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의 희망에서 실패한 사업가로
흙수저의 희망에서 실패한 사업가로
  • 남동희 기자
  • 입력 2016-10-14 20:24
  • 승인 2016.10.14 20:24
  • 호수 1172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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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베누 황효진, 품질 무시하다 망했다

마케팅 전력투구, 품질은 “나 몰라라”

수백억 매출 신기루…피해사례 ‘봇물’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인터넷 게임 방송 진행자에서 20대 사업가로 거듭나며 열렬한 환호를 받았던 황효진(28) 스베누 전 대표의 성공신화가 2년3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화려한 마케팅을 무기로 창업 초창기 큰 인기를 구가했지만 성급하게 쌓은 탑은 빠르게 무너졌다. 품질은 뒷전으로 하고 마케팅에만 열을 올린 결과다. 

더구나 황 전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사기 혐의 피소, 품질 논란 등 바람 잘 날 없는 시기를 보내야했다. 결국 스베누는 지난 7일 홈페이지를 통해 “온·오프라인 상의 모든 영업을 종료한다”는 말로 스스로 신화의 끝을 맺었다.

황 전 대표는 지난 2009년부터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 TV의 게임 방송 진행자(BJ)로 이름을 날렸다. ‘BJ 소닉’으로 불린 황 전 대표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하며 이를 시청자들에게 생중계했다. 

재치 있는 입담과 뛰어난 게임 해설 능력으로 자신을 알리던 황 전 대표는 이 기세를 바탕 삼아 2012년 ‘신발팜’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시작했다.

2014년 7월 신발팜은 ‘스베누’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뿐만 아니라 본인이 게임 관련 진행자였던 만큼 스베누의 이름을 딴 게임단을 만들어 e스포츠(온라인상으로 이루어지는 게임 경기 및 대회)에도 적극 투자했다. 황 전 대표는 e스포츠 업계에서 종목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게임 경기들의 메인 후원사 역할을 담당하며 활발히 활동했다.

스베누는 창업 초창기부터 아이유, AOA, 송재림, 클로이 모레츠 등 몸값이 비싼 국내외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선정하는가 하면 인기 드라마에 간접판매 광고(PPL)를 하는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또 MBC 주말드라마 ‘장미빛 연인들’의 제작 지원을 맡고 잉글랜드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파트너십을 맺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런 전략은 사업 초기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스베누는 2014년에만 104억 원의 매출과 29억 원의 매출총이익을 올렸다. 2015년 상반기에 국내에 100번째 매장을 열었으며 연 400억 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역 앞의 4층 건물을 통째로 임대해 본사와 매장으로 사용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황 전 대표의 창업이야기는 ‘청년 신화’의 성공사례로 포장됐고, 대중강연에 멘토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마케팅에 수십억 쏟아

하지만 과도한 마케팅 투자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된 원인이 됐다. 또 400억 원 매출 달성의 성공이 신기루였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황 전 대표는 2014년 영업이익 29억 원 중 20억7000만 원을 광고비로 쏟아부었다.

건물 임차료 등 제반 비용을 빼면 오히려 2억 원의 적자가 난 것이다. 그럼에도 출혈 마케팅은 멈추지 않았다. 2015년에는 마케팅비로 82억8700만 원을 썼다. 대기업인 위메프 76억 원, 삼성화재 71억 원, 한국 P&G 56억 원을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반면 판매량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소비자들은 스베누가 마케팅만 집중하면서 제품 품질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14년부터 신발이 물에 젖으면 염색이 번져 양말이나 발을 오염시키는 ‘이염’ 현상으로 항의가 빗발쳤고 일부 제품은 국외 유명 제품의 디자인을 베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운동화 전문 세탁소의 ‘스베누 신발은 물 빠짐이 심해 세탁을 받지 않겠다’는 공고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돌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오죽하면 ‘비 오는 날 스베누를 절대 신고 나가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였다.

계속된 고객의 불만에도 황 전 대표는 묵묵부답이었다. 문제가 된 제품군은 2년이 지난 2016년에서야 리콜했다. 이런 묵살된 불만 접수에 품질 논란은 가속화됐고 신뢰도 하락은 순식간이었다.

올해 1월 10일 자금난으로 하청업체들과 마찰이 생긴 것이 MBC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 전파를 타며 황 전 대표에 대한 비난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스베누의 하청업체들은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판매대금 회수에 시간이 걸리는 가맹점 대신 현금으로 목돈을 받을 수 있는 업체들에게 물건을 팔고 있다는 이른바 ‘땡처리 판매’를 황 전 대표가 주도했다는 이유로 격분했다. 신발업체와 가맹점주들은 황 전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 스베누 본사와 법적 다툼을 벌였다.

사기혐의 등 잇단 물의

이 과정에서 중년 남성이 회사에 난입해 옷을 다 벗은 뒤 “내 돈 내놔”라며 사무실을 돌아다니고 자해행위를 하다가 병원에 실려가는 사건이 발생, 스베누와 하청업체 간 갈등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이 남성은 신발 공장주로 28억 원이 넘는 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법적 공방 가운데 황 전 대표의 행동도 논란이 됐는데, 고가의 수입 스포츠카를 법인 명의로 대여해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이에 황 전 대표는 지난 1월 기자회견을 열고 “여러 악재 속에서도 스베누 브랜드의 정상화와 게임단 운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한번 추락한 이미지는 좀처럼 회복이 쉽지 않았고, 게임단 선수들의 급여조차 지급하지 못해 한국 e스포츠협회가 임시 운영을 맡아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6월부터 스베누 코리아에는 황 전 대표를 포함해 초창기 함께 일하던 직원들 전원이 회사를 나간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스베누 코리아 측 관계자는 “황효진 전 대표는 더 이상 회사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전했다.

이에 황 전 대표는 “스베누 코리아가 팀을 이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팀 운영에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다. 현재 몇몇 직원들과 함께 일하며 영업 업무를 맡고 있다”라고 스베누 코리아와 엇갈린 주장을 내놓아 혼선을 샀다.

하지만 황 전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스베누 코리아 측은 “사실이 아니다. 조만간 사기 혐의로 황 전 대표를 고소할 수도 있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황 전 대표의 재도약은 3개월이 지난 이번 달 실패했고 스베누는 폐업으로 마무리됐다. 현재 스베누의 남은 상품들은 멀티 브랜드 쇼핑몰 오렌지팩토리를 통해 9000원에서 2만4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남동희 기자 donghee07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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