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공포…“한국 예외 아니다”
테러 공포…“한국 예외 아니다”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6-10-07 21:31
  • 승인 2016.10.07 21:31
  • 호수 1171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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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테러에 떨고 있는 한국 교민과 여행객들
대테러 훈련<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우리에게 테러도 이제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일본에서는 한국인 상대의 ‘와사비(고추냉이)’를 이용한 ‘음식테러’와 한국인을 비하하는 ‘언어테러’도 자행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바이러스 감염 주사기가 공공장소에 숨겨 있어 교민과 우리 여행객들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북한은 올 들어 사이버 테러를 더욱 파상적으로 감행하고 있고, 극단주의 테러집단 IS(이슬람국가)의 한국과 한국인을 향한 테러 위협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더 이상 한국은 테러 청정국가가 아니라는 말이 실감나는 형국이다.

 

재일교포가 많이 살고 있고 한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일본 오사카. 최근 이곳에서 ‘음식 테러’가 발생했다. 그렇지 않아도 반일감정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났으니 그 파장은 상상 이상으로 일파만파 퍼졌다. 한 초밥 체인점이 와사비(고추냉이)를 너무 많이 넣은 음식을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제공해 공분을 사고 있는 것.

‘와사비 테러’와 기차표 욕설은 ‘혐한감정’의 연장

문제의 음식점은 오사카 난바에 있는 유명 초밥 체인점 ‘이치바스시.’ 사건의 발단은 이 음식점이 일본어를 못하는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구토가 나올 정도로 고추냉이를 많이 넣은 초밥을 제공하면서 일어났다. 게다가 일본인 종업원이 한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하는가 하면, 고추냉이 때문에 겪는 한국인들의 고통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이 이 음식점을 ‘혐한 식당’으로 부르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실제로 피해를 당한 한국인 H씨는 문제의 식당에서 와사비를 달라고 하자 직원이 야구공만한 사이즈의 와사비를 들이댔다고 폭로했다. 너무 커서 조금만 떼어달라고 하자 조그맣게 떼어 간장 종지 쪽으로 획 던졌다고도 했다. H씨는 이어 초밥을 보았더니 생선살과 밥 사이에 들어있는 와사비의 양이 엄청나게 많았다며 이를 먹으면서 눈물까지 흘렸다고 주장했다.

H씨가 참다못해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고, 이는 삽시간에 네티즌 사이에 퍼져나갔다. 이어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는 경험담이 쏟아져 나왔고 급기야 문제의 음식점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문제의 이 음식점은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고추냉이를 늘려달라는 요구가 많았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하지 않고 서비스로 제공한 것이지만, 고추냉이에 익숙하지 않은 손님에게 결과적으로 불쾌감을 드리고 말았다”며 향후 이런 일이 없도록 제대로 대응하겠다고 해명했다. 또 일부 점원들이 일본말로 혐오감을 표시하거나 욕까지 했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이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앞으로 종업원 교육에 신경 쓰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와사비 테러’가 일본인들의 ‘혐한감정’에서 기인했다는 네티즌들의 뭇매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또 일본 오사카의 한 버스회사는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국인을 비하하는 이름을 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YTN 보도에 따르면 제보자 A씨는 ‘한큐버스’ 직원으로부터 ‘김 총’이라고 적힌 버스표를 받았다. ‘총’은 일본에서만 통하는 은어로, 한국인을 비하하는 ‘조센진’을 뜻한다.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 A씨는 일본인 직원이 자신을 비하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고맙다는 인사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중에야 이를 알게 된 A씨는 ‘와사비 테러’ 사건 소식을 접한 뒤 분노가 치밀어 방송국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와사비 테러’와 ‘언어테러’ 사건을 통해 드러난 일본인들의 ‘혐한감정’은 전체 일본국민들 사이에 만연한 현상이 아니라 우익사상을 갖고 있는 이들의 일부 의견이라는 게 지배적이지만 점차 심각한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혐한증’은 한 사건이나 부분적인 현상에 국한되지 않고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특징. 방송과 인터넷은 물론, ‘재특회’를 중심으로 한 ‘혐한’집회와 단체활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한국을 비하하고 혐오하는 내용의 책들도 무더기로 출판되고 있다. 지난 2009년 ‘한국인들의 반일망언에 논거를 갖고 반박하기 위한 입문서’라는 해괴한 논리로 나온 <반일망언 격퇴 매뉴얼>이 인기를 끌면서 이후 혐한 도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을 ‘성형공화국’으로 비하한 뒤 외모는 물론 문화와 역사까지 ‘성형’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거짓말과 가식의 나라 한국>(2012), 역대 한국정권의 일관적인 반일 자세를 검증했다는 <왜 반일한국에 미래는 없는가>(2013), 한국의 일방적인 국제로비활동으로 ‘위안부 문제’, ‘일본해 표기 문제’ 등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일본인이라면 알아야 할 반일한국 100개의 거짓말>(2014) 등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출간돼 일본인들에게 널리 읽히고 있다.

한류가 일본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혐한증’도 많이 희석되었으나 지난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급랭한 한일관계에 맞물려 일본 내 ‘혐한증’이 다시 증폭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20일과 4월 8일, ‘혐한시위’에 항의하는 시민을 일본경찰이 폭행해 큰 물의를 빚기도 했다.

공공장소 손잡이, 화장실 화장지 조심!

지난달 우크라이나에서는 ‘주사기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들이 수도 키예프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주사기를 공공장소에 무차별 설치해 시민들을 감염시키려 한 것.

이에 주 우크라이나 한국 대사관은 이례적으로 공식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이러한 내용이 담긴 교민 안전 공지문을 게재했다. 대사관은 “최근 키예프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쇼핑몰 화장실 화장지 폴더 사이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주사기와 주사바늘을 설치해 시민들을 감염시키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하고 “화장실 손 건조기, 극장 홀 등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며 “해당 지역 방문객이나 교민들은 대중교통 및 대중시설 이용시 또는 쇼핑몰 등 다중 밀집지역 방문시 신변안전에 더욱 유의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체불명의 주사기는 호주 시드니 국제공항 화장실 ‘휴지걸이’에서도 발견됐다. 범인들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손이 자주 가는 휴지걸이 등에 바이러스가 감염된 주사기를 숨겨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사이버 테러 능력 미국 본토도 위협할 수준

북한의 대남 테러 역시 파상공세로 진행되고 있다. 정보당국은 북한 발 사이버 테러가 위험수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실제로 북한의 사이버공격 횟수는 올 들어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고 악성코드는 최근 들어 기하급수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인터넷뱅킹 또는 인터넷 카드결제 때 사용하는 보안소프트웨어 4개 업체의 내부 전산망에 침투해 전자인증서를 빼냈다. 이는 유사시 광범위하고도 심각한 금융대란을 야기할 수 있는 심각한 테러행위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정보기관 책임자들도 북한의 사이버공격력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조지프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은 북한의 사이버공격 수단의 진화는 미 본토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라고 했고, 빈센트 주한미군 사령관은 북한의 사이버전력에 대해 “가장 뛰어나고 잘 조직화된 전력 중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사이버 테러 외에도 북한은 한국인의 납치 테러를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 고위급 외교관 망명 사태가 잇따르자 북한이 중국에 있는 교민과 한국인 여행객들을 상대로 납치행각을 벌이려고 한다는 것.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직접 공작원을 파견하거나 현지 마피아 또는 폭력 조직과 연계해 한국인 대상의 유인 납치 테러 방안을 모색 중이었는데 태영호 공사 망명 이후 이런 징후가 다시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극단주의 무장세력 IS의 노골적 위협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한국인에 대한 테러 위협도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이미 한국을 ‘십자군의 동맹국’으로 지칭해온 IS는 한국인을 반복적인 테러 대상으로 지목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IS는 국내 미군 공군시설 및 우리 국민을 테러 대상으로 지목하고, 시설 좌표와 신상정보를 메신저로 공개하면서 테러를 선동하고 있다. 국정원은 “IS가 최근 자체 해커조직 ‘유나이티드 사이버 칼리파(United Cyber Caliphate)’를 통해 입수한 전세계 미국·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공군기지 77개의 위치와 21개 국가 민간인의 신상정보를 해외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유포하면서 ‘십자군과 싸워라’, ‘무슬림을 위해 복수하라’ 등 테러를 선동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공군기지의 좌표는 물론이고 국내 복지단체 직원 1명의 성명·이메일뿐 아니라 주소까지 IS에 의해 공개됐다. 최근에는 유튜브에 인질 참수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올리면서 공무원과 기업 직원 등 한국인 20명을 포함한 수 개국 국민들의 이름과 이메일을 공개하기도 하는 등 IS 위협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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