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국내 정유시장 진출을 막을 명분 충분치 않아
정유업계 값싼 경유와 경쟁하려면 고도화율 상향 필요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중국산 경유가 2017년부터 국내 정유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소비자들은 값싼 중국산 경유 수입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정유업계들은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중국산 경유 수입이 본격화되면 가격경쟁 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소비자들은 좋을 수 있다. 반면 중국의 경유 시장 확대는 국내 시장 흔들기와 해외시장까지 발을 넓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 시장이 커지면 한국은 해외 정유시장을 내줄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중국산 경유의 수출 확대 이유와 국내 정유업계가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는 이유에 대해 짚어봤다.
중국 정부는 2017년 1월부터 경유 품질기준을 한국 기준과 유사한 Level Ⅴ(황 10ppm)로 상향할 계획을 밝혔다. 이로 인해 품질을 높이고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중국산 경유 국내 수입이 2017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유럽 기준보다 강화된 품질기준에 맞춰 휘발유와 경유의 국내 시장 진출과 경유 해외 수출에 박차를 가해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설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 배경은 ‘수출대국’에서 ‘수출경쟁국’으로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투자 중심의 중국 경제발전 방향 때문이다. 제품 단가가 높은 초저유황 경유를 생산하기 위해 신규 정제설비 확대했고 자연스럽게 석유제품의 생산량 증가로 이어졌다. 중국의 석유 정제 능력은 10년 새 두 배 가까지 확대됐으며 중국 정제 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시장 진출이 불안한 국내정유업계
한국이 중국의 국내 시장 진출을 막을 명분이 충분하지 않아 국내 정유업계들은 긴장하고 있다.
중국의 황 함유량 기준이 국내보다 높아 통관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2017년부터는 품질기준 향상으로 얼마든지 수입이 가능해지며 일각에서는 중국산 경유가 국내에 수입되면 가격경쟁 우위를 통해 내수시장을 위협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경유 수출이 국내 시장을 위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수익 목적이 아닌 무조건 수출이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중국 정유사들이 한국 내 수입사가 나타나면 정제 마진을 포기하고도 수출에 나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정유업계는 중국이 정제 마진까지 사라지면 관세율 차별은 충분히 극복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정유 4사의 공급 체계가 흔들려 경유 가격은 더욱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중국은 정제 마진 없이 수출에 나서도 정유 공장이 유지되고, 중국산 경유가 저렴하게 주유소에 공급되면 사업자도 매입가를 낮춰 이익 극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에 국내 정유업체 한 관계자는 우려를 나타냈다. “단기적으로는 안 들어올 수 있어도 나중에는 어떤 현상이 생겨서 들어올지 모르는 일이다”며 “중국산 제품이 국내 안 오더라도 이미 인근 동남아 쪽으로 중국산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은 경유 재고가 늘고 공급이 늘어나 한국의 수출 마진 하락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정유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해외 시장이다. 중국석화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중국은 382만 배럴의 경유를 생산해 360만 배럴을 소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914만 배럴의 경유를 생산해 428만 배럴만 사용하고 나머지 486만 배럴은 해외로 수출한다.
중국 정유사들이 직접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 값싼 경유로 인해 한국은 해외 시장도 내줄 수밖에 없다. 기름은 품질 기준만 충족하면 될 뿐 달리 기술경쟁력이 있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의 경유 시장 확대는 시간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아직 확실하지 않은 중국산 경유 수입]
중국 경유가 국내에 수입되려면 수많은 장벽들이 존재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산 경유가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거라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현재 한국은 수입 석유제품에 대해 개방돼 있지만 수입 대부분이 일본산 석유제품으로 그 영향은 크지 않은 상태다.
중국산 경유가 국내 시장에 들어오려면 국내에 중국 경유를 수입 판매하겠다는 사업자도 나타나야 하며 구매한 제품을 판매할 주유소 유통망 구축, 석유제품 저장시설 구축 등 막대한 투자가 따른다.
기름 값이 비싸면 저렴한 가격 때문에 수요가 높아져 투자에 나서지만 현재처럼 기름 값이 하향 안정세일 경우에는 가격 민감도가 떨어져 시장성이 밝지 않아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국내 정유업계에 중국산 경유 수입이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값싼 원료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고도화설비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고도화설비는 정제하고 남은 벙커유를 원료로 휘발유, 등유, 경유 등 석유 제품을 생산하는 정유 설비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환율과 운송비 등을 고려하면 중국산이라고 해서 가격이 싸지 않다”며 “국내 정유사들이 국제거래 가격과 원가 등을 고려해 내수시장을 관리하고 있어 중국산이 정상적으로 들어온다면 가격 차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오히려 국내산의 경우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똑같은 선에서 출발하면 경쟁력이 높다”고 덧붙였다.
국내 시장은 공급과잉인 상황이며 정유사들이 고도화시설을 통한 원가절감을 이뤄 가격 및 제품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국산 경유 국내 수입을 계기로 국내정유업계들이 석유제품 수출 확대를 위한 기회로 포착해 석유제품 부족 국가인 인도네시아·베트남 설비폐쇄로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유럽과 호주 등을 공략해 고도화설비 확충으로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안정적 에너지 공급 및 수익 확보를 위해 선진국 수준으로의 고도화율 상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