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대학교수 어쩌나…장학금 가로채고 유사성행위 강요에 폭행까지
막가는 대학교수 어쩌나…장학금 가로채고 유사성행위 강요에 폭행까지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6-10-15 08:32
  • 승인 2016.10.15 08:32
  • 호수 11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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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와 전북지역 대학교 교수의 일탈행위 ‘충격’
<사진출처=SBS>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대학가가 잇단 비위로 얼룩지고 있다. 대학교수의 ‘갑질’이 범죄로까지 이어져 상아탑이 흔들리고 있는 것. 특히 올해는 서울 동국대학교와 전북지역 대학교 교수의 성추행 사건과 폭행 사건 등의 일탈행위가 충격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는 대학교수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법을 저질러 일그러진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졸업한 제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동국대 김모 교수가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추가 피해에 대한 학생들의 제보가 잇따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주점에서 졸업생 A씨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하고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김 교수가 자신의 지위와 영향력을 무기로 강제추행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혐의를 부인하며 “서로 눈 크기를 비교하는 등 장난을 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에게 성적 표현 일삼아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다른 재학생ㆍ졸업생들도 해당 교수에게 추행을 당했다는 제보를 연이어 내놨다.

피해를 보았다는 재학생과 졸업생들 주장에 따르면 김 교수는 주로 자신이 만든 ‘독서모임’에서 이들과 만났다.

친구의 소개로 2013년 이 모임에 처음 나간 B씨는 “김 교수가 술자리에서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집요하게 캐물었고, ‘지갑에 콘돔이 있는데 끼지를 못한다’는 등의 성적 표현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가슴 사이즈와 속옷 색깔을 물어봤고, 속옷을 사줄 테니 같이 고르러 가자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인 C씨는 “김 교수가 연예인 사진을 보고 ‘저런 애들은 맛이 없다. 너같은 허벅지가 좋다’고 하거나 ‘너는 내 은교다. 네가 내 은교를 해라’는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김 교수는 문자로 ‘보고싶다’ ‘따로 만나자’거나 ‘여행가자’는 말을 자주 한다”며 “학생들에게 허리에 손을 올리는 등의 스킨십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동국대 졸업생 중 서울의 한 사립대 강사로 재직 중인 D씨는 “재학 시절 만취한 채 집으로 찾아온 김 교수가 특정부위를 가리키며 ‘연고를 발라달라’고 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호소했다.

지난 1일에는 동국대 김모 교수가 여학생 기숙사에 들어갔다가 경비원 2명이 제재하자 욕설과 함께 막말을 퍼부은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밤 11시 30분쯤 경비원 A씨는 “여자 기숙사에 중년 남성이 들어와 있다”는 기숙사 생활조교의 전화를 받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마침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김 교수에게 A씨가 외부인 출입금지 구역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를 물었고 김 교수는 신분을 밝히고 해명했다.

하지만 또 다른 경비원 B씨가 합류해 출입 경위를 따져 묻는 과정에서 양쪽의 언사가 거칠어졌다.

김 교수는 B씨에게 “싸가지 없는 XX. 어디 교수한테 덤벼”, “건방진 XX. 넌 때려도 개값도 안 돼서 못 때려 이 XX야” 등의 고성을 질렀다.

이를 목격한 학생들은 김 교수를 기숙사 밖으로 내보내고 문을 잠갔다.

김 교수는 이날 밤 11시25분 이 학교에 재학 중인 중국인 C(여)씨와 동료 교수 2명과 술을 마신 후 C씨를 데려다주기 위해 서울 중구 필동에 있는 동국대 기숙사에 무단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대에서 물의를 일으킨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8월 30일에는 동국대학교 조모 교수가 정부의 연구지원비 8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조 교수는 지난 2008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농촌진흥청이 동국대 산학협력단에 지원한 연구비 8억65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조 교수는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받은 연구비를 연구원에게 인건비로 지급했다가 다시 돌려받는 수법으로 5억6500만 원을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또 조 교수는 이와 별개로 농촌진흥청 지원금으로 발급한 연구비 카드로 연구재료 대금을 75차례에 걸쳐 허위 결제하고 이를 돌려받아 3억 원을 몰래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동국대 교수들의 갑질행위가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가장 최근인 지난 12일에는 동국대학교 지도 교수가 대학원생의 장학금을 가로채고 논문심사비 명목으로 수백만 원을 챙겼다는 주장이 제기돼 학교 측이 조사에 나섰다.

동국대에 따르면 지난 8월 대학원생 9명은 지도 교수가 제자들에게 부당한 돈을 요구했다며 이를 고발하는 탄원서를 최근 학내 인권센터에 제출했다.

증거자료로 교수가 수시로 돈을 요구하는 내용의 통화 녹음 파일 등도 함께 냈다.

대학원생들은 “교수가 논문 심사비로 200만 원을 요구하고, 3년간 학생들의 장학금을 가로채왔다”며 “또한 교수가 학생 명의로 통장을 개설하게 한 뒤 연구조교 월급을 해당 계좌로 들어오게 해 받아 챙겼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수가 증거가 남지 않도록 수표 말고 현금을 달라고 요구했다”고도 밝혔다.

동국대 정관에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에 대해 직위해제 및 해임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동국대 측은 검찰의 ‘기소 의견’ 통보를 받은 교수들은 즉시 직위해제하는 등 해당 교수를 상대로 제기된 비위 내용이 맞는지에 대한 사실 확인 작업을 거쳐 징계 처분을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학점 마음대로 매기고 거친 발언 서슴지 않아

대학가 교수들의 비위는 날이 갈수록 사나워지고 있다. 이는 비단 서울 동국대학교뿐 아니라 다른 대학교도 마찬가지이며 전북지역 일부 대학교수의 갑질도 가관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 군산경찰서는 지난 11일 노래방에서 여자 조교를 성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로 군산의 한 대학교 교수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교수는 이날 오전 1시께 군산시 한 노래방에서 같은 과 조교인 B씨의 신체 일부를 더듬고 유사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A교수는 1차 술자리를 끝내고 B씨와 단둘이 노래방을 찾았다가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B씨가 남자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남자친구는 경찰에 A교수를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3월 31일 전북 익산의 한 대학교 SNS에는 이 학교 학생이라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교수가 개강모임 뒤풀이에서 성추행하고 강의 중 거친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해당 교수는 학과장으로서 개강파티에 참석해 여학생들의 허벅지를 만지는가 하면 좋아하는 학생과 싫어하는 학생을 구분해 편파적인 방법으로 학점을 매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강의 도중에 “이성교제를 하면서 임용시험에 자꾸 떨어지는 것들은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이다”, “향락에 빠져 사창가에서 몸을 파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다음 생에는 개, 돼지로 태어날 것이다”라고 강의와 상관없는 발언을 해 대학 측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전북 전주의 한 대학 교수 A씨는 학내에 일하러 온 건설노동자 B씨를 도둑으로 몰아 폭행했다가 지난 6월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B씨는 2014년 5월 1일 오후 2시께 학교 1층 정수기에서 페트병에 물을 받고 차에 타려던 중 이 학교 교수인 A씨를 만났다. B씨는 자신을 보자마자 갖고 있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A교수로부터 “여기 사무원이냐”는 등 추궁을 당하자, “아니다. 커피 한 잔 마시러 왔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A교수는 B씨에게 “너 도둑놈이지, 여기 왜 왔어”라며 갑자기 모자를 벗기고 모자와 손바닥으로 B씨의 얼굴을 30여 차례에 걸쳐 때렸다.

A교수의 무차별적인 폭행은 이 모습을 보고 제지하러 온 목격자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끝이 났다.

동국대, 갑질문화 퇴출 정책 실시

이처럼 올해는 유달리 서울 동국대학교와 전북지역 대학교에서 교수 비위가 끊이지 않았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이런 사건들을 보면 교수 사회의 고질적인 갑질 문화가 개선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며 “외부 견제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 교수 사회의 특성상 실질적인 제재를 할 수 있는 학내 감시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렇지 않아도 동국대학교는 캠퍼스 내의 갑질문화를 퇴출하고자 하는 정책을 실시함에 따라 학생들의 동시다발적인 진정 및 제보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동국대학교 변재덕 홍보실장은 “갑자기 동국대 교수 비위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는 이유는 지난해 5월부터 학생이 지도교수를 교체할 수 있는 지도교수 자율 선택제를 시범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며 “동국대의 이러한 정책에 힘입어 학생들이 교수의 비위 행위에 대해 부담 없이 신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에서 지난 1년간 지도교수 교체 신청서를 낸 학생은 46명이었다. 그중 많은 학생들이 지도교수의 폭언, 성추행, 개인 업무 지시, 논문 대필 등을 경험했다. 시범 운용을 통해 학생들의 만족도를 확인한 동국대는 지난 8월 5일 국가인권위원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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