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0만 탈북촌’ 건설 계획 전모
정부 ‘10만 탈북촌’ 건설 계획 전모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6-10-14 23:38
  • 승인 2016.10.14 23:38
  • 호수 1172
  • 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탈북민 수용대책 구체화 해 북한 체제 균열 노린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박근혜 정부의 대북 흔들기가 본격화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북한 주민을 향해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고 탈북을 공개 촉구했다. 11일에는 청와대에서 영상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며 통일의 시험장”이라며 “관계부처들은 긴밀하게 협업해서 탈북민 정착을 위한 제도를 재점검하고, 자유와 인권을 찾아올 북한 주민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체계와 역량을 조속히 갖춰 나가기를 바란다”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급기야 ‘10만 탈북촌 건설 시나리오’까지 등장하게 만들었다. 

폐교·체육관 등 기존 시설에 4만3000명, 임시·신규시설에 5만7000명
건설비 조성책·부작용 해결책 논의 시급, 기존 탈북자 관리도 병행해야

10월 1일부터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이 지속되자 북한 체제붕괴론과 통일론에 대한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10만 탈북촌 건설 시나리오’도 소문만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제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가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비해 10만명 규모의 탈북자를 수용할 수 있는 ‘탈북촌’ 건설 계획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수도권 일대 폐교와 체육관 등 기존 시설에 4만3000명을, 임시 건물 등 신규 시설에 5만7000명을 분산 수용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탈북 권유 발언에 이어 탈북민 수용 대책 지시로 그 구상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는 것은 북한 체제의 동요를 본격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가원수인 박 대통령이 직접 탈북민 전원 수용을 약속함으로써 체제 균열을 보다 확대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5차 핵실험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점이 명확해진 만큼 이전과는 다른 대북 압박·제재 수단으로 체제 흔들기란 카드를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공개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진행된 통일부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의 공식 입장을 묻는 질문이 있었다. 당시 정준희 대변인은 “정부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계획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매년 1~3월 탈북 성수기
탈북자 남한에만 3만 명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3만 명의 탈북자들이 들어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수치는 29,688명으로 여성 비율이 70% 이상이다. 통일부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가장 많은 2,914명의 탈북자가 국내에 들어왔다. 지난해에는 총 1,275명의 탈북자가 국내로 들어왔다. 

대북 전문가들은 내년 1월부터 3월초 대대적인 탈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북한 엘리트들의 탈북과 함께 북한 정권 내부에 미묘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주민들이 북·중 접경지역을 넘어 탈출하는 주된 시기가 매년 1~3월인 것으로 알려져 정부 당국자들은 내년 초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1~3월이면 북한의 두만강은 꽁꽁 얼어붙는다. 강 위로 누구나 쉽게 넘을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 지기 때문에 그 어느 시기보다 탈북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대로 장마철인 7~8월은 탈북 비수기다. 

탈북자들은 북한 국경경비대원들에게 1인당 남한 돈 180만원 가량을 대가로 지불한다. ‘돈 없으면 탈북도 못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탈북비용을 남한의 가족이 보내주는 경우도 많다.  

10만 탈북촌 건설
통일 독일 참고론

박근혜 대통령이 탈북민 수용 대책 마련을 주문한 만큼 ‘10만 탈북촌 건설 시나리오’는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방법이다. 단순히 10만 명을 폐교, 체육관, 임시건물에 분산 배치하는 게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심을 끄는 것이 동독과 서독이 통일되기 전 있었던 ‘탈동(脫東) 행렬’이다. 동·서독으로 갈라진 1949년부터 통일 직전인 1990년까지 탈동자는 총 520만 명으로 알려졌다. 1989년 5월 동독인의 대량 탈출이 시작된 후 1989년에만 34만3,800명이 탈출했으며 1990년 1~6월에는 23만8,000명이 추가로 탈출했다. 

당시 서독 야당인 사민당은 탈동자들의 입국 제한을 요구했다. 하지만, 헬무트 콜 서독 총리는 이를 거부하고 탈동자들을 전원 수용했다. 탈동자들은 일단 베를린과 기센에 소재한 수용소에 수용된 뒤, 2~3일 이내 각 주의 임시수용소에 보내져 대기하다가 가옥이 마련되면 정착하는 식으로 서독에 자리를 잡았다. 

서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연합해 우리의 도격인 각 주에 하나씩 수용소를 설립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또 특정 주에는 10만평이 넘는 부지에 수용소와 학교, 관공서 등 건물 150개 동을 지어 탈동독민을 위한 타운을 만들기도 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앙정부 단독으로 탈북민 수용 대책을 마련하기에는 예산과 부지 확보 등의 한계가 있으므로 독일처럼 지방 정부와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역마다 폐교 등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시설이 있는 곳이 적지 않으니 이들을 적절히 개·보수해 탈북민을 위한 수용 시설로 활용하자는 방안이다.

탈북촌 건설 
부작용 대비해야

대규모 탈북촌은 관리는 쉬운 반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일각에서는 10만 탈북촌을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이 약 2조 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독의 경우처럼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와 합심해 긴급 구호시설, 폐교 등을 활용한다면 건설기관과 비용 등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탈북촌을 건설할 경우 지역 마찰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인접지역 주민이 찬성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부동산 및 각종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반대한다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 다른 문제는 탈북촌에 대한 테러 위험성이다. 통일이 되지 않고 북한 체제가 유지된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탈북촌을 곱게 볼 리가 없다. 이럴 경우 자칫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어 문제의 소지가 많다. 

이 밖에 현재 국내에서 생활하는 약 3만 명의 탈북자가 처한 현실도 문제다. 자유를 찾아 목숨 걸고 온 탈북자들조차도 윤택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10만 명에 이르는 탈북자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겠냐는 지적을 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한편 통일부는 탈북민 3만명 시대에 맞춰 탈북민 정책 방향을 사회통합형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다음 달이면 탈북민 3만명 시대가 될 것”이라며 “그에 맞춰 기존의 탈북민 정책을 사회통합형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기존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그다음에 지원 체계를 효율화하는 쪽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또한 “대량 탈북 등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촌 건설·통일 위해 
평화통일국채 발행하자

탈북촌 건설과 통일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10만 탈북촌 건설 시나리오가 나오면서 알려진 건설비용만 2조원이다. 통일 비용까지 따지면 그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통일세와 평화통일국채다.  

독일의 경우 통일재원을 초반에는 공채 발행을 중심으로 마련해오다 나중에는 증세로 전환, 비용을 충당했다. 통일을 위한 목적세, 이른바 통일세다.

만약 독일의 선례를 따른다면 부가가치세율이나 재산세율 인상, 석유·담배 등 소비재나 공공요금 인상 등을 통해 국민들이 부담해야할 세금이 늘어날 수 있어 조세저항에 부딪칠 수 있다.

특히 미집행 예산을 통일기금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도 시도된 바 있지만 통일비용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는 지적이 있고 정부 재정적자 상황도 한계에 처해 있다.

통일복권을 통해 자금조달도 논의된 바 있으나 사행심을 조장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고, 일부 학자들의 경우 국채발행을 통해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미래 세대에 그 부담을 전가한다는 점에서 힘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평화통일국채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동포들 사이에서 평화통일국채 발행 요구가 높다는 후문이다. 김창준 전 미 연방 하원의원에 따르면 “이미 지난 1월 워싱턴DC 한인들을 중심으로 ‘평화통일국채발행 건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며 “성명서에는 워싱턴 한미 포럼 안창호 회장, 워싱턴지구한인연합회 임소정 회장, 버지니아 한인회 김태원 회장, 메릴랜드 한인회 백성옥 회장, 수도권 매릴랜드 한인회 서재홍 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황원균 회장 등이 서명을 했다”고 밝혔다.

김 전 하원의원은 “평화통일국채가 발행된다면 미국의 한인 지도자들이 적극적으로 구매에 나설 것”이라고 전하며 “자선모금이 아니라 국채를 사는 것이다.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국가가 담보를 선 채권을 사는 것이다. 조국의 통일을 후원하겠다는데 누가 안 하겠나.”라고 말했다.  

북 인권 전문가들 “김정은 집권 후 인권 더욱더 악화”

북한 인권 전문가들은 13일 김정은이 집권 후 인권 상황은 더욱 악화됐으며,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안보 문제와 동등한 수준에서 압박 분야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6회 샤이오 인권포럼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북한은 유일한 인권유린국가”라며 “북한 인권 상황은 김정은 체제에서 공개처형이 늘고, 구금이 많아지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북한 정권이 현재 북한 주민의 복지를 도외시하고 있다”며 “북한은 최악의 홍수에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에서도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고 꼬집었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에 함께 자리한 시나 폴슨 유엔 북한인권서울사무소장은 북한 인권 문제를 핵 문제 수준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상황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상황으로, 이는 북한의 인권 발전이 평화와 안보에 있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안보에 대해 의미 있는 논의를 위해서는 인권에 대한 존중 문제를 포함시키지 않을 수 없다는 인식”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북한 인권 유린 상황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는 것과 동시에 압박 수단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마르주끼 다루스만 전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우리는 북한의 책임성을 묻기 위해, (압박) 전선을 더 넓힐 필요가 있다”며 “제재 측면을 강화하는 것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 내부에 타격을 줄 경제적 제재와 함께 도덕적 제재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스포츠 활동에 대한 금지를 실시해 국제사회가 북한이 근본적으로 잘못하고 있다는 점을 환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스포츠 제재가 검토 영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