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오랜만에 따뜻한 코미디 영화가 등장했다. 국민 배우이자 감초역할의 대가인 배우 유해진이 영화 ‘럭키’를 통해 특유의 따뜻함을 담아냈다. 여기에 배우의 길로 접어든 이준을 비롯해 조윤희, 임지연이 가세해 훈훈한 재미를 더했다. 유해진 만으로도 훈훈한 영화 ‘럭키’가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계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럭키’는 최근 극장가에서 만나기 힘든 코미디 물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여기에 국민배우라고 칭해도 충분한 유해진이 첫 주연을 맡으면서 그의 변신을 두고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더욱이 유해진은 지난해 '베테랑', '그놈이다', '극비수사' 이후 근 1년 만에 스크린에 얼굴을 내밀어 반가움을 더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봉이 한꺼번에 몰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는데 일정이 밀려 이제야 찾아뵙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살인청부업자인 형욱(유해진 분)이 한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지면서 시작된다. 형욱이 목욕탕에서 정신을 잃자 신변정리를 위해 마지막 목욕을 선택한 무명배우 재성(이준 분)이 목욕탕 열쇠를 바꿔치기한다. 이에 두 사람의 인생이 한순간에 뒤바뀌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아냈다.
바뀐 열쇠 때문에 졸지에 형욱은 기억상실증 환자이자 빈털터리 신세가 됐고 재성은 형욱의 번듯한 집과 차, 재물을 누리게 된다. 형욱은 자신의 과거를 찾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기울이고 뒤 바뀐 인생 덕에 배우까지 도전하는 등 어색한 삶을 이어간다.
반면 재성은 우연히 발견한 비밀공간에서 형욱이 살인청부업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선택을 되돌리려 해도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사건에 휘말리며 두 사람 모두 위기를 맞게 된다.

영화는 유해진과 이준을 내세워 대비를 통해 극의 재미를 이끌어 냈다. 유해진은 투박한 외모와 달리 진지하고 깔끔한 성격의 캐릭터를, 이준은 출중한 외모에도 지저분하고 막 사는 인생을 연기하며 극과 극을 달린다.
특히 최근 작품에서 웃음기를 쏙 뺀 유해진의 진지한 연기는 이제는 어색함 없이 친근하게 받아들여진다.
또 tvN ‘삼시세끼’ 시리즈를 통해 평소 모습을 종종 드러낸 덕분에 유해진의 넉살과 애드리브가 시종일관 관객들에게 재미를 더했다.
예고편에도 등장하는 휼륭한 깁밥 썰기를 비롯해 단무지 꽃, 재료를 다듬는 장면 등에서 유해진 특유의 내공이 돋보인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 전개에 감초 같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유해진의 섬세함은 이뿐만이 아니다. 극중 살인청부업자인 만큼 종종 진지한 표정으로 등장하지만 대사 하나하나 강약을 조절하며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한다.
최근 연기자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준도 일명 ‘루저’ 캐릭터를 소화해 내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 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 체중을 늘리고 복근도 감출 정도로 공을 들였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 이준의 존재감이 아쉽다는 점은 옥의 티다. 이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선배인 유해진의 연기 내공에 맞추기에는 힘겨워 보인다.
종종 이준이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때 몰입도가 떨어지는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 같은 격차를 구급대원 리나 역을 맡은 조윤희와 베일에 싸인 의문의 여인으로 등장하는 임지연이 빈 구석을 채웠다.

이와 함께 극 속 여배우와 진상 배우로 등장해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는 전혜빈과 이동휘가 영화 ‘럭키’의 신의 한수가 됐다.
두 사람의 과장된 연기는 관객들에게 또 다른 웃음과 함께 공감을 이끌어 냈다.
영화 ‘럭키’는 쌀쌀한 가을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물론 코미디 장르가 요즘 관객들의 입맛을 맞추기에는 쉽지 않아 충분한 관객 수를 동원할지는 미지수다.
또 내용 전개가 다소 진부하고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가 나온다는 점도 극의 긴장감을 떨어트리지만 적당한 선을 지켜가기 위해 노력한 제작진의 결과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해진의 넉넉한 웃음과 연기내공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또 그가 전하는 따듯한 감성은 올 가을 훈훈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사진제공=쇼박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