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 업체 참여율 저조, 수수료 등 문제점 제기
“편리한 출금 기대된다” vs “ATM 있는데 굳이?”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편의점 캐시백 서비스’가 오는 20일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일부 현금을 찾으려는 고객의 발길이 은행이 아닌 편의점으로 향하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시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까지 제대로 된 홍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업체의 눈치보기식 저조한 참여율 등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예비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미지근하다. 일요서울이 새로 도입되는 캐시백 서비스에 관해 알아봤다.
이 서비스를 받으려면 편의점에서 체크카드로 계산대에서 물건을 결제하고 동시에 현금인출을 요청하면 된다. 편의점에서 1000원짜리 껌 한 통을 사면서 10만1000원을 결제하면, 차액인 10만 원을 현금으로 받는 개념이다. 비교적 현금 인출기가 밀집되지 않은 미국에서는 많은 이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ATM보다 수수료 저렴
이번 서비스는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제2차 국민체감 20대 금융 관행 개혁’ 추진 계획 중 하나로 이달 20일부터 시범 운행에 들어간다. 금감원은 시범 운영 과정을 거쳐 내년 1분기 금융결제원의 현금 IC카드 결제 공동망을 사용한 은행권 공동 캐시백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라 밝혔다.
현금인출 시 발생하는 수수료는 서비스 제공업체가 자율로 결정하되 공용 ATM(현금자동입출금기)기보다는 저렴하게 책정하기로 했다. 또 1회에 만 원 단위로 인출할 수 있으며 1일 최대 인출 가능 금액은 10만 원이다. 캐시백 서비스는 결제 기능이 있으면서 현금 IC칩의 출금 기능이 가능한 모든 매체로 이용할 수 있다.
체크카드, 현금IC카드, 선불전자지급수단, 신용카드 등이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의 경우는 은행 결제계좌와 연계돼 있어야 하고 계좌에 충분한 잔고가 있어야 인출이 가능하다.
다만 시범 운영 기간에는 체크카드로만 서비스가 가동된다. 내년에 본 서비스가 시작되면 현금IC카드, 신용카드, 선불전자지급수단(모바일 교통카드 등)으로도 캐시백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10월부터 시범 운영될 편의점 업체는 이마트위드미 한 곳으로 확정됐다. 위드미 관계자는 이달 20일부터 전국 15개 매장에서 캐시백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위드미는 현재 국민·신한·우리 등 3개 은행과 제휴 협약을 맺고 있어 당분간은 이들 은행 체크카드를 보유한 고객만 캐시백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위드미는 캐시백 수수료를 900원으로 책정했다.
윤명규 이마트위드미 대표는 “캐시백 서비스 도입을 통해 현금지급기 운영사는 현금지급기 설치에 따른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소비자는 현금지급기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편의점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월에는 GS25도 캐시백 시범 서비스에 동참할 예정이다. 하지만 캐시백 서비스의 전국적인 확대는 미지수다. 업계 1위인 CU와 3위인 세븐일레븐은 캐시백 서비스 시행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CU와 세븐일레븐은 계열사가 자동화기기를 운영하고 있어 앞으로도 캐시백 서비스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비스를 도입하게 되면 계열사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두 편의점의 시장점유율이 70%에 육박하고 이를 제외한 30%도 안 되는 시장에서 캐시백 서비스가 얼마나 활성화될지는 의문이다.
금감원 측은 이번 시범 운행을 발표하며 “내년 1분기에는 편의점 외에 대형마트 등도 캐시백 서비스에 참여를 전망한다”면서 “다만 각사의 경영전략과 영업여건이 달라 모든 업체가 참여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서비스 확대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견도 갈린다. 직장인 이모(31)씨는 “소비자들의 편의를 생각해서 더 빨리 도입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미국 외지에서 캐시백 서비스를 이용해 본 적이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지방이나 외곽 지역에선 ATM 기계를 쉽게 찾을 수 없어 불편했던 경험이 떠올랐다”며 서비스 도입을 환영했다. 또 “이런 서비스 보급이 기타 국가에 비해 시기가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이제라도 실시돼 다행이다”라는 반응도 있다.
자영업자인 성모(56)씨의 경우도 본 서비스에 대해 “자영업을 하다 보니 현금인출을 자주 한다. 그래서인지 늦은 시간 현금인출기를 찾아 헤맨 적이 많았다. 그에 비해 편의점은 쉽게 눈에 띄니까 앞으로는 현금 인출이 편리해질 것 같다. 무엇보다 공용 ATM기보다 수수료가 싸다는 것이 좋은 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출 위해 불필요한 지출
대학생 주모(24)씨는 편의점 캐시백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견해를 묻자 “급하게 현금을 찾을 때 편의점에 있는 기기를 사용해본 적이 있긴 한데, 공용 ATM기와 다른 점을 잘 못 느끼겠다”라고 명확한 차이점을 기자에게 되물었다. 캐셔에서 바로 현금이 지급되며 수수료가 더 싸다는 추가 설명에 “그럴 바엔 좀 더 걸어서 은행 ATM 기계를 찾겠다”라고 답했다. 덧붙여 “은행 ATM 기계가 도처에 많은데 굳이 물건을 사면서까지 현금을 인출할 필요가 있나 싶다”며 서비스 도입 취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한편 현금 보관 안전에 대한 우려도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모(28)씨는 “고객들이 편의점 계산대에서 현금을 찾아갈 경우 편의점은 상당한 현금을 쌓아놓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관리자로서 도난이나 분실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또 늦은 밤에는 범죄의 가능성이 높아 무서울 것 같다”라는 의견을 보였다.
남동희 기자 donghee070@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