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이름으로 최성 고양시장 준열히 심판하겠다”
“시민의 이름으로 최성 고양시장 준열히 심판하겠다”
  • 송승환 기자
  • 입력 2016-09-25 13:54
  • 승인 2016.09.25 13:54
  • 호수 1169
  • 39면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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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암투병’ 시민운동가 조대원의 눈물
시민운동가 조대원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저는 괜찮습니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침착했다. 지난해 명예훼손(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와 모욕 혐의, 사조직 결성에 의한 사전선거운동(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최성(崔星·53) 고양시장(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고소(告訴)당한 시민운동가 조대원(46) 고양만들기 시민연대(이하 맑고연) 상임대표가 방광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였다.

조심스럽게 근황 얘기를 꺼내자 조 대표는 거듭 “걱정 마시라”고 했다. 단단한 목소리에서 병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조 대표는 방광암 진단을 받았다. 조 대표의 지인들은 그의 병세가 가볍지 않다고 전한다.

조 대표는 “개인 문제가 부각되는 것이 염려된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에게 찾아온 병마(病魔)가 단순히 개인의 불운(不運)이기만 한 것일까.

조 대표와 함께 시민운동을 한 선배와 후배들은 “최성 시장 취임 이후 각종 비리와 특혜 의혹에 휩싸인 고양시에서 시민운동을 하면서 그간 얼마나 속앓이를 했길래 그런 중병(重病)에 걸렸나 싶어 많이 속상하다”고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지역신문 기자도 “시민운동가와 언론인들이 권력자로부터 정치탄압을 받으면서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잇달아 병(病)에 걸리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지 않았냐”며 “조 대표의 발병(發病)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지역 사회에서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을 줄여나가고 ▲국민 세금이 제대로 분배돼 낭비 없이 집행되는지 감시하는 것과 ▲시민의 이름으로 최성 고양시장을 준열히 심판하는 것을 ‘반드시 하고 싶은 세 가지 일’로 손꼽았다.

고양시에서 맹활약해온 그는 그간의 활동 경험을 살려 ‘시민교육’을 통해 실생활에 다가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국민 10명 중 8명이 ‘낭비되는 세금은 내기 싫다’고 말하는 풍토에서 과연 예산이 적정하게 분배되는지 철저하게 감시하는 역할을 시대적 소명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조 대표와의 일문일답.

--시민운동을 해온 취지는 무엇인가.

▲주변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을 살펴보면 잘못된 법과 행정, 제도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그들에게 맺힌 한(恨)을 풀어주지 않으면 공정사회로 가는 길이 요원하다. 법과 제도를 고치는 것은 국회와 정부지만 시민운동으로 접근해서 이를 바로잡을 수도 있고 결과적으로 혜택이 다수 국민에게 돌아가게 할 수 있다.

--예산감시 활동은 어떤 취지인가.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시민운동가들은 매일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예산 집행 과정의 낭비만 지적하던데 이에 앞서 적절하게 예산을 분배하는 게 더 중요하고 이 단계부터 국민이 참여해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

--예산의 분배와 사용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국회에서 이뤄지는 일인데 어떤 식으로 접근할 계획인가.

▲예산 분배 및 집행은 국가의 고유 업무 중 하나지만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법적 근거를 만들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를 시도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는 다소 불편하겠지만 선진 시스템을 갖추려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예산 감시도 시민운동으로 해결할 부분이 있나.

▲시민운동을 우선해야 하겠지만 개별 사안과 관련해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이는 잘못된 정책이나 예산 수립·집행으로 국민에게 손해를 끼치면 이 과정에 관여한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꼭 책임을 지게 만들어야 한다. 요즘 포퓰리즘이니 뭐니 해서 사회적 논란이 되는 복지논쟁의 핵심은 한마디로 ‘돈’이 없다는 것인데 예산 낭비만 잡으면 사회적 약자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지역 사회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시정 운영과정이 헌법과 법률에 적합해야 하고 투명해야 한다. 법치주의의 쌍방준수, 즉 힘없는 시민에게만 준법을 강요하지 말고 법을 집행하는 자와 만드는 자, 해석하고 판단하는 자도 절차적 형평을 지켜야 한다.

--본인에 대한 평가가 보수적인데.

▲나는 결코 변한 게 없다. 기본적으로 헌법적 가치관을 옹호하는 아주 평범한 사람으로 보면 된다. 지난해 11월 최성 고양시장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경찰과 검찰의 강도높은 수사를 받으면서 이제 헌법적 실용주의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웃음)

--최성 고양시장의 시정운영 행태를 줄기차게 비판해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각계각층 인사들을 만났고 지역 사회의 힘든 곳도 돌아봤다. 시민운동을 하면서 이런 점을 소홀히 했구나 하고 반성할 부분도 느꼈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생각도 했다. 그동안 최성 시장에게 쓴소리를 좀 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시민들에게 겸허하게 듣고 앞으로 최성 시장에게 쓴소리를 더 많이 하겠다.

최근 조 대표의 페이스북은 쾌유를 비는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로 가득하다. “흔들리지 않고 늘 당당하신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번에도 당당히 맞서 쾌차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기원합니다” “부디 치료 잘 받아서 시민운동의 새 희망을 보여주셔야지요. 기도하겠습니다” “각종 비리와 특혜 의혹에 휩싸인 고양시가 올바로 서는 날 그 자리에 반드시 조 대표님이 있어야 합니다” 등의 메시지 한 켠에는 깨끗한 지방행정에 대한 염원도 담겼다.

최 시장으로부터 고소당한 이후 조 대표는 지난 9월 1일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 민간기록조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최근엔 대학에서 정치학을 강의했다. 조 대표는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추석 연휴가 끝난 뒤 강단에서 내려왔다”고 했다.

통화를 끝낼 때 “괜찮을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다시 단단해진 목소리가 건너왔다.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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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정까칠 29958716 2017-03-19 23:25:39 123.215.67.36
빠른쾌유 바랍니다
고양시를 바르게 일으키셔야죠^^

고양시민 2016-09-25 19:52:32 112.154.13.23
건강 회복하시고 원하시는 뜻 이루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