 의장측 관계자는 “국회 근처에는 오지도 않는 정 전의장이 언론을 통해 이야기하는 게 정확히 뭔지 도통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 전의장의 탈당 가능성이 또 다시 언급되며 열린우리당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정동영 전의장은 여의도와 분명한 선을 그었다.

‘탈 여의도, 민생 속으로’를 구호로 전국을 돌며 민생행보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한달이 지났다.

비슷한 시기 정세균 의장도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전임인 김근태 전의장이 ‘독배’에 비유할 만큼 어려운 상황은 일단 정 의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안정화 단계에 들어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통합신당’ 논의가 눈에 띄게 가시화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당 내 강경파들은 “이대로는 안 된다”면서 지도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전의장도 당 지도부의 통합 신당 노력에 일침을 가했다.

정 전의장은 최근 광주를 찾은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통합 신당에 대한 속내를 털어났다.

“한 달이 지난 지금, 당 지도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통합 신당 추진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초 “정세균 당 의장 체제를 일단 지켜보겠다”고 한 그였다. 그런 그가 그 동안 다물고 있던 입을 연 것은 정 의장에게 보내는 ‘경고장’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정 전의장의 4월 탈당설을 다시 제기하기도 했다.

물론 지도부는 정 전의장의 발언에 대해 상당히 불편해 하고 있다. 재야파인 장영달 원내대표는 “전직 의장들이 거꾸로 누워서 침뱉기식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전직 의장들이 당원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정 의장측의 대응은 의외로 조용하다. 정 의장의 측근은 “아직 가시화되지만 않았지 통합신당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면서 “정 전의장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내 일부 의원들의 탈당설과 관련 “기자회견 내용을 보니 탈당 이야기는 전혀 없는데 언론이 그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금 해체하자며 탈당하는 것은 도무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면서도 정 전의장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그건 또 다른 이야기”라고 여운을 남겼다.

5월 말까지 신당 작업을 완료하겠다고 천명한 정 의장은 선 신당 창당, 후 해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이와 관련 “이제 1단계 준비를 완료했으며 2단계 작업이 진행중이다”며 “15인의 추진위원들이 외부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고 활발하게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일단 4월 재보선을 좋은 기회로 삼겠다는 게 정 의장의 계획이다.

하지만 정 전의장은 이와는 분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2월 전당대회의 결의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사실상 정치적 해체를 통해 통합신당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시간을 아껴쓰는 게 좋을 것이다.”

정 전의장측의 이재경 나라비전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워낙 기자들이 질문을 해서 그렇게 말씀을 하신 것으로 안다. 우리가 절대 먼저 말할 상황이 아니다”면서도 “1단계가 끝났다지만 현재 진행상황이라면 쉽지 않을 것이다. 매주 회의를 하면서도 특별히 누구를 만나는 것도 아니고 말만 있지 도무지 성과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통합신당 창당을 둘러싼 두 사람의 입장 차이가 이별의 전조가 될지 가뜩이나 흔들리는 ‘열린우리당호’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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