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천재 음악 소년
가난한 천재 음악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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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4-03-05 09:00
  • 승인 2004.03.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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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게더 감독: 진개가 출연: 페이퀴 리우, Yun Tang, 홍 첸, 진개가, Ru-Yun Tang, 김혜리

아버지는 저를 천재라고 하시지만 전 그냥 얼굴도 모르고 아버지가 말도 안 해주는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 뿐입니다. 지역 콩쿠르에 출전할 때도 혹시 내가 바이올린으로 유명해지면 어머니가 절 찾지 않으실까 해서 열심히 한 것 뿐인데 1등도 몇 번 했습니다. 아버지는 그럴 때마다 어서 북경에 가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 한다고 하십니다. 저희 집은 너무 가난해서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저는 부담스럽기만 한데 말이죠.

결국 콩쿠르에 참가하기 위해 북경에 왔습니다. 난생 처음 와 본 대도시, 그리고 북경역은 듣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멋집니다. 시골에서 막 올라온 촌뜨기 티를 내지 말아야 하는데 아버지의 촌스러운 빨간 모자가 자꾸 맘에 걸립니다. 아버지를 창피해하면 안된다는 건 알지만 역 한가운데서 오줌 마렵다고 큰소리로 얘기하시는 아버지를 보면 모른 척하고 싶은 게 사실입니다. 아버지는 저를 너무 사랑하시고 저를 성공시키기 위해 고생하고 계시다는 걸 잘 알면서도 말입니다.그런데 역에서 우연히 천사처럼 예쁜 누나를 봤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 누나를 따라갔고 말 한 마디도 못 건네 봤지만 그 후로는 온통 누나 생각 뿐입니다.

그래서 콩쿠르에서 5등한 것도 신경 안 쓰입니다. 그런데 누나와 나는 운명인지 누나는 우리가 구한 집의 옆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릴리’라는 멋진 이름의 그 누나는 마침 제 바이올린 소리를 좋아해 우린 금방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누나는 애인도 있고 돈 때문에 남자들을 만나는 것 같지만 우리 아버지처럼 촌스럽지 않고 ‘쿨’해서 전 너무 좋습니다. 누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거예요. 바이올린 선생님이신 ‘지앙’ 교수님도 너무 좋습니다. 처음엔 괴퍅한 성격에 길잃은 고양이들이나 주워다 기르고 청소는 물론이고 옷도 안 갈아입는 정말 이상한 분이라고 생각했지만 교수님과 함께하는 고양이 밥주기와 청소도 재밌습니다. 그러면서 교수님이 제게 ‘즐거울 때만 연주하라’고 말씀하신 게 무슨 의미인지도 조금씩 깨닫게 되었구요. ‘지앙’ 교수님은 정말 훌륭한 분입니다.그런데 아버지가 저에게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지앙’ 교수를 해고하는 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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