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야당이 대기업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대차그룹은 규제 대상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소식에 벌써부터 주가는 요동치고 있다.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현대모비스로 지목된다. 여기에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이 활용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를 3년 내 해소하도록 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자 대표적 순환출자 기업인 현대차그룹이 주목받고 있다.
순환출자는 A기업이 B기업에, B기업은 C기업에, C기업은 다시 A기업에 출자하는 식의 지배구조를 말한다. 현재 공정거래법에서는 신규 순환출자분만 금지하고 있다. 이번 법 개정이 통과될 경우 기존에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대기업들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현대차그룹도 3년 안에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어야 한다.
업계에서는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롯데그룹 형제분쟁으로 순환출자 문제가 불거진 데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구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 말부터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핵심 떠오른 현대모비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로 그룹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 순환출자 구조에서 매각 등을 통한 지분 변화를 주면 정 부회장이 그룹 전반을 장악할 수 있는 구조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현대모비스’라고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계열사 주식에 대한 지분율이 높다.
현대모비스는 그룹의 모회사격인 현대차의 지분 20.78%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건설 8.73%, 현대엔지니어링 9.35%, 현대파워텍 24.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 33.88%를 가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모비스가 지목되는 이유다.
한국투자증권 김진우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를 장악하면 현대차, 기아차에 대한 지배력이 자연스럽게 확보되기에 향후 그룹의 개편 시나리오 중 정의선 부회장이 기아차와 지분스왑을 통한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가장 유력하다”고 판단했다.
즉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맞교환해 정 부회장이 모비스 지분을 확보한다는 얘기다.
정 부회장은 글로비스 지분 23.29%를 보유하고 있고, 기아차는 모비스 지분 16.88%를 갖고 있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기아차 지분은 1.74%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개편의 초점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 및 승계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어떤 그룹이든 지배구조 변환의 핵심은 경영권 승계에 있다”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환의 관건은 정 부회장의 지배구조 강화에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나 현대차, 기아차 등에 대한 지분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정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현대차 2.3%, 기아차 1.74% 등에 불과하다. 따라서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할 경우 정몽구 회장과 정 부회장의 지분이 크게 떨어져 경영권이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
업계에서는 지주회사를 만드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역시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가 활용된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자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요 계열사의 분할과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의 현물 출자 또한 가능성 있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각각 분할해 홀딩스(지주회사)를 만드는 방안이 제기된다.
이 연구원은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3개 회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이후 3개 회사의 투자부문을 합병하는 방법”이라며 “이렇게 되면 순환출자가 해소하는 동시에 현대차그룹의 홀딩스의 경우 순환출자 지분만큼 각각의 사업부문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주가는 이미 상승 탄력
현대차 계열사의 주가는 이미 한차례 들썩였다. 지난달 24일 이후 10거래일간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13.89% 급상승했다.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도 같은 기간 동안 11.94% 올랐다. 특히 더민주가 이달 초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더욱 상승탄력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승세가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 보다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설이 부각되자 삼성물산, 삼성에스디에스, 삼성계열 금융사 주가가 들썩였다”면서 “현대차도 이런 상황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