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고 성실한 애인 지석과 함께 멀지않아 미국 유학을 가게 되어 있는 소정은 프리랜서 사진가다. 젊고 활동적인 그녀에게 결정적인 위기가 닥치는데, 실명에 이를지도 모르는 시력상실증이 그녀의 삶을 잠식하는 것이다. 그녀가 점점 더 비틀거리고 넘어지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사진의 초점도 빗나간다. 스스로 애인과 결별하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도 마다하며, 그녀는 깊은 고뇌에 빠진다. 어느 날 열정적으로 경비행기 조종을 배우기 시작한 그녀는 강사가 없는 틈을 타 위험한 단독 비행을 감행하기에 이르는데…. 그녀는 왜 사랑과 가족을 거부하고 홀로서기를 고집하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영화는 한 치의 거짓 없이, 그러나 유머와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이 어려운 질문에 접근한다. 보기 드물게 한국 사실주의 영화가 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함과 동시에, 저력 있는 여성 감독의 탄생을 알리는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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