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사설 라디오 방송국 안. 큰아들은 DJ처럼 클래식으로 방송을 하며 임신 중인 그의 아내와 사랑을 이야기 한다. 그때 집안에 들끓는 쥐 때문에 지치고 짜증이 난 시어머니는 주책없이 나타나 끊임없이 집안형편을 불평한다. 그들은 음식거리를 찾으러 나간 둘째아들과 막내딸을 기다리며 집을 떠난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한다. 시어머니는 창고의 물을 푸러 다시 나가고 며느리는 곧 아버지가 될 남편에게서 시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 기억해낸 아버지의 이야기.
전쟁 직후 먹을 것을 구하러 혈안이 되어 다니던 다른 아버지들과는 달리 자식들의 장난감으로 토끼를 구해왔던 아버지. 하지만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는 그 토끼들을 삶아버렸고, 아버지는 그날 집을 나가버리셨다. 뱃속의 아이가 움직이는 바람에 이야기는 곧 태어날 아이에게로 쏠렸고 나갔던 둘째와 막내가 돌아온다. 나름대로의 가족의 도리를 잘 지켜나가고 있던 큰아들은 그들이 행하지 못한 가족의 도리를 탓한다. 그들에게 있어 가족의 도리란 어머니는 쥐떼들과 악전고투하며 창고의 물을퍼내는 것. 큰아들은 라디오 방송을 해나가는 것, 며느리는 가족의 대를 이을 아이를 생산하는 것, 둘째와 막내는 가족들이 먹을 수 있는 어떤 것을 구해오는 것이다.
큰아들이 열변한 가족의 도리에 둘째와 막내는 다시 밖으로 나가 한 소년을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들에게 생명을 유지시켜 줄 식사가 준비된 것이다. 그 기쁜 와중에 막내는 지난 밤 꿈 때문에 좋은 수확을 올릴 수 있었다며 꿈 이야기를 하고 가족 모두 그것이 태몽이라며 막내의 임신을 확신한다. 어린 소년으로 가족들은 배를 채웠고 그날 저녁 행방불명이 된 아들을 찾는 방송을 내기위해 한 아주머니가 찾아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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