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1:정말 ‘과시욕’이었나
민씨는 지난달 15일 모 주간지 기자를 만나 다수의 투자자에게서 2개월 만에 653억원의 자금을 모아 차명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금융감독원 조사에서도 “47명에게서 653억원을 입금받았다”고 주장하는 등 마치 돈을 유치한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민씨는 파문이 일자 당황해 거짓주장을 계속했을 뿐 653억원을 모금한 적이 없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주간지 인터뷰와 금감원·청와대 조사 때의 발언이 경찰조사 과정에서 뒤집히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련의 수사과정은 경찰이 서둘러 이 사건을 대통령 친인척의 단순 사기사건으로 결론지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일각에서는 펀드 모금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생겨날 엄청난 파문을 덮으려는 청와대가 경찰에 짜맞추기 수사를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이에 야당은 경찰이 이번 의혹을 단순 개인비리로 축소하고 있다며 권력형 비리를 특검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혹2:경찰, 민씨 진술에만 의존하나
경찰청 출입기자들은 특수수사과가 매일 민경찬씨 사건 브리핑에서 내놓는 말은 “653억원 모금 사실은 없는 것 같다”는 것뿐이라고 전한다. 특히 기자들이 왜 그러냐고 물으면 “그렇게 진술하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온다고 한다.현재 민씨를 둘러싼 의혹들은 돈 한푼 없이 수십억원대의 김포 푸른솔 병원을 인수한 과정, 80억원 채무를 가진 빚쟁이가 수백억원대의 이천 J병원 투자계획을 어떻게 세웠는지 등이 그것이다.또 변변한 벌이도 없이 호화 빌라를 빌려 외제 승용차를 굴렸던 행적, 출처 모를 거액으로 이천 J병원 매매 계약금을 지불한 사실 등 의문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그런데 경찰은 이같은 의혹의 배경과 사실 관계를 찾아내는데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경찰은 “민씨가 펀드 모금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며 펀드와 관련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경찰이 계속 확인해야 할 의혹과 사실관계를 조사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의혹이 꼬리를 물고 나올 수밖에 없으며 경찰도 불신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의혹3:투자자 47명은 ‘허깨비’?
‘민경찬 펀드’와 관련해 계약금 등 구체적인 자금 조성 경위와 투자자들의 신원 등 핵심적인 사안들이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특히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민씨를 고소하지 않은 이유도 석연치 않다. 이 병원의 식당운영권을 받으려고 민씨에게 5억여원을 건넨 박모(50)씨가 경찰 수사과정에서 뒤늦게 처벌을 원해 민씨가 6일 구속됐을 뿐이다. 이를 제외하고는 병원 건립과 관련해 누구도 민씨를 고소하지 않았다.한편 그동안의 정황으로 볼 때 투자자가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민씨는 지난달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47명의 투자자는) 원금은커녕 10원짜리 하나 건지지 못해도 후회하거나 원망하지 않을 사람들”이라고 말한 바 있다.투자자와 민씨 사이에 투자약정만 있고 실제 돈이 오가지 않았거나 민주당의 주장처럼 총선용 자금 등 ‘불순한 의도’를 지닌 투자였다면 “내가 투자자다”라고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의혹4:병원설립계획 있기는 했나
경찰은 일단 이번 사건을 경기 이천시에 건립 예정인 종합병원의 수익시설 운영권을 두고 민씨가 벌인 사기행각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그렇다면 병원 설립계획은 실제로 존재했는가. 민씨와 이천 중앙병원 건립을 추진했던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2002년 4월 민씨와 매각전 리모델링을 위해 은행에서 대출받은 27억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48억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가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같은해 9월께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이씨는 “병원규모를 당초 지하3층 지상10층 신축계획에서 지하1층 지상6층 리모델링방식으로 줄여 3월부터 개·보수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이씨는 또 “병원건립과 관련해 민씨가 지출한 자금은 매매계약금과 내부 철거용역비, 설계비 등 줄잡아 1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결국 병원 설립계획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이같은 수많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민씨에 대한 경찰의 수사는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민씨를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등에 업고 비리를 저질렀다기 보다는 대통령 사돈이라는 명함을 이용해 사기행각을 벌인 한 인물정도로 보고 처벌수위를 결정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와 관련 야권에서는 “주간지 인터뷰와 청와대 조사, 금감원 면담 때까지는 실체적 진실에 가까웠으나 갈수록 민씨 말이 바뀌고 있다”면서 “경찰로 넘어가면서 짜맞추기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결국 의혹만 부풀린 채 마무리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고, 야권이 제기하고 있는 ‘축소·은폐 의혹’이라는 허물을 쉽게 벗을 수는 없어 보인다.
김종민 kjm9416@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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