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인근 ‘노른자 땅’ 주인=‘재벌 일가’
평창 인근 ‘노른자 땅’ 주인=‘재벌 일가’
  • 오유진 기자
  • 입력 2016-09-30 20:08
  • 승인 2016.09.30 20:08
  • 호수 1170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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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유치 앞두고 사들인 땅, 투기 의혹
뉴시스

3.3m²당 가격 몇십 배 급등한 재벌들 땅

주택이나 농장 없어…농지법 위반 의혹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롯데, GS 등 일부 재벌일가가 2018 동계올림픽 유치를 앞두고 2000년 대 초 평창 인근 땅을 사전에 매입해 2012년 투기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해당 기업들은 주택과 농장을 위한 토지 구입이며 투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택과 농장이 들어선다던 이곳은 길도 제대로 내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또 재벌들이 매입 당시 땅의 공시지가는 낮았던 반면 현재 가격은 몇 배로 상승해 투기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상적인 투자 성격보다 매매차익을 노린 것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이 나온 이유다. 이에 일요서울은 국토부 공시지가를 통해 재벌 일가가 구입한 평창 토지에 대해 직접 확인해봤다.  
 
롯데, GS 등 대기업 총수 및 대주주의 일가족 등이 동계올림픽 개최 전인 2000년 대 초 땅을 사들였다. 이들이 구입한 땅은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와 횡계리 일대 임야와 전답으로 올림픽 개최지인 용평 리조트와 알펜시아 리조트가 위치한 곳이다. 2011년 8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재벌닷컴이 2012년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롯데, GS 등 대기업 총수 및 대주주의 일가족 등이 평창군 일대의 임야와 전답 등 토지 23만3108㎡를 보유했다. 결과 발표 이후 2012년 땅 투기 의혹이 일자 이들은 보유한 땅이 주택이나 농장을 만들기 위함이며 투기 목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일요서울 취재 결과 재벌들이 농지를 사들인 후 실제로 농사를 짓고 건물을 올리는 등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투기 의혹이 증폭되는 이유다.

[껑충 뛴 재벌들의 땅값]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일가족은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알펜시아리조트 인근 용산리의 땅 근처 임야와 전답을 매입했는데, 신영자 이사장이 6248㎡, 장녀 장선윤 롯데호텔 상무가 3151㎡, 장남 장재영 씨가 1651㎡을 각각 사들여 이들이 총 1만1050㎡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 2016년 9월 기준 해당 토지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땅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고시한 토지 개별 공시지가(이하 2016년 5월 기준)에 따르면 신 이사장이 2006년 땅을 매입한 당시 공시지가는 m²당 2만700원이었으며 2016년 5만800원으로 약 2배가량 상승했다. 장녀인 장 상무가 2005년과 2006년 매입 당시 각각 3만9200원과 5만6700원이였던 반면 2016년도 m²당 12만5000원으로 약 3배 상승했다. 장남인 재영 씨 몫은 매입 당시 m²당 3000원대에 불과했으나 2016년 공시지가는 7만300원으로 약 24배로 큰 상승폭을 보였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은 박신광 한독모터스 대표이사의 아들 박재형 씨와 공동으로 용산리 소재 전답, 임야, 대지 등 총 7만2000여㎡의 땅을 2005년과 2009년에 매입했다. 이 땅 역시 경량철골구조인 62.7m² 단독주택만 있을 뿐 어떤 관리도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이 땅을 매입한 당시 공시지가는 m²당 1만5000원에 불과했으나 2016년 9만6000원으로 6배 상승했다.

전장열 금강공업 회장은 부인 명의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용산리 일대 토지 3만7000여m²를 사들인 뒤 장남인 전재근 금강공업 상무이사와 차남인 전재범 금강공업 사장에게 증여했다. 이곳 역시 아무 건물도 올리지 않은 채 빈 땅이었다. 매입 당시 공시지가는 m²당 6740원이었지만 2016년 6만2000원으로 9배 넘게 상승했다.

범 현대가의 사위이자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지용 씨도 2002년에 횡계리 소재 전답 1만1091㎡를 본인 명의로 매입했다. 이곳 역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땅으로 김 씨가 땅을 매입할 당시 공시지가는 m²당 1만3300원이었지만 2016년 6만2100원으로 4배 상승했다.

조방래 전 강원도 개발공사 사장은 알펜시아리조트 인근 지역 토지 5400여㎡를 경매로 사들인 뒤 자녀 명의로 증여했다. 매입할 당시 m²당 8780원이었지만 2016년 1만2700원으로 1.4배 상승했다.

고 신현택 삼화네트윅스 회장은 2006년 아들인 신상윤 삼화네트웍스 대표에게 횡계리에 위치한 5474여㎡를 증여했다.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용산리와 횡계리 일대 3.3m²당 가격은 적게는 20만 원에서 30만 원이며 재벌 총수들이 사들인 리조트 인근의 땅들은 3.3m²당 100만 원에서 120만 원선이다.

[주택과 농장을 위해?]

재벌들은 단순 주택과 농장을 위한 매입이라며 투기 의혹에 대해 전면 반박했다. 투기 의혹을 벗기 위해 묘목을 심었지만 그것마저 관리가 안 되고 있었다.

또 이들은 실제로 농사를 짓는 경우가 거의 없어 농지법 위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지법은 ‘농지는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이용되어야 하며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농지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을 정한 법률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는 “평창올림픽 전에 샀다면 투기 의혹이 있다. 핵심적인 부분은 관련이 없는 시기에 땅을 산 것이다. 투기 의혹을 제기하기에 충분하다. 미리 정보를 확인하고 구체적인 지역을 샀다는 게 의구심이 든다”며 “평창올림픽 개최 후 개발이 이뤄지고 이에 정부 측이 해당 땅들에 대해 수용하는 부분을 포괄적으로 노리고 땅을 구입한 것일 수 있다. 땅을 재벌들이 사고 그러는 모습은 좋지 않다. 투기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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