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5단체, 무분별한 증인 채택 피해야
국회 “책임자 없는 국감, 결국 껍데기만 훑는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재계는 26일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업인 증인·참고인 채택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12일 이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경제단체는 성명서에서 “2016년 국정감사는 기업 감사라는 의혹의 시선에서 벗어나 진정한 정책국감, 민생국감이 돼야 한다”면서 “최근 국정감사는 민간 기업들이 주요 증인으로 부각되면서 정책 감사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지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년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에도 그렇고 그에 앞선 해의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매년 반복되고 있는 일상이지만 오히려 수정되지 않고 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기업인 증인채택 인원 3000여 명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누구라도 정리하기보다 기업 고위임원들이 대거 불려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야권 등이 ‘국감장 호출’을 단단히 벼르고 있는 대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급만 해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 부지기수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정 사장이 환노위 증인으로 출석할 경우 올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집중 질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증인, 참고인까지 상임위원회별로 수백 명에 달한다. 이처럼 국감 기업증인 채택률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감 무용론’까지 곳곳에서 번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CEO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면 예상질문 답변 등 준비기간만 수일인데 정작 당일 답변시간은 5분 남짓”이라며 “대신 언제 어느 상황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하루종일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여야가 정치논리와 포퓰리즘에 의거해 앞뒤 사정은 고려 안하고 무작정 증인 채택률을 늘리는 데만 치중하다 보니 질문도 답변도 기대 이하가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지난해 국감 당시 신동빈 롯데 회장과 관련한 정황이 그 사례”라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국감에 참여했으나 여야 의원들은 롯데그룹 후계자 분쟁에 대해 기존 알려진 내용을 강조하는 데 그친 데다 “한국과 일본이 축구를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 등 핵심에서 벗어난 질문을 일삼아 논란이 됐다.
이렇다 보니 기업인들이 갖은 구실로 증인 출석에 불응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의견도 상당수다. 기업증인이 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하더라도 벌금이 150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도 이를 부추긴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