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정치팀] ‘반기문 대세론’이 ‘충청대망론’을 등에 업고 활활 타오르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집권여당 내 주류 측에서는 ‘반기문 대안론’을 넘어 ‘반기문 회의론’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최근 야권과 여권 내 비박계가 손을 잡고 ‘친박 후보=반기문’ 조합은 2017년 대선에서 필패카드라는 논리가 확산되면서 대국민 지지율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게 만들었다. 반 총장의 대선 지지율이 20%대에 정체돼 있고 새누리당 정당 지지율과 박근혜 대통령 국정 지지도인 30%대를 못 넘고 있다는 점도 불안감을 사고 있다. 이에 친박 내에서는 잠룡군 다변화차원에서 재차 황교안 총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공안파면서도 합리적인 사고와 보수적인 색채 그리고 안정감 있는 총리직 수행에 청와대와 친박계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인사라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반기문 대세론’이 최근 한풀 꺾이는 양상이다. 반기문 대세론의 근간은 충청도라는 강력한 지지세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계의 지원이다. 게다가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직책으로 국내정치와 무관한 제3후보라는 점이 ‘대세론’을 유지하고 있는 삼면 꼭짓점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야당에서 ‘친박후보 반기문=대선 필패론’이 확산되고 ‘야권 후보 연대론’까지 흘러나오면서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여당내 친박계 핵심들까지 ‘반기문 군기잡기’에 나서면서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반기문 흔들기’에 앞장서는 곳은 참여정부 출신들이 주류를 이루는 더불어민주당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참여정부가 만들어줬는데 여당으로 출마할 것이 확실시 되면서 ‘반기문 흔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 선봉에는 이해찬 의원이 있다. 민주당에 복당한 이 의원은 타칭 ‘반기문 저격수’로 주목받고 있다. 책임 총리시절 반 총장이 외교부 장관을 역임했고 참여정부 핵심인사로 반 총장이 유엔사무총장이 되는 과정을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다는 점에서 ‘저격수’역을 떠안게 됐다.
與, ‘군기잡기’ 野, ‘흔들기’ 지지율 정체
이 의원뿐 아니라 민주당 선거전략기획통으로 알려진 민병두 의원도 가세했다. 민 의원은 ‘반기문-안철수 연대’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본선이 시작되면서 대선 3파전이 전개될 경우 예상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매개로 하는 ‘반기문-안철수 연합’”이라며 ‘반기문 흔들기’에 나섰다. 국민의당 천정배 전 공동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분권형 개헌을 통한 ‘반기문 대통령-안철수 책임총리’라는 ‘동거 정부설’까지 내놓았다.
천 전 공동대표는 10월1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가적 위기 상황인 만큼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반기문 사무총장이 여당의 친박계 후보가 아니라면 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천 전 대표는 반 총장의 친박 후보 출마 가능성에 대해 “유엔사무총장까지 한 사람이 민심을 모르겠느냐”며 “친박 후보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정권교체의 길에 나선다면 굉장히 중요한 정치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반 총장이 제3지대로 나올 경우를 전제한 것이지만 야권의 ‘반기문 흔들기’에 새누리당 주류 측도 동요하는 분위기다. 차기 대선을 관리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맡고 있는 이정현 당 대표 역시 대표직에 당선된 이후 ‘새누리당 대통령후보 경선은 완전경쟁체제’로 특정후보 몰아주기는 없을 것이라고 일성을 날렸다. 여기에 반 총장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윤상현 의원도 최근 반 총장에게 쓴소리를 보내고 있을 정도다.
충남 청양이 고향인 윤 의원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반기문 대망론’을 위해 창립한 충청포럼의 회장이다. 윤 의원은 최근 언론을 통해 “반 총장은 많은 대선 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반기문=친박 지지’라는 등식은 허상”이라며 “인기란 단지 피부에 껍질 두께밖에 안 되는 깊이로 반 총장은 정책과 후보 적합성을 놓고 혹독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친박계 핵심이자 반 총장의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홍문종 의원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기 시작했다. 홍 의원은 지난해 10월 공식적으로 ‘반기문 대통령, 친박 핵심 총리론’을 내세워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홍 의원은 “반 총장은 정치 아마추어가 아니냐. 참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불과 5개월 전만해도 홍 의원은 공사석에서 “반 총장을 모셔오는 것이 새누리당이나 대한민국을 위해 좋은 선택 아니냐. 그런 말씀을 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반 총장은 대선 상수”라고 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친박계가 좌고우면하는 반 총장에 대해 군기잡기에 나섰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반 총장이 ‘친박후보=대선 필패론’에 혹해 제3지대로 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론’을 염두에 두고 단속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친박계 한 인사는 “실제로 군기잡기 성격도 있지만 여론조사를 보면 반 총장의 지지율이 당 지지율은 넘어야 하는데 20%대에 머물러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潘 당 지지율에 못미치는 대선지지율 왜
실제로 반 총장은 여야 잠룡 중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새누리당 지지율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매일경제·MBN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10월 1주차 주간(10월 4일~10월 7일)조사 결과,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보면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지지율이 23.5%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33.7%, 새누리당 정당지지도는 32.6%로 10%p차를 보이고 있다.
또한 10월 13일자 조사에서는 문 전 대표가 크게 상승한 반면, 반 유엔사무총장의 지지율은 소폭 하락해 23.4%이고 문 전 대표는 20.3%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누리당 정당 지지도가 30.4%로 격차는 줄어들었지만 7%p나 당 지지도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여당 내 주류에서조차 ‘반기문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야당후보와 ‘연대론’까지 나오면서 보수진영으로부터 완벽하게 지지를 받지못하는 형편임을 시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뿐만 아니라 당내 주류 측에서는 ‘반 총장만 바라보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충청권에서는 이완구, 정우택 TK권에서 김관용 경북지사 등이 ‘반기문 대안론’을 내세워 대권 출마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 전 총리의 경우 성완종 리스트 2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아 정치재기 및 대권 출마설도 나오고 있지만 대법원 최종심이 남아있어 족쇄가 완전히 풀린 처지는 아니다. 정우택 의원과 김관용 지사는 잠룡으로서 낮은 대중적인 인지도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결국 친박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이정현 호남 대망론’도 흘리고 있다. 이 대표의 경우 집권 여당 당 대표에 당선되면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또한 지난 국정감사 초반 ‘정세균 의장 사퇴’를 요구하면서 단식투쟁에 들어가 리더십이 주목을 받았다. 또한 단식투쟁 후에는 잠시 병원신세를 졌지만 지진과 태풍 현장을 누비며 ‘전국투어 정치’에 나섰다.
실제로 호남 측근들 사이에서는 “언제까지 당 대표를 할거냐”며 대권 출마를 종용하는 인사들이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당권·대권 분리’에 따라 내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이 대표의 ‘호남대망론’이 현실화되려면 이 대표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여당 잠룡군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아 당권·대권 분리 당헌·당규가 폐기되거나 새누리당이 쪼개져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전자나 후자 모두 만만치 않은 조건이다. 그나마 새누리당이 친박, 비박으로 분당사태가 벌어진다고 해도 당을 추스르지 못한 당 대표의 책임론을 피해가기도 힘들 전망으로 친박계의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청와대와 친박계 주류측에서는 황교안 총리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황 총리는 그동안 대선 출마와 관련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총리로서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친박계에서는 유력한 대선 주자가 당 밖에 있고 당에는 ‘약체 후보’밖에 없다는 점에서 황교안 카드를 선뜻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일단 황 총리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검증된 인사에다 무한한 신뢰’를 받고 있다. 황 총리가 법무부장관 시절부터 남다른 신뢰를 받았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최측근이라는 점도 신뢰의 바탕이 됐다. 실제로 황 총리가 법무부장관 시절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세계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판결을 이끌 당시 김기춘 실장 후임으로 청와대 비서실장에 거론되기도 했다.
이를 잘 아는 황 총리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자마자 취임식도 미룬 채 메르스 최일선 현장으로 달려갔다. 또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미세먼지 대책 발표, 대테러 업무 총괄, 성주 방문 등 박근혜 정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하며 강단있게 대처해 보수진영으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黃, 국정 ‘구원투수’에서 정권 ‘구원투수’로?
‘구원투수’ 역할뿐만 아니라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 국회의원들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지면서 소통에서 앞장섰다. 최근까지도 여야 지도부와의 비공개 만찬 회동에서 사드 배치 문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노동개혁,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주요 국정과제에 대한 국회 차원의 대승적인 협조를 구하는 등 ‘현장’과 ‘소통’의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황 총리도 대선 가도가 순탄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당내 세력이 전무하고 권력의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고향이 서울인 데다 공안검사 출신으로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펴낼 정도로 강경 보수라는 이미지도 확장성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반기문 대망론’이 사그라들고 마땅한 친박계 후보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정치가 생물이라는 점에서 황 총리가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특히 문재인, 안철수 등 야권후보가 단일화가 안 된 상황에서 3자구도로 치러질 경우 진보 대 보수, 불안감 대 안정감 구도로 해볼 만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황 총리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배경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