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수 던졌다 두들겨 맞은 기업 마케팅 백태
무리수 던졌다 두들겨 맞은 기업 마케팅 백태
  • 신현호 기자
  • 입력 2016-10-14 20:39
  • 승인 2016.10.14 20:39
  • 호수 1172
  • 38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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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비하·반일감정 건드렸다가 ‘혼쭐’
▲ <온라인 커뮤니티>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기업의 마케팅 논란 사례를 보면 반일감정이나 성차별 등 소비자의 정서를 건드린 경우가 많다. 다소 무리한 마케팅이 오히려 비수가 돼 날아오는 이 같은 사례가 최근 빈번해지고 있다. 상품을 알리고 회사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마케팅에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갖은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때로는 당초 목적과 정반대로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일본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 롯데는 숱한 마케팅 논란에 시달려왔다. 지난 4월 롯데껌 자일리톨의 태국 광고 시안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사진에는 욱일기 한 가운데에 자일리톨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오른쪽 상단에 ‘일본 기업 롯데(LOTTE IN JAPAN)’라는 문구가 박혀 있다.

사진이 일파만파 퍼지자 누리꾼들은 분노했다. 롯데는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타워에 거대한 태극기를 다는 등 한국기업임을 강조해온 것과 상반되는 행동이라는 점에서 공분을 샀다.

롯데 계열사인 에프알엘코리아의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도 지난 2010년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판매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유니클로는 ‘다케시마 캠페인’ 후원 기업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매 운동 여론이 일기도 했다.

또 다른 ‘일본기업’ 오명을 쓴 기업으로는 생활용품점 다이소아성산업(다이소)이 있다. 다이소는 일본에 동명의 브랜드가 있어 일본에 거액의 로열티를 지불하는 데다,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로 바꾸는 일본 우익들의 활동에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다이소는 지난해부터 독도사랑운동본부와 협약을 맺고 독도 관련 주요 행사에 물품을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전개하며 ‘한국 기업’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일본계 편의점 ‘훼미리마트’와 제휴를 맺고 동일한 브랜드명을 사용해오다 별도 브랜드로 분리된 BGF리테일의 ‘CU’ 역시 훼미리마트가 우익 기업 리스트에 포함돼 논란이 됐다.

성차별로 뭇매

여성비하나 성차별 역시 역풍을 맞는 요소다. 비씨카드는 지난 3월 대만 음료업체 ‘공차’를 광고하면서 ‘비씨페이로 결제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만화를 공개했다. 만화 속 여성이 “공차 가기 전에 비씨페이 등록해야겠네”라고 말하자 뒤에 서 있던 남성은 “어차피 계산은 내가 하는데”라면서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비씨카드 측은 “해당 광고는 공차코리아의 공식적인 입장과 관련이 없으며 당사에서 작성한 후 진행했다”고 해명한 뒤 광고를 내렸다.

공차도 지난 2013년 ‘영화용 친구, 식사용 오빠, 수다용 동생, 쇼핑용 친구, 음주용 오빠! 어장관리? 아니 메시급 멀티 플레이!’라는 문구의 지하철 광고를 냈다가 항의 여론을 못 견디고 광고를 내렸다.

지난 4월에는 공유경제 애플리케이션 ‘쏘시오’ 광고가 논란이 됐다. 광고영상에는 스포츠카를 탄 남녀가 지나가자 한 남성이 부러워한다. 이 상황에서 배우 김혜자가 화면에 등장해 “사는 거 힘들지? 쏘시오 해”라고 강조한다.

이 말을 들은 남성은 잠시 뒤 스포츠카를 타고 화면에 다시 등장한다. 옆자리에는 앞서 등장한 여성이 앉아 있다. 광고가 공개되자 “여성과 슈퍼카가 남성 가치를 높이는 장신구냐”는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에스앤푸드의 ‘생채움’은 지난해 7월 ‘부드러운여자두부’라는 신제품을 출시했다가 이름을 둘러싸고 곤욕을 치렀다. 에스앤푸드는 여성들이 다이어트할 때 두부를 먹는다는 점을 고려해 지은 이름이라 해명했지만 “부드러움을 강조하는데 굳이 ‘여자’라는 단어가 들어갈 필요가 있느냐”는 여론이 형성됐다.

과장광고도 소비자들의 불쾌한 감정을 일으키는 요소다. 특히 소비자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원성의 목소리가 높다.

경쟁이 치열한 이동통신 시장은 최근 과장광고로 인한 소비자들의 눈총에 시달렸다. 이통3사의 ‘LTE 무제한 요금제’가 실제로는 무제한이 아니라는 소비자 단체의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따라 위법여부를 조사하고 무제한 요금제는 과장광고라는 해석을 내놨다.

일부러 노이즈마케팅도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마케팅 논란 자체는 기업에 해만 끼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러 노이즈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SNS 상에서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SNS 마케팅은 양방향 소통으로 마케팅 효과를 단기간에 극대화할 수 있지만, 흥미 위주의 홍보에 치중하다보니 도를 넘은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화장품기업 에이블씨엔씨 어퓨는 공식 페이스북 사이트에서 소비자들 상대로 ‘거품 물었다’고 표현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에이블씨엔씨 어퓨는 최근 일본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를 겨냥한 홍보 게시글 ‘ㅅㅇㅁㄹ(슈에무라)에게 전해라. 커밍순 2.22’를 올려 논란이 됐다. 소비자들은 대놓고 미투상품(Me-Too-Goods·인기 제품을 모방해 만든 상품)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기업 윤리에 반하는 행동을 전면에 홍보하는 것은 ‘도 넘은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네네치킨은 지난해 10월 공식 페이스북과 채용정보 사이트 잡코리아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극우주의 온라인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이미지를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채용공고 게시글의 네네치킨 로고에는 노 전 대통령이 뛰어가는 모습이 합성돼있었다.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는 닭다리를 들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이 합성되기도 했다. 당시 네네치킨 측은 이미지가 게시된 사실을 시인하며, 잡코리아 측의 실수로 벌어진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마케팅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일부러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효과적이기도 하다”면서도 “가격이나 품질 경쟁이 아닌 마케팅 경쟁이 과열될수록 피해는 소비자가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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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실망ㅠ 2016-12-17 12:45:30 119.82.52.199
다이소가 일본 다이소에 100억원 상당의 배당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의 감사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네요... 독도 후원한다는 결과보고도 없고... 다이소 애용했는데 넘 실망스러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