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가변이 <니체의 배꼽 展>에 선보이는 작품 <맨버거(Manburger), 그 속엔 누가 들어있나?>. 등장인물들이 빚는 오해와 갈등의 양상은 표면적으로는 리얼리티가 가미된 일종의 해프닝 코미디로 읽힌다. 그러나 그러한 사소한 해프닝의 바탕에는 인물들 각자가 품고 있는 필연적인 욕망이 숨어 있다. 욕망은 서로에 대한 기만, 돈에 대한 집착, 자존심에 얽힌 살인, 그리고 인육을 먹고 맛있어 하는 광기 등으로 확장되어 극이 진행될수록 점차 그로테스크한 공포로 발전한다. 그러한 공포는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광기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지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상징으로 선택되었다.
예술성과 흥행성을 겸비했다고 평가받는 시나리오 전업작가 치치는 두삼호텔 444호실에서 며칠 째 시나리오 작업에 열중이다. 치치는 주위의 한심한 인간들 때문에 자신의 스타일이 구겨졌지만, 웨이트리스 나나에게 반해 그녀를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시나리오를 완성한 날, 나나는 매우 슬프게 치치의 방을 배회하며 누군가를 애타게 찾다가 실수로 시나리오 원고 몇 장에 커피를 쏟는다. 그 부분을 다시 타이핑하던 치치는 자신의 타이프라이터의 키 버튼(글자판 단추)이 여러 군데 빠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의아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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