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룸살롱 출입·고급 승용차 렌트 등으로 훔친 돈 탕진한 고대 조교
도박·룸살롱 출입·고급 승용차 렌트 등으로 훔친 돈 탕진한 고대 조교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6-10-15 08:59
  • 승인 2016.10.15 08:59
  • 호수 1172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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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운영비와 졸업생 모임회비 빼돌려 흥청망청 써버려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대학교수들의 갑질 비위도 문제지만 조교들의 비위도 만만치 않다.

자신이 관리하는 대학원 연구실 운영비등 수천만 원을 빼돌려 도박·유흥비로 탕진한 명문대 조교가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대학원 연구실 운영비와 졸업생 모임회비 등 8,0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업무상 횡령ㆍ절도)로 고려대 대학원생이자 조교인 H(27)씨와 공범 K(24)씨를 지난 9일 구속했다.

고려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연구실 선임 조교인 H씨는 인터넷 게임을 하며 알게 된 K씨와 짜고 올해 7월 29일부터 8월 29일까지 학교 연구실 운영비 5000만 원을 17차례에 걸쳐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학교 연구실 운영비는 교수 명의의 통장으로 들어오지만 연구실 선임 조교가 통장을 관리하기 때문에 H씨가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훔친 돈으로 일명 ‘사다리’로 불리는 인터넷 도박을 하거나 룸살롱을 드나들며 유흥비로 탕진했다. 또 렌트비가 월 600만 원인 고급 승용차를 운행하는 등 흥청망청 돈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4일에는 횡령한 돈을 다시 채워 넣기 위해 H씨는 K씨에게 연구실 문 비밀번호 등을 가르쳐주고 지도교수가 관리하는 졸업생 모임회비 카드를 훔치게 한 후 3,080만 원을 인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비는 졸업생 120명이 스승의 날이나 지도교수 퇴직 등 행사를 할 때 쓰려고 매월 1만 원씩 약 3년에 걸쳐 모은 돈이다.

H씨는 연구실 운영비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된 교수와 함께 태연히 경찰서까지 와서 통장의 돈을 누가 훔쳐갔다며 신고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하기도 했다. 그러나 폐쇄회로(CC)TV 분석과 휴대폰 통신내역 조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한 경찰에 덜미를 잡히자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공범인 K씨는 절도·사기 등 전과 4범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은행 CCTV 화면에서 비밀번호를 단번에 입력하는 등 인출 과정이 짧은 것으로 보아 내부자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해 빠른 검거가 가능했다”며 “연구실 살림을 도맡은 조교의 도덕적 해이 탓에 다른 학생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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