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범죄 10명 중 7명 ‘中’
범죄 수사 과정도 ‘산 넘어 산’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도둑·거지·대문이 없다는 ‘3無’ 제주도는 이제 옛말이 됐다. 제주도에 ‘중국인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제주 모 성당에서 기도하던 60대 여성이 중국인 피의자에게 흉기로 무차별 습격을 당해 숨졌다. 지난 9일에는 중국인 관광객 8명이 제주시 한 음식점에서 주인과 손님을 폭행하는가 하면, 지난 5월에는 20대 여성이 중국인 관광가이드에 살해돼 임야에 버려지기도 했다. 이 같은 중국인 범죄가 잇따르자 주민들은 강한 불만과 함께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차이니즈 포비아(중국인 공포증)’까지 나타나는 상황이다.
제주시에 사는 주부 백모(30)씨는 “이번 사건을 보니 이러다 집에서 TV를 보고 있다가도 그냥 들어오는 사람에게 죽임을 당할까 무섭다”며 “예전에는 제주도에서 현관문도 잠그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방범창까지 추가로 설치하는 집이 많아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모(25)씨는 “제주에는 관광객뿐 아니라 일용직 노동자로 와 있는 중국인들도 많아서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7일 제주시 연동의 성당에서 중국인에 의한 ‘묻지마 살인’이 발생하자 주민들이 쏟아낸 반응이다. 기도 중이던 카톨릭 신자 김성현(61)씨는 갑자기 들이닥친 중국인 관광객 첸궈레이(50)씨가 휘두른 흉기에 무참히 살해됐다.
제주 내 중국인 범죄는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 58명이었던 제주도 내 중국인 범죄자가 2012년 89명, 2013년 134명, 2014년 194명, 지난해에는 260명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범죄자 중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2011년 47.9%에서 지난해 66.2%로 급증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8월말 기준 279명으로 전체 외국인 범죄의 70.3%에 달한다.
제주도뿐만이 아니다. 전국적으로도 중국인 범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2012년 외국인 범죄 피의자 2만4379명 중 56%(1만3646명)가 중국인이었던 반면, 지난해에는 60%(3만8355명 중 2만2898명)까지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차이니즈 포비아(중국인 공포증)’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반중 감정’이 한층 고조되는 모양새다. 다음 아고라의 누리꾼 A씨는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 갔다가 더러워서 다시는 안 가려고 한다”며 “무법천지가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 B씨는 “한 번도 제주도를 가본 적이 없어서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었는데 최근 우범지역으로 변한 제주도를 방문하기가 꺼려진다”고 밝혔다.
무비자 제도 불법 체류자 양산
중국인 범죄가 급증한 이유로 ‘무사증(무비자)제도’가 손꼽힌다. 제주도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2002년부터 무비자 제도를 시행했다. 현재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11개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 180개국을 대상으로 비자 없이 입국을 허가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비자 없이 제주도에서 30일 동안 머물 수 있다.
제도 시행 이후 무비자 입국자는 2011년 15만 명에서 지난해 약 63만 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무비자 입국자 중 중국인이 99%(62만3521명)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제주도 관광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만든 무비자 제도가 현재는 ‘독’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무비자 입국자가 30일 이후에도 자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등 불법 체류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도의 누적 불법 체류자는 약 8000명으로, 올해 말 1만 명에 다가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중국인 불법 체류자는 2013년 731명에서 2014년 1450명, 2015년 4353명으로 크게 늘었다. 제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불법체류자, 무비자 입국 관광객, 등록외국인까지 최소 3만 명 이상의 중국인이 제주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불법 체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제주지방경찰청에는 늘어나는 외국인 범죄를 전담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제주경찰청에는 보안과 산하에 외사계와 국제범죄수사대가 있지만, 일선 경찰서에 배치된 외사계 인력은 4∼5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인 범죄 수사 과정에서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범죄 특성상 통신 수사·계좌 추적·자료 요청 등을 위해 해당 국가에 공조수사를 요청해도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5월 20대 중국인 여성이 중국인 관광객에게 살해당한 사건에서도 경찰은 중국 공안과의 공조수사에 애를 먹었다.
다행히 이 사건은 경찰이 유족과의 통화 중 현금이 인출됐다는 문자메시지가 있는 것을 확인, 돈을 노린 범죄로 중국의 도움 없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빠른 시일 내 협조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경찰 관계자는 “어제(21일) 중국 공안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면서도 “자료를 요청해도 시일이 걸려 언제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차별 개발 제동도 필요
중국인 범죄의 시발점이 되고 있는 무비자 제도를 손봐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제는 관광활성화로 인한 경제적 이익보다는 ‘안전’에 신경을 쓸 때라는 것이다.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이번 제주 성당 피습 사건이 제주의 개발 열병 속에 발생한 비극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강 주교는 지난 21일 제주 모 성당에서 열린 피해자를 위한 미사에 참석해 “제주도는 지난 몇 년 동안 급격히 증가하는 방문객으로 인해 자연과 사람들 모두 몸살을 앓고 있다”며 “무제한 투자와 개발, 대규모 관광이 지상과제인 것처럼 정책을 펼쳐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해자가 당한 죽음의 탓을 외국인들에게 돌리기보다는 경제적 성장과 수익만을 분에 넘치게 추구한 자신들의 탐욕에 탓을 돌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제주도청 관계자는 “관광 활성화에 기여한 만큼 무비자 입국제도를 폐지하기는 힘들지만 제도 보완은 고려하고 있다”며 “이를 악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