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천상은 아들의 목숨 값으로 얻은 집을 지키고 싶어 위험천만한 다리 아래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아들 욱의 열 번째 기일 무렵, 아내 유순은 욱의 뼛가루를 뿌린 버드나무 아래에 앉아 죽음을 기다리다가 자신의 젊은 시절을 불러내어 집으로 데리고 들어오는데, 메말랐던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지고 십여년전 자신들의 궁핍한 삶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과거> 가난한 삶 밖에 물려받은 것이 없다고 아비를 탓하는 천상은 죽기 전에 얼굴한번 보자고 집에 들른 아비를 매몰차게 대하고 화해 없이 아비의 초종을 맞는다. 얼마 후 계속된 가뭄 속에 큰비가 내리붓고, 장독대에 누이 연이 대신 오른 욱이 장독대와 무너져 목숨을 잃는다.
<현재> 연이는 연이대로 유순은 유순대로 천상은 천상대로 말을 잃고 시간이 흐른 탓에 지나간 시간을 당겨 들여다보는 지금의 자신들을 책망하며 폭우 속에서 쓰러져 가는 집과 함께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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