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국가’ 北, 강제노역 40만 명  ‘현금 수탈만 1조 원’ 
‘노예국가’ 北, 강제노역 40만 명  ‘현금 수탈만 1조 원’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6-10-07 21:20
  • 승인 2016.10.07 21:20
  • 호수 1171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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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노예노동 국가 북한’ 북한 강제노동 실태 보고서 1
'거대한 노예노동 국가, 북한' 북한 강제노동 실태보고서 표지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사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권유하는 발언을 하자 야당이 비판하고 나섰다. 북한도 지난 3일 노동신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탈북을 선동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동족대결과 적대 감정을 쏟아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결국 통일부는 지난 5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권유한 것은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상황에 대한 북한 당국의 책임을 지적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가 주최하고 ‘열린북한’이 공개한 북한의 강제노동 실태 분석 보고서 ‘거대한 노예노동 국가, 북한’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북한, 약탈시스템 악순환 통해 주민들 노동력·현금 갈취 중
간부·공무원들, 각종 편의 봐주고 뇌물 받는 것 일반화 돼

북한의 인권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작 북한 주민의 인권 탄압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시민단체는 많지 않다. 최근 큰 사회적 논란이 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란을 고려한다면 더욱 더 아쉬운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인권 시민단체인 ‘열린북한’은 ‘거대한 노예노동 국가, 북한’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당국이 인민반과 심지어 일반 공장이나 기업소를 통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노동착취와 현금수탈을 일삼고 있다”고 폭로했다.

북한 모든 근로자가
현금수탈 대상

‘열린북한’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모든 국가적 건설사업을 맡고 있는 ‘돌격대’는 ‘현대식 노예제도’”라고 분석하고 “돌격대는 대략 10년의 복무기간 동안 군대와 유사한 조직생활을 하며 국가 건설사업에 동원되고 인건비는 거의 없는 기이한 형태의 노동착취 조직”이라고 밝혔다.

또 “돌격대는 북한의 중학교 졸업생들 중 출신성분과 신체조건이 가장 떨어지는 학생들을 거의 강제적으로 복무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하며 “심지어 일반 군대 내에도 돌격대와 유사한 건설부대가 있어서 군사복무가 아니라 건설현장에 동원만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대표적인 강제노동 조직인 ‘돌격대’는 건설을 전문으로 하는 북한의 상설, 비상설 조직을 의미한다. 돌격대는 북한의 국가적 건설사업과 지방의 건설사업 대부분에 동원되는데 탈북 주민들에 따르면 돌격대 없이 이뤄지는 건설은 하나도 없다. 

돌격대의 연인원은 20만에서 40만 명으로 추정된다. 북한 당국은 돌격대의 정확한 규모를 공개하지 않지만 일부 탈북자는 돌격대의 인원이 100만명이 넘는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과 연구기관, 국가기관은 대체로 돌격대의 규모를 4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고서를 발행한 ‘열린북한’ 권은경 대표는 “군대 내의 건설부대도 돌격대와 마찬가지로 ‘현대식 노예제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 대표는 “일반 직장은 근로자들에게 인건비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일반근로자들의 보직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인건비의 50배에 달하는 현금을 매달 수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즉 북한의 거의 모든 근로자가 현금수탈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현금수탈 행위는 기업소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가정주부나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일어난다”고 밝혔다. 또 “인민반과 각급 학교는 주부들과 학생들에게 정기적인 ‘경제과제’를 하달하고 퇴비, 폐지, 폐고무 등을 거둬가며 현물이 없을 시는 현금을 수탈하고 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라고 보고했다.

북한 정권이 이렇게 거둬가는 금액은 세대 당 생활비의 1/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년에 북한화폐로 7조5000억 원(북한 시장환율로 환산 시 : 9억7500만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1조 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북한은 이 금액을 매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거둬들인다. 

열악한 식량 공급
성적 착취 당하기도

북한 돌격대를 비롯한 근로자들의 고통은 비단 현금수탈뿐만이 아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열악한 식량공급은 기본이고 여성들은 성적 착취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돌격대 출신 탈북자 A씨는 “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배고픔과 높은 강도의 노동”이라고 말했다. A씨는 “하루 세끼 식사는 나오지만 강냉이밥 한 그릇(150g)에 멀건 국과 염장무와 같은 반찬 한두 가지로 힘든 노동을 버텨야 하기 때문에 늘 배가 고팠다”고 증언했다. 그는 “그나마 얼마 안 되는 배급마저 중간에서 빼돌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A씨는 1968년생 함경북도 출신으로 1997년에 탈북했다.

또 다른 돌격대 출신 탈북자 B씨는 “우리 대대는 250명 정도 됐었는데 여성은 35% 정도였고 업무 과제가 차이가 없다 보니 여자들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대부분 생리도 못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얼굴이 예쁜 여성은 대대장이 자기 서기로 발탁을 했는데 개인 수발을 들고 잠자리도 같이 했다.”며 일부 여성 돌격대원들은 좋은 보직을 미끼로 성적 착취를 당했다고 밝혔다. B씨는 1988년생으로 2010년 탈북한 함경북도 출신이다. 

현금수탈 시스템
해외서도 그대로

권은경 대표는 “해외파견 노동자의 심각한 강제노동 문제가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며 “해외파견 노동자들의 실태는 북한 내의 강제노동과 현금수탈 시스템이 해외에서도 그대로 자행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권 대표는 “유엔 및 국제사회가 해외파견 노동자의 강제노동뿐만 아니라 북한 내 전 국민 대상의 강제노동과 일부 현대식 노예제도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유엔 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의 일반 감옥인 교화소의 일부 시설물과 정치범수용소가 현대식 ‘노예제도’에 해당된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로마규정은 노예제도가 반인도범죄를 구성하는 인권유린임을 명시하고 있다. 

한편 보고서는 “북한 일반주민들 대상 강제노동과 돌격대의 ‘현대식 노예제도’는 북한도 당사국인 사회권규약과 자유권규약의 위반이며, 북한이 가입한 아동권리협약에도 위배되는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약탈 시스템
최정점 ‘김정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 사회는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개척한 장마당 경제와 돌격대·상인·군인·근로자 등을 비롯한 북한 주민의 노동력과 돈을 갈취하는 약탈시스템 두 개에 의해 체제가 돌아가고 있다.

보고서는 “북한의 약탈 시스템의 최정점에는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있다”며 “김정은은 북한의 행정적 조직적 시스템을 활용해 사회동원과 경제과제라는 명목으로 주민들의 노동력과 돈을 수탈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돌격대와 군대를 포함해 100만 명의 청년들이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전국 각지의 건설현장에서 고된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10만명이 넘는 해외파견 노동자들은 땀 흘려 번 돈의 90%를 충성자금 명목으로 갈취당한다. 직장기업소의 근로자들은 국가과제, 여성과 아이들은 사회동원과 경제과제라는 명목으로 노동력과 돈을 착취당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최종적인 책임이 최고지도자에게 있다는 건 너무나 명백하다. 일반적으로 국가는 국민의 노동의 권리를 포함한 인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특히 북한은 최고지도자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된 국가이다. 그러나 북한의 역대 최고지도자들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는커녕 자신들의 권력유지와 이익을 위해 이러한 사회적 약탈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3대째 권력을 세습 받은 김정은은 이러한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이익과 업적 쌓기에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 주민들은 행정 및 사법기관 공무원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갈취를 당한다”며 “장사나 이동, 직장 선택을 비롯해 응당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경제적 권리를 행사하는데도 뇌물을 바쳐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투명성기구는 2016년 1월 북한을 ‘5년 연속’ 세계 최악의 부패국가로 선정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것은 특정 개인이나 부서의 책임이 아니라 북한의 사회적 시스템 하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공무원들의 공식 임금은 쌀 1kg 값 정도에 불과하다. 국가에서 식량배급을 받고는 있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결국 공무원들은 자신이 가진 권한을 이용해 일반 주민과 아랫단위로 부터 뇌물을 받거나 착취하며 생존할 수밖에 없다. 

돌격대를 관리하는 부서 간부들은 돌격대를 민간 아파트 건설에 동원해 돈을 챙기고 허가권을 가진 공무원들은 이른바 ‘사업’을 의미하는 각종 편의를 봐주고 뇌물을 받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사법기관 공무원들은 상인들이나 주민들을 협박해 뒷돈을 받고 교사들은 잘 사는 집 아이의 편의를 봐주고 생활비를 보조 받기도 한다.

보고서는 “최고지도자에서부터 당국의 핵심간부들 그리고 지역의 당과 행정, 경제단위 간부들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일반 주민들 중 ‘돈주’라고 불리는 신흥 부자그룹을 아울러 북한 전체가 부정부패와 약탈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북한은 이러한 약탈시스템의 악순환을 통해 주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현금을 갈취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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