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정수기 관련 기업에 대한 규제 마련 없어
청호나이스, ‘우리만의 문제 아니다’ 억울함 토로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본지는 1167·8호 [청호나이스 얼음정수기에서 이물질이?]라는 기사를 통해 정수기에서 발생한 이물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해당 기사가 나간 이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다른 피해사례도 있다며 제보가 끊이지 않았다. 청호나이스 정수기 일부 이용자들은 이물질뿐 아니라 교체를 유도하려는 심산으로 정수기를 고장 내는 것 같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일요서울은 청호나이스 측의 이물질에 대한 재발방지책 마련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새롭게 제기된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청호나이스 이물질 논란에 관한 기사가 출고된 지 10일 후인 지난 19일 ‘청호나이스 정수기 점검 후 일부러 고장을 내놓네요’라는 제목의 제보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메일을 작성한 A씨는 청호나이스 얼음정수기 티니를 임대해서 쓰고 있다고 밝히며 “의무기간 3년이 지나 정기점검 오는 사람마다 새 정수기로 구매 종용 및 임대 안내를 계속 받아 왔다”고 말했다.
그는 정수기를 점검하고 난 이후 얼음을 쓸 일이 없어 정수기를 사용하지 않다가 명절 연휴 때 정수기를 사용했지만 소리만 나고 얼음이 나오지 않았다.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했지만 명절 연휴라 접수가 되지 않았다.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부를 살펴보다 충격을 받았다. 제품에 연결되어 있어야 할 모터커넥터가 제거돼 숨겨 있었다며 관련 사진을 함께 보내왔다.
또 그는 얼음이 안 나온 것뿐 아니라 이날 오후 냉수가 잘 안 나오더니 명절 이후 냉수가 소리만 나고 나오지 않는다며 A/S를 불러야 했지만 모터커넥터 빼놓은 처사를 보고 정이 떨어져 다른 업체로 바꾸는 걸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A씨는 점검 시에도 오래된 제품이라 바꾸는 걸 유도하더니 점검기사가 일부러 고장을 내놓고 교체를 유도하려는 심산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똑같은 말만 되풀이 청호나이스…무슨 말
다른 청호나이스 얼음정수기 이용자 B씨는 4년째 정수기를 이용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정수기 점검만 다녀가면 고장이 나고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B씨는 토요일에 점검을 오고 나면 다음 날인 일요일에 물이 나오지 않는 현상이 한두 번이 아니라면서 “너무 정수기를 오래 써서 새 걸로 바꾸라고 일부러 고장을 내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장 횟수가 빈번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런 문제의 발생은 얼음정수기에 한해서가 아니며 2011년 일반 연수기를 이용하는 소비자도 같은 주장을 펼친 바 있어 논란의 불씨는 당분간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수기는 경수에 들어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양이온을 제거하여 연수를 만드는 제품이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지속적인 관리를 하고 있지만 그런 문제에 대해서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보도 됐던 이물질 문제에 관해서는 스탠드형 얼음정수기 배수상의 문제로 인해 이물질이 발생했다며 해당 제품은 많이 개선이 됐다고 밝혔다. 또한 그런 부분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비스 개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설명했다.
정기점검 이후 고장 현상은 “방문판매회사 서비스 관리조직의 관리 소홀을 지적을 한 것 같다. 공식적으로 확인은 못했지만 의도적으로 고장내는 서비스를 하진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정수기는 3년간 의무사용기간인데 이후엔 의무사용기간 해지되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소비자가 특정 제품을 사용하는 게 좋지만 판매자들은 판매수수료 때문에 안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변명했다.
이런 제보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기본적으로 소비자보상은 정해져있고 그대로 이행하고 있지만 소비자분들의 맘에 들지 않아 언론에 제보하는 것 같다”며 “서비스 개선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죄송하다. 더 잘하겠다.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청호나이스 측은 다른 회사는 문제 없고 특정회사에서만 이뤄진다고 단정짓는 것 같다며 불편한 감정을 표출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에도 관련 소비자 보호법의 미비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미비한 정부 규제로 피해 보는 소비자들
소비자단체는 정수기 관련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은 법 제도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윤리적 경영보다는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한 기업의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이런 문제의 해결책은 법체계상 사업자에게 문제를 강력하게 물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영업적으로 윤리적이지 못할 때 사업자가 경각심을 가지고 해결할 의지가 생기게끔 법이 기업들을 보호하는 체계가 아닌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체계가 정해져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토양지하수과 관계자는 “먹는 물 관리법에 정수기 위생관리는 개인이 관리해야 하는 걸로 되어 있다. 다만 일반 다중들이 이용하는 시설 같은 경우에는 다중이용자들의 위생안전을 위해서 정수기의 적정관리 여부를 지자체에서 관리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의 정수기 관리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전부 관리하기에는 마땅치 않고 외국의 사례를 들며 국가에서 관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수기 렌탈의 경우 기업과 소비자가 계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규제를 하기 어려우며 이런 문제가 야기될 시 소비자원이나 소비자 고발 센터 같은 곳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도의적 책임 갖는 게 맞다”며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현재는 구체적인 규제와 법제도 개선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