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이 ‘돈’ 놓고 ‘돈벌기’ 전락하나 우려
- 대한민국 ‘비정상화’ 기업까지 악영향 ‘정상화’ 시급

최근 중국 정부는 석유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생산기업에 대해 더 이상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언제부터 시작할지 확정하지는 않았으나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에 대응하고 자동차 산업 선발 주자들을 뛰어 넘기 위한 과감한 접근법을 감행한 것이다.
독일 역시 2030년부터 가솔린과 디젤 엔진이 장착된 자동차에 대해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독일내 자동차 업체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게 일어났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2030년부터 독일에서 내연 기관이 장착된 차량을 보는 것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두 나라 정부의 결정은 가히 혁명적이다. 화석 연료 사용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논의해 왔지만, 자동차 산업의 근본을 뒤흔드는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은 엄청난 저항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 구조상 1차, 2차 부품 산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실업의 공포, 그리고 새로운 도전이 가져올 생각지 못한 결과에 대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의사결정권자는 없다.
하지만 독일과 중국 정부의 지도자들은 상상하기 힘든 변화에 대해 도전할 것을 결정했고 독일 국민들은 ‘자동차 업계에 압박을 가하지 않으면 친환경으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다’란 의견에 50.21%가 동의함으로써 정부의 결정에 조심스런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
이러한 독일 국민들의 공감대는 최근 폭스바겐 연비 조작 사건 등 전통적인 산업 구조가 오랜 기간 형성해온 암흑의 카르텔들이 ‘비리’로 터져 나오면서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 그 배경에 있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어찌 되었건 세계는 불투명한 미래, 새로운 세계를 향해 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결정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위협 요인으로 곧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미래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변화를 주도적으로 맞이해야 할 대한민국 정부와 재벌 대기업의 추락한 경쟁력을 보는 일이다. 첫 번째는 리더십에 관한 것이다. 최근 2, 3년 사이 우리 국민들은 ‘땅콩 회항’, ‘롯데가 형제의 난’, ‘한진해운 사태‘ 등을 통해 재벌 총수 또는 그 자녀들의 민낯을 확인했다.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책임지는 ‘탑(TOP)’으로서의 책임감과 직업적 윤리의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들은 ‘리스크’에 맞서기 위해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배움으로써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선한 기준’은 ‘상위 1%’라는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친 재벌 총수 리더들에게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덕목임을 각인시켜 주었다.
두 번째는, ‘갤럭시 리콜’, ‘현대 차 리콜’ 사태를 통해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속도감 있게 글로벌 기술 변화를 따라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030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 국내 제품들의 수준이 중국 제품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들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재벌, 대기업에 대한 비판 중 제 1순위인 ‘유보금만 쌓아놓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기업인들은 지금도 아무 말이 없다. ‘대기업이 잘되면 일자리도 늘어나고 실업률은 떨어지니까 국민들이 좀 더 희생해야 한다’는 주장을 믿는 사람들은 이제 많지 않다. ‘기업이 잘되는 것은 기업의 일일 뿐 내 주머니와는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때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기업인 삼성이 모든 계열사들을 다 팔아치우고 지주회사 형태로 남아 ‘돈 놓고 돈 먹기’를 할 것이란 소문이 돈 적이 있다. 이런 소문은 삼성이 계열사 중 알짜기업으로 알려진 제일기획을 매각한다는 이야기가 돌 때 퍼져 나갔다.
차라리 삼성의 경영 전략이 그렇게 정해졌다면 워렌 버핏처럼 기술력 있는 작은 기업에 투자하는 ‘엔젤 펀드’가 되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수천 개의 작은 성장 엔진들을 돌리는 펌프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지금 문제는 어떤 재벌 대기업도 스스로의 미래 비전을 꿈꾸지 않고 자신들의 자리보전에만 복지부동 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이 꺼져간다는 데 있다.
그래서 지금 정말 필요한 것은 ‘성장’ 담론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 사라진 ‘정의’와 ‘기업가 정신’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에 대한 접근법을 찾는 일이 먼저다.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전국민 금반지 모으기’로 IMF 위기를 극복한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의 추락한 날개, 재벌 대기업의 비도덕과 특권의식, 복지부동의 모습으로는 미래를 향해 날아오를 수가 없다. 독일과 중국 정부의 ‘위험한 결정’은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그들의 의지이며 그들의 의지는 결국에 미래로 가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낼 것이다. <이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
일요서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