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비 삭감·금배지 소멸·불체포 특권 제한
“이걸로 되겠나…정치 문화 혁신해 신뢰 얻어야”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최종안이 완성돼 입법을 앞두고 있다.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가 만든 최종안이 17일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보고된 후 입법 절차를 밟게 될 예정이다. 그동안 ‘동물국회’, ‘식물국회’, ‘무생물 국회’까지 국민들로부터 온갖 비판의 대상이 됐던 국회가 이번 기회를 통해 명예회복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요서울]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최종안의 입법을 앞두고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의견을 밝힌 여야 의원 6명은 이번 안에 대해 큰 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일부 세부사항에선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여당 서울 지역 A의원(3선)은 “국회의장 직속 독립기구에서 만들어졌으니 성과를 잘 유지해서 결실 맺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야당 경기 지역 B의원(초선)도 “전반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다만 무조건적 내려놓기 보다는 의정 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월급 깎이고 금배지 뗀다
이번 최종안에 따라 의원 세비는 삭감될 예정이다. 국회의원의 월평균 수당은 1150만 원으로, 일반 수당 640만 원 외에 입법활동비 310만 원과 특별활동비 60여만 원 등이 추가 지급돼왔다. 하지만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는 비과세 대상이어서 특혜 논란을 빚었다.
이제부터는 두 항목을 수당에 편입시켜 소득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세금을 매기면 현 월급의 15%, 160만 원 정도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의원들은 애써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의 부정적인 영향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의원의 상징이었던 금배지도 사라진다. 신분확인수단은 국회의원 신분증으로 대체된다. 금배지를 두고 의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A의원과 여당 서울 지역 C의원(3선)은 “여태껏 배지를 차 본 적이 없다”며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여당 충북 지역 D의원(4선)은 “배지 착용을 특권의식으로 보지 않는다”며 “기업이 사원증 달 듯 배지를 달면 품위 유지나 처신을 조심하게 된다”고 했다. 야당 경기 지역 E의원(4선)도 “배지 달면 행동을 조심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며 “잘못된 권위 상징이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멍 뚫린 ‘방탄 국회’
이번 최종안에는 그동안 방탄 국회라는 오명을 받았던 ‘불체포 특권’을 제한하는 방안이 담겼다. 불체포 특권은 국회의원이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회기 중에 국회 동의 없이 체포되지 않는 권리다. 그간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을 받으며 대표적 특권으로 여겨졌다.
이번 안에는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지 72시간 이내에 표결을 못하면 현행처럼 자동 폐기되지 않고, 다음 첫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 체포 여부를 결정하게끔 했다. D의원은 “불체포특권은 헌법에 보장돼 있어 헌법을 고치지 않고서야 폐지할 수 없다”면서도 “불체포특권 제한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C의원은 한 발 더 나가 “만족하지만 더 내려놔야 한다고 본다”며 “폐기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E의원은 “전반적인 사회 문화가 ‘민주화’ 되면 괜찮지만 지금은 방어 장치로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A의원도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불체포특권은 굳이 필요 없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에도 사정기관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무리한 기소를 하는 등 수사권을 악용해 재갈 물리는 행태가 있는 것 같아 필요하다는 의견”이라고 했다.
피감기관에 ‘갑질’? 글쎄
이번 안에는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에 대한 무리한 자료 제출 등 갑질을 금지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 의원들은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야당 서울 지역 F의원(3선)은 “폐해는 일부분일 뿐이고 자료 요청은 의원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자료 요청권이 위축돼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D의원도 “국감은 대청소 작업”이라며 “청소를 매번 하면 피곤하지만 1년에 한 번 하는 대청소는 필요하다. 때문에 피감기관은 대청소에 임하는 자세로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안에는 지금까지 교섭단체 여야 간사가 제출했던 증인 신청서를 각 위원이 직접 내게 했다. 또 결과보고서에는 출석한 증인의 실제 신문 여부 등을 기재토록 해 증인채택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 불러놓고 묻지도 않는 ‘마구잡이식’ 증인신청을 줄일 계획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다소 엇갈렸다. A의원은 “개별적으로 증인 신청하면 책임감 불러올 수 있어 괜찮은 방안인 것 같다”며 “누가 증인을 불렀는지 꼬리표 달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E의원은 “상의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거나 부적절한 증인을 걸러내는 작업을 이미 거친다”며 “개인별로 신청하면 오히려 무분별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고 했다. D의원은 “증인을 누가 채택했는지 질의하는 걸 보면 다 안다”면서도 “떳떳하게 공개하는 건 좋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기타 특별 관행도 폐지
이 외에 ‘해외여행’ 취급을 받았던 국회의원 해외방문의 관행도 바뀔 예정이다. 참석자 명단과 예산 등 정보가 담긴 보고서를 공개하고, 재외공관의 공항 마중과 환송, 안내 및 교통편의 제공 등의 의무를 없애기로 했다. F의원은 “그 전에는 언론사가 정보공개법에 의거, 정보공개 요청해도 국회 사무처가 거부했는데 이번 사안으로 출장 의미가 있는지, 공유할 만한 성과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음성적인 정치자금 모금 창구로 변질됐던 출판기념회는 금품 모금은 전면 금지하되 출판사가 출판기념회 현장에서 책을 정가로 판매하는 정도만 허용키로 했다.
끝으로 D의원은 이번 최종안을 두고 ‘무신불립(無信不立)’을 강조하며 국민들로부터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 불신이 워낙 커 이걸로 근본적인 해소가 안 될 것”이라며 “구태 정치 문화를 혁신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