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출소 후 해외사업 광속 질주
최태원 회장 출소 후 해외사업 광속 질주
  • 남동희 기자
  • 입력 2016-10-14 20:48
  • 승인 2016.10.14 20:48
  • 호수 1172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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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영토 확장 활발 중국·중동 인맥 주목

해외 실적 28조 원…그룹 총 매출 51.8% 차지
“SK-충칭시, 시너지 기대…성공스토리 만들 것”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국 충칭시와 경제협력을 구축했다. 중동지역에서의 그의 활동도 활발하다. 최 회장의 지난 1년 해외 행보와 그의 해외성과에 기반이 되는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을 살펴봤다.

또 중국의 차기 리더 쑨정차이와 중동의 세계 석유 수장 알마디까지, 그의 화려한 인맥도 집중조명했다.

SK 최태원 회장이 지난달 24일 중국의 충칭시 당서기 쑨정차이(孫政才)와 만나 포괄적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구체적으로 석유화학과 반도체 부문에서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특히 이번 성과는 최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로 얼어붙은 한중관계에서 얻은 쾌거로 대외적으로도 값진 성과다. 또 중국 중심 지역이자 서부 대개발의 핵심 거점인 충칭은 2014년 SK 하이닉스가 충칭 공장을 준공한 뒤 낸드플래시 등을 본격적으로 양산하면서 충칭시의 기간산업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기에 SK그룹 내에서도 이번 협약의 효과는 배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쑨 당서기 외에도 황치판(黃奇帆) 충칭시장 등 충칭시 최고위급 인사 20여 명과 1시간 30분 동안 회의를 가졌다.

회의에서 쑨 당서기는 “충칭시는 화학제품과 반도체 수요가 늘고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공급이 부족해 이 분야에 글로벌 기술을 갖고 있는 SK그룹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오랜 친구인 SK가 충칭시의 파트너가 되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황 시장 역시 “SK는 충칭시와의 협력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큰 기업”이라며 “점진적으로 상호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최 회장은 “충칭시와 SK가 필요로 하는 분야에 서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상호 윈윈하는 협력방안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하겠다”면서 “SK하이닉스 우시 공장, 우한 에틸렌 공장에 이어 충칭에서도 다양한 성공 스토리가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출소후 1년간 부지런한 해외 행보

이어 최 회장은 지난 달 25일 2011년부터 맡고 있는 충칭시의 글로벌 경제고문 자격으로 충칭시가 주최한 ‘제11회 글로벌 경제고문 연례회의’에 참석했다.

글로벌 경제 고문 중 기업인으로는 최 회장 외에 미쓰이물산의 이지마마사미 회장, 노무라홀딩스의 고가노부유키 회장, 엔지의 제러드메스트랄레 사장, 토키오머린홀딩스의 스미슈조 회장 등이 있다. 충칭시가 SK와의 협력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을 증명하듯이 이 가운데 쑨 당서기가 따로 만난 해외 기업인은 최 회장이 유일했다.

지난 1년 동안 최 회장은 중국과 중동을 넘나들었다. 경영 복귀 후 중국행에서 얻은 첫 성과는 2015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CGH(China Gas Holdings) 류밍휘(劉明輝) 총재를 만나 SK와 CGH 간 기업 협력에 긴밀도를 높였다.

CGH는 지난 2006년 SK그룹과 전략적 MOU 체결 이후 협력을 통해 CGH의 시가총액이 6배가량 늘어나 현재 80억 달러에 달한다. 당기순이익은 30배가량 급증해 현재 5억 달러에 달할 만큼 고속성장을 해온 전례가 있는 SK의 든든한 중화권 파트너로 거론된다.

최 회장의 두 번째 성과는 지난달 8일 중국 국영 석유회사 시노펙의 왕위푸(王玉普) 회장을 만나 기존 석유화학 부문 협력 관계를 정유·윤활유 부문으로 확대됐다.

중동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구축도 다졌다. 지난 5월 자비르무바라크알사바 쿠웨이트 총리와 만난 최 회장은 쿠웨이트 국영 석유공사 ‘KPC’와 석유가스 및 에너지산업 협력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 밖에 대통령 경제사절단(지난 5월)의 일원으로 이란을 방문해 에너지 정보통신 관련 정부부처 고위 인사들과 만나 자원개발과 정보통신, 도시 인프라 구축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포스트 시진핑과 세계 석유 거물 만나

최근의 SK 그룹 해외 성과들은 최 회장의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을 조명하는 기회가 됐다.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이란 특정 국가와 기업의 최고위급 인사와 교류하면서 신뢰 협력 관계를 형성한 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모델을 제안해 win-win(윈-윈)협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런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을 최 회장의 탄탄한 해외 인맥이 받쳐주고 있다.

이번 충칭 파트너 협약에서 큰 힘이 된 충칭 쑨 당서기와 최 회장의 인연은 2011년 쑨 당서기가 지린성 당서기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이어왔다. 쑨 당서기는 현재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겸하고 있으며, 차기 상무위원과 차기 리더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이다.

또 이번 충칭시에서 쑨 당서기와 함께 면담을 가졌던 황 시장 역시 충칭을 8분기 연속 중국 내 GDP 성장률 1위로 이끌어 낸 경제통이다.

중동 인맥으로는 사빅의 수장인 모하메드알마디(Mohamed Al-Mady) 부회장이 거론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빅은 세계 최대 에틸렌 생산규모를 자랑하는 글로벌 1위 석유 화학 회사다.

세계 석유화학 업계의 영향력 순위 3위 안에 드는 거물이기도 한 모하메드알마디와의 인연은 2011년 3월 최 회장의 중동 출장 당시 만남으로 시작됐다.

최 회장은 사빅의 알마디 부회장에게 SK의 고성능 폴리에틸렌 기술을 소개하며 협력사업을 제안했고, 한 달 후 4월 보아오 포럼에서 만나 본격적으로 전략적 제휴를 논의했다. 그 결과 지난해 5월 27일 SK종합화학과 사빅의 넥슬렌 합작법인이 설립됐다.

최 회장이 해외에서 올린 쾌거는 SK그룹 실적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4년 연속 SK그룹 내 매출 중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올린 것이다.

올해 상반기 SK그룹 계열사들은 총 54조733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중 해외 매출액(28조3652억 원) 비중은 51.8%로 매출의 절반이 넘는다. 특히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액 규모는 국내 전체 수출액(283조 원)의 10%를 차지한다.

한편 SK그룹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2박3일간의 합숙 세미나를 가졌다. 이 세미나는 최 회장이 확대경영회의에서 주문한 ‘변화와 혁신’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여서 의미를 더했다. 

남동희 기자 donghee07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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